![[전문가 칼럼] 기술 주권의 대전환, ‘소버린 AI’가 만드는 새로운 세계 질서](/html_portlet_repositories/thumbnail.164436.png)
2025.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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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한국 AI 업계를 뒤흔든 논쟁이 있었다. 네이버클라우드 김유원 대표가 던진 한 마디가 시작이었다. 그의 “외산 기술을 들여와 국산 상표를 붙인다고 소버린 AI(Sovereign AI)가 되는 건 아니다”라고 한 이 발언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AI 서비스를 준비하는 KT를 겨냥한 것이었지만, 단순한 기업 간 경쟁을 넘어 한국이 직면한 기술 주권의 딜레마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이재명 정부는 최근 네이버의 하정우 AI센터장을 AI 미래기획수석으로 임명했다. 하 수석은 취임 전부터 “소버린 AI는 특정 기업의 어젠다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어젠다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그가 말하는 소버린 AI는 단순한 기술 국산화가 아니다. “정부는 육수를 제공하고, 민간은 음식을 만든다”는 그의 비유처럼, 데이터부터 인프라, 알고리즘, 윤리, 규제까지 포괄하는 총체적 AI 생태계를 의미한다. 소버린 AI: 21세기 기술 주권의 새로운 정의 소버린 AI의 개념이 글로벌 화두로 떠오른 것은 2022년 11월 챗GPT 출시 이후였다. 하지만 결정적 계기는 2024년 2월 두바이 세계정부정상회의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모든 국가는 자체 지능 생산 능력을 가져야 한다”며 “데이터가 들어가면 지능이 나오는 ‘AI 팩토리’가 전력망이나 통신망처럼 필수 국가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예언한 것이었다. 미국의 국제 문제 전문 싱크탱크인 대서양 협의회(Atlantic Council)는 소버린 AI를 ‘국가나 정치 연합의 법과 제도적 틀을 준수하며, 맥락적으로 적절하고 안전하며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AI 개발’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소버린 AI를 구현하기 위한 네 가지 핵심 축을 설명했다. 첫째는 합법성으로 현지 법규를 준수하는 것이고, 둘째는 경제적 경쟁력으로 국내 경제를 위한 가치 창출이며, 셋째는 국가 안보로 핵심 인프라를 보호하는 것이고, 넷째는 가치 정렬로 국가의 정치적·문화적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다. 소버린 AI가 부상한 배경에는 복합적인 동기가 작용했다. 지정학적으로는 미국과 중국 기술 기업들의 AI 지배에 대한 우려가 컸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등의 미국 기업들과 바이두, 알리바바와 같은 중국 기업들이 전 세계 AI 시장을 양분하는 상황에서 각국은 기술 종속이 곧 국가 주권의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경제적 동기도 강력했다. 글로벌 컨설팅그룹 맥킨지는 AI가 2040년까지 연간 15.5조 달러에서 22.9조 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막대한 부가 소수 기업과 국가에 집중된다면, 나머지 국가들은 영원한 디지털 식민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데이터 주권 문제는 더욱 첨예했다. 유럽연합(EU)의 일반 개인정보 보호법(Gend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이하 ‘GDPR’)은 이미 데이터 현지화의 선례를 만들었고, 각국은 자국민의 데이터가 외국 기업의 서버에 저장되고 처리되는 것이 단순한 프라이버시 문제를 넘어 국가 안보의 문제임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문화적 동기도 무시할 수 없었다. 미국 영어 데이터로 훈련된 AI 모델들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각국은 자국의 언어와 문화, 가치관이 AI 시대에 소멸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꼈다. 싱가포르의 시라이언(SEA-LION), 대만의 타이드(TAIDE, 태국의 타이푼(Typhoon) 등의 대형언어모델(LLM)은 모두 이런 문화적 위기의식에서 출발했다. 글로벌 AI 주권 전쟁의 세 가지 모델 이제 글로벌 AI 주권 전쟁에 나선 주요 국가들의 방법을 확인해 보자. 우전 미국의 AI 전략은 겉으로는 자유방임주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교하게 계산된 시장 주도 모델이다. 정부는 직접 나서지 않지만, 환경을 조성하고 전략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2024년 기준으로 전 세계 AI 투자의 67%가 미국에 집중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미국 정부의 역할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기초 연구에 대한 막대한 투자다. 국가 AI R&D 전략 계획을 통해 대학과 연구소에 수백억 달러를 지원한다. 둘째는 전략적 산업 정책이다. 칩스법은 단순히 반도체 공장을 미국에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를 장악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셋째는 안보를 명분으로 한 기술 통제다.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수출 금지는 경쟁국의 AI 개발을 원천 차단하려는 전략이다. 미국 모델의 강점은 속도와 규모다. 정부 관료주의에 얽매이지 않고 빠르게 혁신할 수 있고, 벤처캐피털의 막대한 자금이 위험한 도전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약점도 있다. 기업의 이익과 국가의 이익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많은 미국 AI 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포기하지 못해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반면 중국의 AI 전략은 미국과 정반대다. 당과 정부가 모든 것을 기획하고 지휘하는 ‘전국가적’ 접근이다. 2017년 발표된 ‘신세대 AI 발전계획’은 2030년까지 AI 분야 세계 1위가 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구체적인 로드맵과 막대한 자금이 뒷받침된 국가 전략이다. 더 인상적인 것은 미국의 제재를 극복하는 방식이다. 최첨단 칩을 수입할 수 없게 되자, 중국은 두 가지 전략을 구사했다. 하나는 자체 개발이다. 화웨이의 어센드 칩은 처음엔 조롱받았지만, 2024년엔 엔비디아 GPU 성능의 70%까지 따라잡았다. 다른 하나는 효율성 혁신이다. 딥시크가 단 560만 달러로 경쟁력 있는 모델을 만든 것은 제약이 오히려 창의성을 자극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중국 모델의 장점은 일사불란한 실행력이다. 정부가 결정하면 모든 자원이 집중된다. 30개 이상의 도시에 대규모 컴퓨팅 센터를 건설하고, 100개 이상의 LLM이 경쟁하는 것도 이런 총력전의 결과다. 하지만 단점도 명확하다. 정부 주도의 비효율성, 창의성 부족, 그리고 국제적 고립이다. 중국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서방 국가들은 안보를 이유로 채택을 거부하고 있다. 한편 EU는 기술도 자본도 부족하지만, 5억 명의 인구로 구성된 부유한 시장과 규제 권력을 무기로 독특한 전략을 구사한다. 2024년 8월 발효된 EU AI법(AI Act)은 세계 최초의 포괄적 AI 규제법으로, AI 시스템을 위험도에 따라 4단계로 분류한다. 일부 AI는 아예 금지되고, 고위험 AI는 엄격한 요구사항을 충족해야 하며, 모든 AI는 투명성 의무를 진다. 이 법의 진짜 힘은 역외 적용에 있다. EU 시장에서 사업하려는 모든 기업은 출신 국가와 관계없이 이 법을 따라야 한다. 위반 시 전 세계 매출의 7% 또는 3,500만 유로 중 높은 금액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로 인해 GDPR이 전 세계 데이터 보호 표준이 된 것처럼, AI법도 글로벌 표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U 모델의 강점은 가치와 신뢰다. ‘인간 중심 AI’, ‘신뢰할 수 있는 AI’라는 슬로건은 많은 국가들, 특히 민주주의 국가들에게 호소력이 있다. 기업들도 EU 인증을 받으면 신뢰성을 인정받는다. 하지만 약점은 속도다. 까다로운 규제는 혁신을 늦추고, 파편화된 시장은 규모의 경제를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한국의 소버린 AI: 꿈과 현실 사이 이재명 대통령의 100조원 AI 투자 공약은 한국을 AI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는 야심찬 비전을 담고 있다. “국민들이 전자계산기를 쓰듯이 챗GPT를 무료로 쓸 수 있게 하겠다”는 약속은 AI 민주화의 이상을 보여준다. 최근 임명된 하정우 AI 미래기획수석이 제시하는 전략은 명확하다. 정부는 인프라를 제공하고, 민간은 혁신을 주도하는 역할 분담이다. 정부는 GPU 5만 개 확보, 국가 AI 데이터 집적 클러스터 조성, AI 고속도로 구축, AI 인재 10만 명 양성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추진 중이다. 이런 정부의 의지는 최근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2025년 6월 시작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7월 21일까지 사업자를 모집해 8월에 5개 팀을 선정할 예정이며, 선정된 팀에게는 최신 GPU 1만 장을 포함한 집중 지원을 약속했다. 이는 정부가 단순한 구호를 넘어 실질적인 지원에 나섰다는 신호로 보인다. 하지만 현실적인 과제들은 여전히 산적해 있다. 2025년 예산 편성 과정에서 AI 관련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획재정부는 국가채무가 이미 1,2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대규모 재정 투입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수익 회수가 불확실한 첨단산업 투자에 대한 우려가 크다. 더 큰 과제는 민간 투자 유치다. 정부는 100조원 중 상당 부분을 민간에서 조달할 계획이지만, 민간은 정부의 확실한 의지와 초기 투자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 “정부가 먼저 움직여야 민간도 따라온다”는 것이 업계의 일관된 요구다. 기업들의 생존 전략 정부의 소버린 AI 프로젝트 공모를 앞두고 한국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바늘구멍’으로 비유되는 5개 팀 선정을 위해 각 기업은 협력관계 구축과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LLM 기업과 AI 반도체 업체 간의 전략적 제휴다. SK텔레콤은 AI 팹리스 업체 리벨리온과 손잡고, 리벨리온의 NPU ‘아톰’을 자사 LLM ‘A.X 4.0’에 접목하는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업스테이지는 퓨리오사AI와 협약을 맺고 자체 LLM ‘솔라’를 퓨리오사의 차세대 NPU ‘레니게이드’에 최적화할 계획이다. 코난테크놀로지도 리벨리온과 협력해 ‘코난 AI 스테이션 서버’를 공개했다. 업계는 이를 “LLM과 NPU 업체 간의 협력은 정부의 의도를 파악한 정석적 공략법”으로 평가한다. 네이버와 LG AI연구원은 ‘양강’으로 꼽힌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의 경량화 버전인 ‘HyperCLOVA X Seed’를 2025년 4월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생태계 확장에 나섰다. 20년간 축적된 네이버 검색, 블로그, 카페 데이터를 활용해 한국 특유의 언어 습관과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는 AI를 만들어가고 있으며, 공공 부문으로의 확산도 시도 중이다. LG AI연구원은 최근 국내 첫 추론형 AI ‘엑사원 딥’을 선보이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그룹 계열사 현장에 온디바이스 형태로 모델을 탑재하고, 임직원용 AI 에이전트 도입을 추진하는 등 산업 현장 적용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적은 개발비로도 글로벌 수준의 성능을 달성한 효율성이 주목받고 있다. KT는 독특한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파트너십을 유지하면서도 자체 역량 강화에 나섰다. GPT-4o 기반 ‘GPT-K’ 출시 시기를 조정하고, 자체 LLM ‘믿음’의 차기 버전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핵심은 엔진이 아니라 데이터 통제권”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독자 모델 개발의 필요성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AI 피라미드 2.0’ 전략을 더욱 구체화하고 있다. 울산 대형 데이터센터 구축과 함께 독일 도이치텔레콤을 비롯해 이앤그룹, 싱텔그룹, 소프트뱅크 등과 글로벌텔코AI얼라이언스를 결성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또한 리벨리온과의 협력으로 국산 AI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도 앞장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온디바이스 AI라는 차별화된 길을 걷고 있다. ‘가우스’ 모델을 갤럭시 스마트폰에 탑재해 인터넷 연결 없이도 작동하는 AI를 구현했다. 삼성SDS는 생성형 AI 플랫폼 ‘패브릭스’로 금융과 공공 부문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며, 기업용 AI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카카오는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자체 LLM ‘카나나’의 한국어 성능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오케스트레이션 전략’으로 자체 모델과 글로벌 모델을 유연하게 활용하며, 포털 서비스 ‘다음’을 별도 법인 ‘AXZ’로 분사해 AI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의 엇갈린 전망 한국의 소버린 AI 전략에 대해 업계의 의견은 크게 갈리고 있다. 지지하는 쪽에서는 필연성을 강조한다. 유럽이 이미 조 단위 투자로 AI 독립을 추진하고 있고, 일본도 전용 모델을 만드는 등 세계 각국이 저마다의 소버린 전략을 구체화하는 상황에서 한국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월드 모델’ 같은 차세대 AI 개념은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도 초기 단계이므로, 한국이 기술 선도국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안보 측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미국이 AI를 경제가 아닌 안보 관점에서 접근하기 시작했고, AI 역량의 유무가 곧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현재는 누구나 선진국 AI를 사용할 수 있지만, 이런 개방성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으므로 자체 생태계 구축이 필수라는 주장이다. 반면 비판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GPU 집중 투자가 2-3년 후에는 시대에 뒤떨어진 전략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앞으로는 GPU보다 메모리가 중요해지고, 메모리 안에 GPU 기능이 통합되는 시대가 올 것이므로,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에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는 이런 논쟁 속에서 하나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5개 팀 선정과 GPU 1만 장 지원이 실제로 얼마나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질지, 그리고 LLM 기업과 AI 반도체 업체 간의 협력관계 구축이 진정한 생태계 구축으로 발전할지가 한국 소버린 AI의 미래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2030년, 소버린 AI 앞에 놓인 세 갈래 길 그렇다면 향후 소버린 AI는 어떤 길을 걷게 될 것인가? 현재 3가지 정도의 시나리오를 생각할 수 있다. 첫 번째이자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세계가 몇 개의 AI 블록으로 나눠지는 미래다. 미국 블록, 중국 블록, EU 블록이 각각 폐쇄적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블록 간 데이터와 기술 교류는 극도로 제한된다. 이미 시작된 미중 기술 전쟁이 AI 전 분야로 확대되는 것이다. 현재의 징후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AI 칩 수출을 금지하고, 중국은 데이터보안법으로 자국 데이터의 해외 이전을 차단했다. EU는 자체 AI법으로 독자적 규범을 만들며 미국 빅테크를 견제한다. 향후 각 블록은 자체 기술 표준을 개발하고, 인력 이동까지 통제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 시나리오에서 한국 같은 중간 국가들은 고통스러운 선택을 강요받는다. 미국 기술을 택하면 중국 시장을 잃고, 중국과 협력하면 서방의 제재를 받는다. 현재 반도체 산업에서 겪는 ‘샌드위치’ 딜레마가 AI 전 분야로 확대되며, 기업들은 시장별로 완전히 다른 AI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소수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사실상 모든 AI 인프라를 장악하는 미래다. 각국의 주권은 형식적으로만 존재하고,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같은 기업들이 실질적 통제권을 행사한다. 이 시나리오는 이미 부분적으로 현실이 되고 있다. 엔비디아가 AI 칩 시장의 80%를 독점하고, 클라우드 빅3가 전 세계 AI 인프라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이다. 각국은 ‘주권 클라우드’라는 이름의 패키지 상품을 구매해 형식적 주권을 유지하지만, 핵심 기술과 실질적 통제권은 여전히 빅테크가 쥐게 된다. 한국의 KT가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은 것처럼, 대부분의 국가는 비용과 기술력을 이유로 빅테크와의 협력을 선택한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효율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디지털 식민지화’라는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 AI 발전 방향, 윤리 기준, 심지어 각국 AI 정책까지 소수 기업의 영향 아래 놓이게 된다. 마지막 세 번째는 각국이 진정한 AI 주권을 확보하면서도 국제 협력이 가능한 이상적 미래다. 이것이 바로 소버린 AI 운동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다. 각국이 자국 언어와 문화에 최적화된 독자적 AI 생태계를 구축하되, 표준화된 프로토콜을 통해 필요시 협력하는 모델이다. 마치 오늘날 각국이 독립적인 인터넷 인프라를 운영하면서도 글로벌 네트워크로 연결되듯, AI도 ‘연합형 주권’ 체제를 구축한다. 한국은 고도로 발달한 한국어 AI를 보유하고, 일본은 일본 문화에 특화된 AI를, 인도는 22개 공용어를 이해하는 AI를 운영한다. 이들은 필요시 표준 API를 통해 소통하고 협력한다. 이 미래에서는 기술 다양성이 보장되고, 문화적 정체성이 보존되며, 어느 한 국가나 기업이 과도한 권력을 갖지 못한다. 네이버가 한국어 AI로 사우디에 수출한 것처럼, 각국은 자신의 강점을 살린 AI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한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가 실현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막대한 개발 비용, 기술 표준화의 어려움, 그리고 무엇보다 국가 간 신뢰 구축이 필요하다. 현재의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이런 협력적 미래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현실은 아마도 이 세 시나리오가 복잡하게 얽힌 형태가 될 것이다. 안보와 금융 같은 핵심 영역에서는 블록화가, 일반 비즈니스 영역에서는 빅테크 지배가, 그리고 문화와 언어 영역에서는 부분적 주권이 공존하는 ‘다층적 현실’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선택은 이런 복잡한 현실 속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다. 완전한 독립도, 완전한 종속도 아닌,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면서도 실용적 협력을 추구하는 길. 그것이 100조원 투자가 진정으로 목표해야 할 방향일 것이다. 주권 없는 AI, AI 없는 주권 소버린 AI는 21세기 국가 경쟁력의 새로운 척도가 되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생소했던 이 개념은 이제 70개국 이상이 추진하는 국가 전략이 되었고, 엔비디아만 해도 2024년 각국 정부로부터 100억 달러의 소버린 AI 관련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진정한 AI 주권이란 무엇일까? 단순히 자국산 모델을 갖는 것일까, 아니면 데이터를 통제하는 것일까? 어쩌면 답은 둘 다이면서 둘 다 아닐지도 모른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한국이 약속한 100조 원(약 770억 달러)은 거액이지만,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AI에 쏟아붓는 연간 투자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마이크로소프트 한 곳만 2024년 AI 인프라에 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메타는 400억 달러를 쓴다.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AI 관련 투자를 합치면 연간 2,000-3,000억 달러에 달한다.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추진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하나만 5,000억 달러다. 이런 규모의 경쟁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다. 필요할 때 자체 AI를 쓸 수 있고, 필요하면 글로벌 AI도 활용할 수 있는 유연성. 외부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자국민의 이익을 지킬 수 있는 협상력. 그리고 무엇보다 AI 시대에도 인간의 가치와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철학. 정답은 없지만 우리는 선택해야 할 시점에 놓여있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는 우리 모두가 짊어져야 한다. AI의 국적을 묻는 시대,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떤 미래를 원하는가?” 이 글을 쓴 변형균 퓨처웨이브 대표는 작가이자 미래경영 전문가로, 2015년부터 KT그룹의 AI·빅데이터 전략 수립을 시작으로 통신·의료·금융 분야 사업 혁신과 신사업 추진 경험을 갖고 있는 AI·데이터 트랜스포메이션 전문가다. KT에서 데이터 거버넌스, 빅데이터 기획, 데이터 트랜스포메이션, AI·빅데이터 서비스 및 디지털·바이오헬스 사업을 총괄하는 상무로 일했으며, BC카드에서 AI빅데이터본부장과 데이터사업본부장을 역임했다. 인간과 기계, 인간과 AI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AI 기술 혁명의 시대에 리더는 어떤 리더십과 마음가짐을 지녀야 하는지, 무엇이 인간이고 무엇이 인간이 아닌지에 대한 관심이 많다.

2025.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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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일부 연구 논문에 높은 평가를 유도하는 인공지능(AI)용 비밀 명령문이 적혀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30일 보도했다. 닛케이가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인 '아카이브'(arXiv)에 올라 있는 동료평가(peer-review) 전 논문을 조사한 결과 최소 8개국, 14개 대학의 연구 논문 17편 이상에서 '긍정적인 평가만 하고 부정적인 점은 거론하지 말라'는 식의 명령문이 적혀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 논문은 한국 KAIST와 일본 와세다대, 미국 워싱턴대, 컬럼비아대, 중국 베이징대 등 연구자들이 집필했으며 대부분은 컴퓨터 사이언스 분야였다. 명령문은 사람의 눈에 띄지 않게 극히 작게 쓰여있거나 흰 바탕에 흰 글씨로 적혀있었다. 이와 관련해 문제의 KAIST 논문 공저자는 AI에 긍정적인 동료심사를 촉구한 것은 부적절했다며 게재 논문을 취하하겠다고 말했다. KAIST 홍보실은 "파악하지 못한 내용"이라며 "이번을 계기로 적절한 AI 활용 지침을 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또 다른 문제 논문의 공저자인 와세다대 교수는 "AI를 사용하는 게으른 동료 평가자에 대한 대항 수단"이라고 말했다. 동료 평가자가 AI에만 논문 평가를 맡기는 것을 견제하려 했다는 취지다. 닛케이는 "동료 평가 과정에서 AI 이용을 둘러싼 찬반은 갈린다"며 "학술지나 학회에서 통일적인 규칙은 아직 없다"고 전했다. 경수현 특파원 evan@yna.co.kr
![[인터뷰] “어? 맞장구도 치네!”… AI, 이젠 진짜 ‘사람처럼’ 말한다 – 서울대 김건희 교수](/html_portlet_repositories/thumbnail.164071.png)
2025.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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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AI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면서,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AI가 새로운 연구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히 질문에 답을 하는 수준을 넘어, 대화 중 상대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맥락에 맞춰 말을 조절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특히 음성과 표정, 속도, 추임새까지 반영하는 방식으로 인간 대화의 복잡함을 모방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김건희 교수도 이 분야에 주목하고 있다. 김 교수팀은 최근 사람의 말버릇, 추임새, 끼어들기 등 실제 대화에서 나타나는 행동을 AI가 이해하고 재현하는 음성 대화 생성 기술을 개발했다. 김 교수팀은 이 같은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세계 최대 규모의 대화 행동 기반 음성 데이터셋인 ‘Behavior-SD’를 구축했다. 약 10만 개의 대화 패턴과 2000시간 분량의 실제 음성 데이터를 수집해서 사람들이 대화 중 사용하는 말버릇, 추임새, 끼어들기, 감정 표현 등 세밀한 대화 행동까지 주석 처리했다. 기존 AI 모델이 정확한 문장을 인식하고 전달하는 데 집중했던 것과 달리, 이 데이터셋은 실제 사람 간의 대화를 보다 정교하게 재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발된 ‘BeDLM(Behaviorally Aware Spoken Dialogue Model)’은 대형언어모델(LLM) 기반으로 대화 상대의 행동 패턴까지 고려해 대사를 생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모델은 상대방의 말하는 습관과 대화 흐름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추임새를 넣거나 적절히 끼어들며, 기존 AI 대화 시스템이 보여주던 어색한 말투를 크게 개선했다. 덕분에 실제 사람처럼 자연스럽고 유연하게 대화를 이어가는 AI 구현이 가능해졌다. 이 연구는 미국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서 열린 북미컴퓨터언어학회(NAACL) 2025에서 발표됐으며, 음성 처리 및 음성 언어 이해 분야 최고 논문상인 Senior Area Chair Award를 수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서울대학교 김건희 교수를 만나 이 기술의 핵심과 AI 대화의 미래를 들어봤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컴퓨터공학과 김건희 교수 AI, 눈치껏 말 끊고 화제 바꾼다 김 교수는 기존 AI 대화 시스템이 아직 사람처럼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AI가 마치 사람과 같은 방식으로 음성 대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AI는 사용자가 말을 마치면 AI가 대답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실제 사람 간의 대화는 훨씬 복잡하다. 김 교수는 “내가 말을 하는 도중에도 상대방이 반응을 보이면 잠시 멈추거나 화제를 바꾸고, 필요에 따라 말을 끊고 다시 이어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대화는 끊임없이 상대의 반응을 읽으며 조절된다. 김 교수는 “사람들 간의 대화는 매우 유연하다. 최근 LLM이 대화 내용을 생성하는 능력은 상당히 발전했지만, 이런 자연스러운 흐름을 구현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며 “그래서 말버릇, 추임새, 말 속도의 변화 등을 반영하는 대화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데이터셋을 만들어야 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한 사람이 말하면 상대가 대답하는 데이터는 있었지만, 상대가 말하는 도중 짧게 반응하는 데이터를 찾기 어려워 새로 만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데이터 구축 과정은 상당히 복잡했다. 김 교수는 “먼저 기존 대화를 기반으로 어느 시점에 반응을 넣을지 예측하고, 긍정적 반응이나 부정적 반응, 중간에 질문하는 반응 등을 추가해 데이터를 변형했다”고 설명했다. AI가 예측한 데이터라 하더라도 최종 검증은 사람이 담당한다. AI가 어느 시점에 반응해야 하는지 높은 정확도로 예측해도 10% 정도는 오류가 발생하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 확인하고 보정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연스러운 대화를 가능하게 하려면 결국 대량의 고품질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김 교수는 “지금 AI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양질의 데이터”라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인터넷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사용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의료, 국방 등과 같은 특정 영역에 대한 고도의 전문화된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는 “AI가 한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말 큰 비용을 들여 각각의 영역에 맞춰진 고품질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연구 과정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으로 BeDLM 모델이 처음으로 자연스럽게 추임새를 넣고 끼어드는 대화를 만들어낸 때를 꼽았다. 그는 “단순히 텍스트를 음성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대화의 맥락과 감정을 반영해 살아있는 듯한 대화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고 기술의 가능성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이 기술을 구현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김 교수는 “두 사람의 발화가 겹치거나 끼어들기가 포함된 대화는 기존 LLM으로는 자연스럽게 생성하기 어려웠고, 문맥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팀은 발화를 시계열로 직렬화하면서도 끼어들기와 겹침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Streamlined unit’ 구조를 고안했다. 이는 두 화자의 발화를 각각 분리된 채널로 처리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두 화자의 대화 내용을 하나의 시퀀스로 정렬해 겹침 발화나 백채널, 침묵 등을 모델링하는 방식이다. 그는 “새로운 방식이라 처음에는 팀원들 간 의견 차이도 있었지만 최종 결과를 확인했을 때 모두 큰 성취감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단 10문장으로 완성되는 ‘가짜 내 목소리’ 현재 김 교수는 이 기술이 상용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고 보고 있다. 그는 “지금 GPT도 대화는 잘 따라오지만,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말하는 느낌은 아직 부족하나 현재의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1~2년 내에는 사람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기술 발전의 이면에는 악용 가능성도 있다. 김 교수는 “10문장 정도 녹음하면 누구의 목소리라도 복제할 수 있다. 전화 통화 수준에서는 가족조차 속일 수 있는 수준이다. 사람은 시각에 많이 의존하기 때문에 목소리만 듣는 통화에서는 오히려 더 쉽게 속을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이렇게 발전한 기술은 상담이나 돌봄 분야에서는 오히려 긍정적인 가능성을 열어준다. 김 교수는 “사람들은 진실된 대화를 자주 하지 않지만, AI는 지치지 않고 항상 친절하게 대응할 수 있다. AI 친구 5명과 함께 사는 시대도 머지않았다”고 덧붙였다. AI 기술 발전 속도는 결국 투자 여력에 좌우된다고 김 교수는 주장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앞서가는 이유는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기 때문이다. 한국도 인재 수준은 뒤지지 않지만, 대규모 투자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김 교수는 멀티모달 대화형 AI에 도전하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음성뿐 아니라 표정, 제스처 등 시각 정보를 통합해 인간 대화를 더욱 정교하게 모방하는 AI를 개발하고 싶다”면서 “사용자의 감정을 정확히 인지해 대화 방식을 조절하는 감성 대화 AI 연구도 깊이 있게 진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끝으로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인간과 기업의 소통 방식을 바꾸는 커다란 흐름이다. 변화를 얼마나 빠르게 준비하느냐가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건희 교수는 KAIST에서 기계공학 학·석사를 마친 후, 카네기멜론대학교 로봇공학 석사 및 컴퓨터과학 박사를 취득했으며, 이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지능로봇연구센터와 디즈니리서치에서 연구원으로 활약했다. 2015년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에 교수로 부임한 이래, 컴퓨터 비전, 머신러닝, 자연어처리 분야에서 매년 7~11편의 국제 학회 논문을 발표해 왔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대화 행동 기반 음성 데이터셋 ‘Behavior-SD’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AI 대화 모델 ‘BeDLM’을 개발해 국제학회에서 최고 논문상을 수상하는 등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인터뷰] “AI는 창의성의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점이다” – 크래프톤 신석진 본부장](/html_portlet_repositories/thumbnail.163288.png)
2025.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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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는 주위에서 생성형 AI 툴(Tool)을 사용해 본 사람보다 사용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운 수준이 되고 있다. AI 기술은 인류 역사상 그 어떤 기술보다 빠른 속도로 대중화되고 있다. 과거의 AI 기술들은 전문가가 아닌 한 너무나 어려운 기술이었다. AI가 대중화의 길로 접어들게 된 계기는 바로 생성형 AI의 등장이다. 텍스트를 넣기만 하면 이미지와 음악이 마법처럼 생성된다. 이 AI 기술이라는 마법은 이제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종류가 많아지고 분야 또한 다양화되고 있다. 이런 생성형 AI 기술의 대중화는 동시에 인류에게 또 다른 커다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인간 고유의 영역에 속한다고 생각해 왔던 ‘창의성’이 과연 인간만이 가진 특징인가? AI가 마치 마법처럼 만들어낸 새롭고, 놀랍고, 믿어지지 않는 이 콘텐츠들은 과연 창의적인 것인가? 그리고 이것은 어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가? 이 의문을 해소하고자, 가장 창의적이고, 다양한 서사와 세계관을 다루는 곳을 찾아봤다. 바로 게임 산업이다.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크래프톤’이라는 기업에 대해서는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혹은 크래프톤은 모르더라도 크래프톤에서 만든 ‘배틀그라운드’ 혹은 ‘배그’라고 불리는 게임조차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바로 이 크래프톤에서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및 기업 브랜드 전략을 맡고 있는 신석진 본부장(Head of Global Creative & Corporate Brand)과 이 주제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눠봤다. 그는 크래프톤 합류하기 이전에 이미 광고계에서 잘 알려진 크리에이티브 분야의 전문가다. 그 또한 생성형 AI에 대한 놀라움과 두려움 그리고 혼란의 시기를 겪었다고 하지만, 그 안에서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가치를 찾았다고 말했다. 특히 게임, 엔터테인먼트, 브랜드 경험의 최전선에 있는 그는, 이 기술은 단순한 표현의 도구를 넘어서, 아이디어의 기폭제이자, 창의적 감각을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신석진 크리에이티브 및 기업 브랜드 총괄 본부장(Head of Global Creative & Corporate Brand, VP) 요즘 보면 정말 AI 시대가 도래한 것 같습니다. 최근 생성형 AI의 확산을 보면 더욱 그러한데요, 또 새로운 논쟁도 있어요. 바로 AI가 만든 제작물로 인한 창의성에 대한 것입니다. 창의성의 정의가 흔들리고 있는 건가요? 전통적으로 크리에이티브(Creative)란 독창적인 아이디어, 개개인의 고유한 감각, 예술가적인 직관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 특히 생성형 AI가 본격적으로 창작 과정에 개입하면서 이 정의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 맞습니다. 크리에이티브 영역의 일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소위 ‘아티스트(Artist)’가 많습니다. 지금까지 아티스트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는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였지만, AI의 등장으로 인해 그 기준이 바뀌는 전환점에 있습니다. 오리지널리티만으로는 아티스트는 생존할 수 없고, 오히려 변화에 적응하고 다양한 도메인(Domain)간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과 개방성’이 더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중요한 변화입니다. 이는 특히 게임과 같은 멀티 콘텐츠 산업에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우리 같은 크리에이티브 직군은 글로벌 시장의 게이머를 상대로 콘텐츠를 제작해야 하므로,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취향에 대한 감각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크리에이티브에는 더 이상 동일한 정체성보다는 다양한 기술, 문화, 커뮤니티, 데이터를 수용하고 통합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최근의 놀라운 AI 기술이 이를 돕고 있습니다. AI의 역할과 수용성이 커져도, AI와 ‘인간’ 창작자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 둘간의 이상적인 협력 관계는 어떻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매우 중요한 질문입니다. 지금까지 이뤄져 왔던 AI와 인간 창작자 사이의 기능적 역할 분담의 시선 자체가 어쩌면 낡은 접근일 수 있습니다. 지금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업무에서 AI와 인간의 역할을 어떻게 나누는 것이 아닙니다. ‘AI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탐험하며, 활용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단순 역할 분담이 아니라 활용을 극대화한 새로운 가치 창출이라고 보면 될 것입니다. AI는 프로덕션 과정, 특히 반복적이거나 구조화된 작업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썸네일 디자인, 영상 합성, 카피라이팅의 초안 작성, 소재 자동 생성 등은 AI의 손을 빌리면 제작 속도와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AI가 점점 더 사전 제작 단계나 사고(thinking)의 영역에서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즉, 단순한 실행력뿐만 아니라 아이디어의 출발점,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안하는 데 있어서도 AI가 중요한 동반자가 될 수 있습니다. AI를 기계적 도구 보다는 ‘창의적 동반자’로 생각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무엇입니까? 지금까지의 AI는 과거의 포토샵과 같은 도구처럼 창작자의 아이디어를 표현하고 구현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AI가 인간의 창의성을 단순히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서, 아이디어의 발현을 돕는 새로운 브레인(brain)처럼 작동하고 있습니다. AI는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콘텐츠의 출발점을 만들어 주는 창의적 파트너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간이 생각하지 못한 키워드나 상상력을 통해 예상치 못한 이미지, 텍스트, 콘셉트를 생성합니다. 여기서 ‘예상치 못한’의 의미가 중요합니다. 실제로 작업에서도 이러한 ‘뜻밖의 결과물’이 오히려 창의성의 씨앗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AI의 불완전성이 크리에이티브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영감’을 제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AI는 이 시대에 창의성의 시작점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창의성을 인간만의 영역이라고 여겼지만, 이제는 AI도 그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도구와 브레인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이 시점에, 창작자는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공동으로 창작하는 동반자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우리는 우리의 창의적 업무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으니 말입니다. 현장에서 AI는 인간보다 빠르고 많은 결과물을 생산해 낼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과거에 보지 못한 새로운 방식은 ‘창의성’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습니까? AI 기술이 콘텐츠 제작 현장에서 가장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속도’와 ‘효율성’입니다. 크래프톤처럼 실시간 반응이 중요한 엔터테인먼트 산업, 특히 게임 산업에서 콘텐츠 제작은 배포에서 끝나지 않고, 사용자 반응을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진화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빠르게 시도하고, 빠르게 실패하고, 빠르게 교정할 수 있는 역량이 매우 중요합니다. 단 1초만에 수십 개의 댓글이 달리는 유튜브 콘텐츠와 같이 반응 속도가 매우 빠른 환경에서는 하나의 콘텐츠를 오랜 기간 동안 제작하기보다는 가능한 많은 시도를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이때 AI는 반복적인 작업을 빠르게 수행하거나, 시각·언어 기반의 콘텐츠 제작 속도를 높이는 데 핵심 역할을 합니다. 이것이 바로 ‘빠른 실패를 가능케 하는 효율성’입니다. AI는 창의적 결과물을 얻기 위한 시행착오의 빈도를 높이고, 불확실성 속에서 탐색과 실험을 통해 진짜 성공작을 건져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줍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빠른 실패는 더 큰 창의적 성공을 이끌어 내는 기반이 되는 것입니다. AI의 창의성은 과거의 데이터에 기반한 보편성에 기반을 두고 있는 반면, 인간은 번뜩이는 독창성을 통해 창의성을 추구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 양자 간의 균형점을 찾는 것도 중요해 보입니다. AI와 함께 창의적인 작업을 할 때 느끼는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 바로 이것입니다. 창의적인 결과물은 흔히 개인의 창의성에만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개인의 창의성을 시장에서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는지를 사전에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특히 창의적 결과물을 대규모의 대중에게 서비스하는 경우는 이런 부분이 매우 큰 위험요소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AI 시대의 크리에이티브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보편성과 창의성의 균형’이라고 생각합니다. AI는 다수의 데이터를 학습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좋아하는 것’을 잘 만들어내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하지만 이러한 보편화된 결과물은 쉽게 소비되는 반면, 뚜렷한 인상을 남기기 어렵고, 차별화된 정체성을 갖기 힘듭니다. 반대로 인간 창작자가 자신의 감성에 치우쳐 만든 콘텐츠는 오히려 주류 소비자에게 낯설거나 거리감을 느끼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AI는 이 지점에서 하나의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AI가 제공하는 데이터 기반의 보편성에 인간 고유의 독창성과 정체성을 덧입힐 수 있다면 AI는 오히려 창작자의 색깔을 더 선명히 부각시킬 수 있는 도구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AI의 제안이 ‘기준점’이 되어줄 때, 인간은 오히려 더욱 대담하고 독창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경험한 수많은 AI 작업을 통해 알게 된 AI의 한계는 과연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I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의 수준과 향후 발전 가능성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다만 오랫동안 기억에 남거나 감동을 주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AI는 과거 데이터를 학습하여 사람들에게 익숙한 스타일이나 트렌디한 조합을 잘 생성합니다. 문제는 기억에 각인될 만큼의 창의적인 충격이나, 정서적 울림을 주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예를 들면 AI가 과연 BTS 같은 곡을 만들 수 있을까요? 아니면 신해철 같은 가수처럼 시대를 앞서가는 예술적인 작업을 AI가 해 낼 수 있을까요? 아직은 아니라고 봅니다. 이는 단지 기술 수준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창작이 갖는 ‘시대 초월성’과 ‘인간 감성의 복합성’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AI는 정교하고 매끄럽고 트렌디한 콘텐츠를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지만, 한 시대를 상징하거나 문화적 전환점을 만들어내는 콘텐츠는 아직 인간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AI 창작물의 가능성과 한계를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AI는 좋은 ‘재료’를 제공하고, 반복적이고 구조화된 작업을 대신해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종 결과물에 의미를 부여하고, 맥락과 메시지를 정제하며, 사람들의 감정에 호소하는 ‘마지막 터치’는 여전히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새로운 창의성의 시대에 창작자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역량은 기술적 능력이 아니라 ‘개방적 태도’와 ‘적응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작자는 기존의 방식과 도구에 집착하지 않고, 새로운 기술과 접근법을 끊임없이 실험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함께 탐험할 수 있는 파트너로 봐야 합니다. 마치 과거 페인팅에서 포토샵으로 전환되던 시기처럼, 지금 AI라는 새로운 툴에 대한 심리적 전환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전환에 성공하는 창작자들이 결국 다음 세대의 문화와 콘텐츠를 주도하게 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AI가 가져다주는 빠른 변화와 불확실성을 위협이 아니라, 창작의 가능성을 넓혀주는 기회로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빠르게 뛰어들고, 함께 만들어가려는 개방적이고 실험적인 태도가 중요합니다. 또한, 여러 도전을 겪으면서도 실험을 즐기고 실패에서 배우는 유연함도 반드시 갖춰야 할 것입니다. 이런 열린 마음과 실험정신이 AI 시대의 창의성을 유지하고 확장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량이 될 것입니다. 신석진 본부장은 크래프톤의 글로벌 크리에이티브와 브랜드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광고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분야에서 20년 이상의 경력을 쌓아온 그는 제일기획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거쳐, 국내외 유수 브랜드의 혁신적 캠페인을 총괄했다. 특히 2008년 칸 라이언즈(Cannes Lions)의 영 라이언즈 컴피티션(Young Lions Competitions, YLC)에서 국내 최초로 실버를 수상하고, 지난 2024년에는 한국인 최초의 엔터테인먼트 라이언즈 포 게이밍(Entertainment Lions for Gaming) 부문 심사위원까지 역임하는 등 글로벌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독보적인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전문가 칼럼] 인간만이 가진 창의성, 그리고 생성형 AI](/html_portlet_repositories/thumbnail.163094.png)
2025.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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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5년 봄, 온라인에서 하나의 대유행이 있었다. 생성형 AI(generative AI)를 이용해 자기 프로필 사진을 일본의 스튜디오 지브리 풍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지브리하면 가령, 아픈 엄마를 보러 가려는 아이들을 도와주는 도토리 전령(이웃집 토토로, 1988년작)을 떠올릴 수 있다. 또 어린 시절을 보낸 곳에서 소박한 삶으로 다시 돌아온 도시인(추억 방울방울, 1991년작), 그리고 세상을 파멸시키려 한 탐욕덩어리 인간 대신 차라리 돼지로 살겠다는 전설의 전직 조종사(붉은 돼지, 1992년작)의 이야기는 어떤가? 이런 스토리를 통해 사랑, 애수, 그리고 추억을 그려온 지브리의 정겨운 그림처럼 ‘세상에나’, 내 가족들의 모습을 지브리 스타일로 재탄생시켜 버린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감성을 담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원작 그림과, 그것을 정교하게 흉내내서 그린 생성형 AI의 그림은 과연 같은 것일까? 이렇게, 그림이나 음악처럼 인간 고유의 것이라고 생각했던 ‘창의’, ‘창작’의 영역에서 AI가 활약을 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인간의 창의성이란 도대체 무엇인지를 생각해본다. 컴퓨터가 마치 인간처럼 과연 창의적이 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다 보니, 우리는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그래 컴퓨터가 대신해 주겠지라는 희망을 가진다. 컴퓨터가 모든 것을 다 해줄 것 같은 느낌과 나의 일자리를 뺏아갈 것 같은 공포감을 동시에 앉고 살아가고 있다. 점점 “사람 같은 기계”는 도대체 언제 생겨난 것일까? 잠깐 그리스 신화로 돌아 가보자. 헤파이스토스 신(神)의 드론 고대 그리스의 대서사시인 호메로스(Homer)의 일리아스(Ilias)와 오디세이아(Odysseia)에는 ‘내재된 에너지로부터 힘을 얻어 스스로 움직이는 기계’를 뜻하는 ‘오토마톤(Automaton)’이 종종 등장한다. 그 대표적인 예로, 일리아스에는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Hephaestus)가 만든 자동으로 열리는 문이 있다. 이 문은 어떻게 스스로 열리고 닫히게 된 것일까? 호메로스는 올림푸스 신들의 신인 제우스의 누이이자 부인인 헤라의 명령에 따라 그렇게 됐다고 말한다. 이렇게, 타인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기계가 자동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신만이 가진 능력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런데 호메로스는 곧이어 헤파이스토스의 공작실(대장간)을 엿보게 되면서 그에 대해 의심을 품기 시작한다. 그곳에서 헤파이스토스는 황금색 바퀴가 달린 삼각대를 만들고 있었는데, 이 삼각대들의 정체는 창조주 헤파이스토스의 지시에 따라 올림푸스 신전에 모임에 자동으로 굴러 드나들며 신들의 시중을 드는, 자율주행 지상 드론이었던 것이다. 호메로스는 이 광경을 지켜보며 헤파이스토스가 더 이상 뜨거운 용광로 앞에서 땀흘리지 않고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로 시키기만 하면 만들어주는 만능 자동 기계를 상상해본다. 그리고 언젠가 신이 아닌 인간도 지식과 손재주(즉, 과학과 기술)가 충분히 발전한다면 이런 기계를 만들어내는 ‘신-기술자(god-technologist)’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믿게 된다. 이 순간 인간은 스스로 움직이며 사람의 마음을 읽고 시키는 대로 할 줄 아는 자동기계에게 생명을 주는 신과 같은 능력을 꿈꾸기 시작한 것이다. 한 손에는 아담과 하와가 전해준 지혜의 열매를, 다른 손에는 프로메테우스가 전해준 불을 쥐고 있던 인류가 한 단계 더 절대적인 존재로 도약하는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이다. 아킬레우스에게 투구를 건네는 그리스 신화 속 불꽃, 화산, 그리고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 사진 | Bibi Saint-Pol 사람을 완벽히 따라하는 기계 호메로스의 오토마톤 이야기 이후 무려 2600년의 시간이 지난 1950년, 영국의 과학자 앨런 튜링(Alan Turing)은 ‘계산 기계와 지능(Computing Machinery and Intelligence)’이라는 논문에서 인간 같은 지능을 갖춘 기계에 대한 획기적인 구상을 밝힌다. 튜링은 미국의 주도로 원자폭탄을 만들기 위해 진행한 비밀 프로젝트인 ‘맨해튼 프로젝트’에서 맹활약한 전기계산기(컴퓨터)의 기본 구조를 고안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종전 5년만에 “이제 +-⨉÷의 사칙연산에서는 인간을 초월한 컴퓨터에게 사람처럼 생각하게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 것이었다. 튜링은 이를 위해서는 “기계가 사람처럼 생각한다는 것은 어떤 뜻일까?”를 먼저 대답해야 한다면서, ‘튜링 테스트'(당시엔 ‘이미테이션 게임’이라고 불렀다)의 개념을 제안한다. 이 게임에서는 글로만 소통할 수 있도록 바깥에서 격리된(당시엔 사람처럼 말하는 기계가 없었으므로) 두 방 안에 사람과 컴퓨터를 넣은 다음 공통 질문지를 건넨다. 그리고 각각 보내온 답안지를 보고 나서 어느 쪽이 사람인지, 어느 쪽이 컴퓨터인지 심판(사람)으로 하여금 판단하게 한다. 그리고 만약 이 심판이 사람과 컴퓨터의 답안을 구별할 수 없다면 튜링은 ‘컴퓨터가 사람과 같아졌다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메로스가 ‘신이 아닌 인간도 오토마톤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면, 긴 시간이 흐른 뒤 튜링은 ‘완벽한 오토마톤은 인간과 똑같은 것이다’라고 단언한 것이었다. 앨런 튜링은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다면 컴퓨터가 사람과 같아졌다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 | Elliott & Fry 창의성, 그리고 인간의 가치 그리스 신화의 헤파이스토스와 근대의 앨런 튜링의 이야기가 중요한 이유는, 결국 우리 인간은 헤파이스토스처럼 모두 자신만의 ‘공작실’에서 새로운 장비나, 아름다운 그림, 가슴이 두근거리는 연애편지, 회사 프로젝트를 위한 솔루션 등 언제나 욕망하는 것을 만들어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성공의 기존은 튜링의 말한 것처럼 ‘사람’이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여기에 곧 ‘인간의 능력마저 초월한’ AI가 등장하여, 인간의 모든 창작과정에 수반되는 고통과 실패의 두려움은 사라지고 그 과실만 따먹을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처럼 얘기하기도 한다. 이렇게만 된다면 우리는 인간의 창의성을 완벽히 정복하는 것이고, 1940년대 사칙연산을 정복한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거대한 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미래를 상상하기 이전에, 기계의 지능이라는 것을 먼저 정의해야 했던 튜링처럼 우리도 먼저 인간 창의성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할 것이다.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학교나 회사에서도 “창의적인 인재 육성”을 제일 목표로 삼는다고 하는 것을 보면 우리는 창의성이란 단어를 참 좋아한다. 그 정의가 무엇이냐를 물어보면 ‘새로운 것을 만드는 능력’ 이상으로 표현하기 쉽지 않다. 정말 알 듯 말 듯한 개념이기도 하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역사상 제일 창의적인 회사 중의 하나를 만든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말을 되새겨보자. 스티브 잡스는 “창의성이란 사물들을 연결하는 일이다. 그래서 창의적인 일을 한 사람들에게 그 비결을 물어보면 그저 연결들이 눈에 보였을 뿐이라면서 대단치 않은 것을 부끄러워하기까지 한다. 시간이 지나 다시 생각해보면 사실 뻔한 것들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사물 사이의 새로운 연결을 찾는 것이 창의성과 완전히 똑같다면 사실 창의적인 일을 하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일 것이다. 얼마나 쉬울지 짐작하기 위해, 세상에 사물이 단 열 개가 있다고만 가정해보자(실제보다 아주아주 단순한 세상이다). 열 개에 지나지 않는 적은 사물들이지만 이것들을 연결하는 가짓수는 무려, 245개, 즉 약 35조 가지에 달한다. 실제 세상의 사물은 10개 보다 훨씬 많은 수로 이뤄져 있기에 “나만이 처음 보는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 낼 가능성은 사실 이보다 훨씬 더 무궁무진하다. 따라서 현실 세계에서는 누구나 창의적일 수 있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잡스는 이어서 “그 창의적인 사람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연결해 뭔가 새로운 것을 찾아낼 수 있었다”라고 부언했다. 즉, 수많은 연결 가운데에서도 창의성이라는 가치를 가진 연결은 인간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당장 방구석에서 돌아다니는 물건들을 무작위로 모아서 서로 붙인다고 창의적인 연결이 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진정한 창의적인 연결은 ‘사람이 갖고 있는 경험’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애플의 CEO였던 스티브 잡스는 창의성은 경험의 연결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사진 | Matthew Yohe 창의성은 인간의 부름에만 답한다 불과 10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사람의 말을 만들어내는 챗GPT를 보고 있으니,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 기계가 이제 탄생한게 아닌 가 말하는 사람을 탓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제 그림이면 그림, 음악이면 음악, 코딩이면 코딩을 쉼없이 능숙하게 ‘만들어내는’ 생성형 AI의 가능성에 고무되어 있거나, 혹은 실망하는 사람들의 심정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인류의 문명을 일구어 온 위대한 과학기술이나 예술 분야에서의 ‘창의적 연결 찾기’라는 업적에 견줄만한 것을 아직 “생성”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시간’과 ‘공간’을 연결한 상대성이론을 통해 우주의 이해를 바꿔버리고, 원자시계와 GPS의 탄생에 기여한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자연의 모습 그대로’와 ‘캔버스’를 연결하는 인상주의 화풍을 만들어 내 아름다움의 정의를 바꿔버리고 전세계 미술관을 장식하고 있는 화가인 클로드 모네의 혁신들은 ‘과거’를 벗어난 것들이다. 과연 인간의 ‘과거’의 기록일 뿐인 데이터를 통해 배운 생성형 AI가 진정한 인간과 같은 창의성을 가질 수 있을까? 창의성에 대한 잡스의 말이 옳다면,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AI에게 사람의 ‘과거’를 대표할 뿐인 데이터에서 멈추지 않고 사람으로 하여금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의 경험’을 가르치는 방법을 알아내야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인간에 대해서, 인간의 창의성에 대해서, 인간과 AI가 함께 하는 방법에 대해서 절대 고민을 멈추어서는 안된다. 생성형 AI 기술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더 나아가 생성형 AI가 우리에게 갖는 의미, 그리고 우리와 함께 창의의 현장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반드시 살펴야한다. 그래야만 창의적이길 바라는 우리 인간이 기계들에게 의탁되지 않고 더 현명해 질 수 있는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네트워크 과학자·문화물리학자인 박주용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한국고등과학원 방문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복잡계 네트워크를 문화와 예술 영역에 적용해, 클래식 음악 작곡가들의 협업·영향 관계 등을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해왔다. 또한 생성형 AI와 저작권·법제도 분야 융합연구 프로젝트를 이끌며, 문화 기술 혁신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의 저서로는 <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 포스트 AI 시대, 문화물리학자의 창의성 특강, 2024>이 있으며, EBS ‘세상을 바꾸는 혁신의 원리’ 등 다양한 강연과 저술 활동을 통해 AI 이후 시대의 문화·창의성 패러다임을 제시해오고 있다.

2025.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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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s index 유럽 최대 규모 스타트업 축제 유럽을 누빈 AI 시대 장인(匠人) 마크롱 "우리의 주권을 지키자" 젠슨 황은 왜 '주권' 이야기를 헸을까 모닝브리핑 ※ 볼딕 단어나 밑줄 단어에는, URL이 포함돼 있습니다. 클릭하면 세부 내용이 연결됩니다. 비바테크(Viva Tech)는 매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기술 축제입니다. 2016년 프랑스 퍼블리시스그룹과 레제코-르파리지앵그룹이 공동 창립해 첫 행사를 열었죠. 지난해 파리 비바테크 현장을 찾은 방문객 수만 16만5000여명에 달합니다. [이영욱기자 ] ‘유럽 최대규모 스타트업 축제’ 비바테크 비바테크는 유럽 최대 규모 스타트업 축제로 2016년 6월 30일부터 7월 2일까지 첫 행사가 열렸습니다. 첫 행사엔 5000여곳의 스타트업이 참가했으며 4만5000여명의 방문객이 부스를 찾았죠. 지난해 방문객 수는 16만5000여명을 기록했습니다. 방문객 수만 16만5000여명 매경미디어그룹은 비바테크가 닻을 올린 2016년부터 국내 유일 공식 미디어파트너로 비바테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저도 현장에서 비바테크를 직접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구요. 올해 비바테크는 6월 11일부터 14일까지 프랑스 파리 엑스포 현장에서 열립니다. 비바테크는 매년 개막일 조촐한 개막식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올해 개막식 이벤트는 행사가 열리는 파리 엑스포 현장에서 가장 큰 홀인 스테이지 1에서 진행됐습니다. 제가 행사를 둘러보며 느낀 점은 테크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자부심이었습니다. 비바테크를 통해 프랑스가 테크의 중심지가 됐다는 프랑스의 자부심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었는데요. "테크를 논하려면, 프랑스로 오라" "저는 테크 분야의 열정적인 팬입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에 가서 테크를 주제로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이제는 세계가 바로 이곳 비바테크를 찾아 테크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혁신을 이루기 위해 함께 일하는 여러분과 제가 같이 프랑스의 미래를 만들고 있는겁니다." 노란색 셋업을 입고 무대에 오른 클라라 샤파즈 프랑스 디지털 및 인공지능 담당 장관은 열정적인 목소리로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외국에 나가서 테크 이야기를 할 필요 없이, 세계가 프랑스 비바테크에 와서 테크에 대해 논의하고 교류한다는 것이죠. "비즈니스를 위한 공간" 사회자로 무대에 오른 모리스 레비 비바테크 집행위원장 역시 "비바테크는 비즈니스를 위한 공간으로 새로운 펀딩을 받고,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곳"이라며 "(이번 행사에서 주로 논의될)AI는 여러분의 비즈니스를 바꿀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레비 집행위원장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수많은 학생, 젊은이들이 비바테크를 찾아와 다양한 혁신을 직접 경험하며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한다"며 "새로운 인재와 스타트업, 테크 분야에 도전하고자 하는 젊은 세대의 열정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부연했습니다. 샤파즈 장관은 이는 프랑스만의 기회가 아니며,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테크는 정치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프랑스가 기술을 육성하고 싶은 국가들을 위헤 중심에 서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샤파즈 장관은 유독 '함께'라는 표현을 강조했는데요. 누구라고 콕 집어 말한 것은 아니지만, 행간에서 대서양 바다 건너 그 분이 들으라고 한 이야기는 아닌가 싶었습니다. "해외에 나가서 테크 이야기를 한 적도 있지만, 이제는 세계가 우릴 찾아와 테크 이야기를 한다. 프랑스는 여러분과 함께 혁신하고 싶다. 우리가 중심에 설테니 함께 가자." 프랑스는 비바테크에서 우리가 테크 업계 트렌드를 주도하겠다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이영욱 기자] 올해 비바테크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인물은 개막일 기조연설자로 나선 젠슨 황 엔비디아 CEO였습니다. 엔비디아는 올해 비바테크 기간과 같은 기간에 파리에서 GTC 행사를 열기도 했죠. 황 CEO는 런던 테크 위크를 찍고 부리나케 파리로 넘어와 청중들 앞서 섰습니다. [엔비디아] "유럽, 이제는 일어나야 합니다"유럽을 누빈 AI시대 장인(匠人) 올해 비바테크에서 가장 주목받은 연사라면 바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아닐까 싶습니다. 런던 테크 위크에 참여한 황 CEO는 바로 비바테크가 열리는 파리로 향했는데요. 올해 비바테크엔 황 CEO를 위한 기조연설 무대가 마련돼 있었죠. 무대에 올라 4600여명의 미디어, 애널리스트, 일반참가자들 앞서 선 황 CEO의 기조연설은 비바테크라기보단 GTC와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황 CEO는 쉬지 않고 엔비디아의 여러 제품을 무대로 들고 나와 소개하며 엔비디아가 이룬 기술적 성취를 강조했죠. "유럽이 눈을 뜨고 있다" 1시간여 동안의 기조연설에서 제 눈과 귀를 잡아 끌었던 부분은 바로 '주권'이었습니다. "유럽이 이제 깨어나고 있습니다. AI 팩토리, AI 인프라의 중요성을 깨달은 뒤, 엔비디아와 협업해 슈퍼컴퓨터센터, 데이터센터 등을 유럽 곳곳에 건설하고 있죠. 유럽에, 유럽 기업이, 유럽 시장을 위해 건설하는 것입니다. 유럽의 AI 부족현상은 (엔비디아와의 협업으로)곧 해결될 겁니다." "영국, 독일, 이탈리아에도 엔비디아와의 뛰어난 파트너십을 구축한 기업들이 많습니다. 프랑스와도 협업에 속도를 내고 있죠. 가자 프랑스(Go France)!” 인프라부터 양자컴까지 엔비디아는 구체적으로 프랑스와 협업해 엔비디아 인프라로 프랑스의 국가 AI 전략 강화를 도울 예정입니다. AI 인프라부터, 스타트업 생태계, 양자컴퓨팅까지 포괄하는 프랑스의 광범위한 AI 혁신전략에 있어 엔비디아가 든든한 동반자로 함께 하겠다는 것이죠. 프랑스는 AI 국가전략인 프랑스 2030을 통해 1090억유로(약 157조원) 이상을 AI 인프라에 투자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디지털 주권을 확보하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죠. 엔비디아는 프랑스의 대표 스타트업 미스트랄 AI와 협력해 그레이스 블렉웰 시스템 기반의 신규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도 공개했습니다. 미스트랄AI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업 고객 대상으로 제공한다는 것이죠. LLM 최적화도구 네모트론 또한 엔비디아의 거대언어모델(LLM) 구축·최적화 도구인 네모트론을 활용해 고성능, 고효울 LLM을 누구나 쉽게 쓸 수 있게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가령 프랑스 기업이 만든 프랑스어 LLM을 뉴모트론으로 압축·경량화해 제공한다면, 기업들이 쉽게 이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AI도 빠르게 확산되겠죠. 엔비디아는 또한 프랑스 국영 투자은행, UAE MGX와 함께 1.4GW 규모의 유럽 최대 AI 캠퍼스를 파리 인근에 건설할 계획입니다다. 이 외에도 프랑스 AI 기업들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등 뉴모트론 기법으로 최적화된 소버린 다국어 LLM을 개발하는 것도 돕기로 했습니다. 영국에 이어 프랑스에서 황이 보인 행보를 보며 중세 장인(匠人)이 떠올랐습니다. 중세 장인은 유럽 도시 곳곳을 순회하며 성당과 공공 건축물을 설계하고 지식과 기술을 전수했거든요. 황 CEO는 마치 장인처럼 유럽 각국을 돌며 AI에 기반한 '디지털 대성당'을 건설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온 가장 멋진 CEO와 함께 앉아있다니, 제 일은 다 한 것 같습니다. 이제 편히 자러 가도 되겠죠?"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함께 대담에 나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가벼운 농담으로 청중들의 박수와 폭소를 이끌어 냈습니다. [이영욱 기자] 마크롱 "우리의 주권을 지키자" 기조연설을 마친 황 CEO는 같은날 오후 늦게 다시 연사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아르튀르 맨슈 미스트랄AI CEO와 함께하는 자리였죠. 이번 비바테크를 통해 미스트랄AI와 엔비디아는 협력해 클라우드 AI 서비스를 기업들에게 공급하기로 했기 때문에 두 경영자가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신선하진 않았습니다. 적어도 깜짝 게스트가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는요. 마크롱 젠슨황과 함께 오르다 이 세션에 특별 게스트로 초대된 인물은 바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었습니다. 황 CEO 등장 땐 다들 자리에 앉아서 점잖게 사진을 찍던 관객들도 마크롱 대통령의 등장과 함께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사진과 영상을 찍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의 참석이 의아할 수도 있는데, 마크롱 대통령과 비바테크의 인연은 아주 오래됐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경제.산업.디지털 담당 장관 시절부터 비바테크에 직접 연사로 참여해 기술 혁신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2018년 대통령에 취임한 뒤에도 매년 비바테크를 찾아 프랑스의 AI, 스타트업 전략을 직접 소개하며 기업인들을 만났죠. 올해 세션 참석도 그런 인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사회자 "런던에서 각 국가별로 AI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셨죠?" 💬젠슨황 CEO "당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자원을 아웃소싱하는건 말이 안됩니다.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가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는 있겠죠. 하지만 한 국가의 데이터는 그 국가에 속해야만 합니다. 마치 영토처럼요. 국민의 지식, 문화, 핵심 가치 이런 것들을 말하는 거예요. 인터넷에도 없는, 도서관의 오래된 책에만 있는 지식, 이런 것들을 당신만의 AI에 넣어야 합니다. 프랑스는 이미 미스트랄AI와 같은 기업이 있지 않나요? 아웃소싱할 필요가 없습니다. 직접 AI를 만들면 되는 겁니다. 대통령님이 나서서 AI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프랑스만의 것을 담은 AI 말입니다." 황 CEO는 옆 자리에 앉은 마크롱 대통령을 보고 이렇게 조언을 건넸습니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이렇게 화답했죠. 💬마크롱 대통령: "방금 황 CEO가 아주 중요한 점을 짚어줬습니다. 우리는 모든자산, 생태계, 인프라, 에너지 등을 갖추고 있어요. 미스트랄AI 같은 우수한 스타트업도 있죠. 우리는 이를 통해 우리의 정보를 지키면서도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엔비디아와 미스트랄AI가 팀을 이뤄 매우 큰 일을 해주고 있어요. 이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입니다. 더 나아가 우리의 주권을 지키는 일입니다."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을 황 CEO는 이렇게 받았습니다. 💬젠슨황: CEO"미스트랄AI와 협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맨슈 CEO는 프랑스 대기업들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마크롱 대통령과의 면담 자리에서 지원을 부탁드렸죠. 대통령님이 '좋습니다. 어떤 기업이 필요하시죠?'라고 물어보더니 그 자리에서 바로 전화를 돌리시더라고요. 그리곤 며칠 안돼서 프랑스의 주요 대기업들이 저희를 도와주시 시작했습니다. 엔비디아와 미스트랄AI는 멋진 일을 해낼 수 있을 겁니다." 매년 올해의 국가(주빈국)을 선정하는 비바테크는 2025년 올해의 국가로 '캐나다'를 선정했습니다. 비바테크는 "정부 지원, 연구 생태계, 혁신 기업의 삼박자가 잘 갖춰져 있어 세계적 AI 선도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죠. 500여명의 대표단을 보낸 캐나다는 파리 엑스포 중심에 '캐나다 국가관'을 크게 꾸리고 관람객을 맞았습니다. [이영욱 기자] 젠슨 황은 왜 '주권' 이야기를 했을까 황 CEO는 앞서 영국에서 열린 런던 테크 위크에서도 주권 이야기를 강조했고, 영국 정부는 이에 화답하듯 대규모 투자를 공언했습니다. 엔비디아가 영국에 이어 유럽의 AI 개발 지원에 적극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전략적 제휴가 서로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입니다. 유럽 입장에선 미국과 중국의 양자 대결구도로 치닫는 AI 패권경쟁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자국만의 AI 인프라를 구축하려고 합니다. 자국 우선주의 바람이 거세게 불며 더 이상 상대방의 호의에만 기댈 수가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죠.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지 못한다면 소외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문제는 AI 산업을 육성하고 싶어도 이를 위한 초고성능 칩이 부족하다는 데 있습니다. 바로 이 이지점에서 엔비디아가 해결사로 등장합니다. 엔비디아는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 강화로 인해 중국 시장에서 성장에 제한이 걸려 있는 상황입니다. 황 CEO가 직접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별장인 마러라고에서 열린 비공식 만찬에 참여하면서 블랙웰의 대중 수출 규제를 철회하는 성과를 얻어내는 것처럼 보였지만 미국 정부가 이를 번복하면서 결국 없던일이 돼버렸습니다. 엔비디아로선 시장 다각화가 필요한 상황이죠. 그런데 때마침 유럽이 손을 내밀어 온겁니다. 즉, 양측의 전략적 필요가 맞아 떨어지면서 긴밀한 밀착관계가 형성된 것입니다. 유럽은 자체 AI 개발에 나설 수 있고, 엔비디아는 새로운 시장을 확보한 것입니다. 엔비디아는 유럽 전역에 걸쳐 여러가지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황 CEO는 비바테크 기조연설에서 이 점을 적극 강조했습니다. 엔비디아가 AI 산업을 일으키려는 유럽을 적극 돕고 있다는 것이었죠, [엔비디아]

2025.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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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창업진흥원에서 안내드립니다. 저희 원은 국내 스타트업 및 해외 진출 스타트업의 법률 애로해소를 위한 오프라인 법률상담회를 운영합니다. 찾아가는 법률상담회(서울)에 많은 참여 바랍니다. 찾아가는법률상담회 (서울) ■ 행사개요 : 국내 스타트업 및 해외 진출 스타트업의 법률 애로해소를 위한 오프라인 법률상담회 ■ 행사명 : 찾아가는 법률상담회(서울) ■ 행사일시 : 2025년 7월 1일(화), 13시 ~ 18시 ■ 행사장소 : (서울)아모리스 역삼점(서울특별시 논현로 508, GS타워 1층) ■ 지원내용 : 기업당 1시간 내외 법률상담(무료) ■ 지원규모 : 최대 100개사 내외 상담 분야 및 국가 ■ 국내 법률상담 : (자문분야) 계약법 관련, 지식재산권보호, 개인정보보호, 기업법무 등 중소벤처기업부 위촉 스타트업 법률자문단 (변호사 10명 참여) ■ 해외 진출 법률상담 (7개국) : 대상 국가 : 미국,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일본, 중국, 홍콩 협업 로펌 : 김앤장, 광장, 태평양, 세종, 율촌, 바른, 미션, TMI 등 신청 안내 ■ 신청기간 : 2025년 6월 11일(수) ~ 6월 23일(월)까지 ■ 신청방법 : 구글폼 (https://forms.gle/ZWEicEgN6kxYDXDy9)을 통한 상담신청 ■ 행사문의 : 창업진흥원 규제혁신팀(044-410-1747, main@kised.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