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81 |
  •  페이지 2/12
[전문가 칼럼] AI 에이전트 구현의 핵심인 MCP가 열어줄 새로운 기회와 숨겨진 위협

2025.04.14

133

022년 생성형 AI가 새로운 기술 트렌드로 등장한 이후로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생성형 AI의 핵심 엔진 역할을 맡아온 대형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은 우리 인간이 축적한 지식 정보를 학습하여 수천 억에서 조 단위에 이르는 거대한 매개변수(parameter)를 갖는 초대형 AI 모델로 진화를 거듭하면서 성능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반면 다른 한 편에서는 AI 모델의 대형화 및 고성능화와 함께 개인 PC나 스마트폰에서도 실행할 수 있는 매우 작은 크기로 줄인 소형언어모델(Small Language Model, SLM)도 등장하면서 AI의 적용 영역을 끝없이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더 긴 추론 시간을 부여하고 단계별 사고를 행하도록 함으로써 복잡한 문제도 풀어낼 수 있게 된 ‘추론 모델(Reasoning Model)’이 등장하고 있다. 추론 모델은 난이도가 높은 논리적·과학적 문제까지도 단계적·다양한 측면의 접근법을 고려하고 각 장단점을 분석해 최적의 방법으로 답변을 제시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넘어 이제는 AI가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다단계의 복잡한 과정을 반복할 수 있도록 한 AI 에이전트가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선도 기술 기업과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에이전트를 출시하며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 중이다. AI 에이전트로 향하는 이 기술 진화의 흐름은 최근 등장한 ‘MCP(Model Context Protocol)’가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빠르게 성장세에 접어들고 있다. 과연 MCP가 무엇이고, 이것이 우리의 업무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 알아본다. AI 시스템의 외부 도구와 시스템 연동은 어떻게 이루어져 왔나 LLM 기반의 일반적인 생성형 AI 솔루션은 사용자가 입력한 프롬프트에 대해 이미 학습된 데이터에 의존해 텍스트와 이미지 등을 생성하는 시스템으로, 주로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단순한 상호작용을 하는 방식으로 동작한다. 그러나 AI 에이전트는 단순한 응답 생성을 넘어 자율성을 가지고 주어진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일련의 단계를 계획하고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 이런 특징을 이용해 사용자가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실제적인 행동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얼마나 다양한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가에 따라 성능에서 차이가 벌어진다. 비유하자면 단 한 개의 십자 드라이버를 가진 작업자와 다양한 규격의 드라이버는 물론 렌치, 망치, 드릴 등을 포함한 공구세트를 보유한 작업자가 수행할 수 있는 업무에 차이를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기존 시스템을 다양한 외부 도구와 통합하려면 각각의 외부 도구에 대한 API를 파악하고, 이에 기반하여 프로그램을 구현해야 하는데, 이 과정은 복잡하고 유지보수도 어려워진다. 따라서 AI 에이전트가 활용 가능한 도구를 확장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일례로, 사용자가 자신의 휴가 일정과 원하는 지역을 입력하면 사용자의 선호도를 감안하여 최적의 여행 일정과 숙소를 검색하여 사용자에게 보여주고, 사용자의 승인을 거쳐 예약까지 진행하는 AI 에이전트를 만든다고 가정해 보자. 사용자가 이런 서비스를 이용할 앱(예를 들면 챗GPT 같은 채팅 앱)과 외부 서비스를 연동할 수 있는 방법, 그리고 에어비앤비(Airbnb)와 같은 숙소 예약 서비스를 연결하기 위한 API를 확인한 후 규격에 맞추어 이 둘을 연동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그런데 각각의 AI 채팅 서비스들이 서로 다른 장단점을 갖고 있어, 만약 사용자가 챗GPT 뿐만 클로드(Claude)나 제미나이(Gemini)와의 연동까지 고려하거나, 공항에서 예약한 숙소까지의 거리와 예상 소요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서 구글 맵(Google Maps) API와도 연동하려 한다면 그때마다 연동 작업을 반복해야 한다. 즉 사용자가 자신의 디바이스에서 사용하려는 M가지 앱과 연동이 필요한 N가지 백앤드 서비스가 존재한다면, <그림 1>과 같이 ‘M × N’의 조합만큼 상호 연동 작업을 해야 할 수도 있다. <그림 1> 개별적인 API에 의존한 외부 시스템 연동 AI 에이전트 시대의 USB-C가 될 MCP(Model Context Protocol) 앤트로픽(Anthropic)은 이런 연동 과정을 간소화하고 AI 시스템이 간편하게 외부 도구나 데이터 소스에 접근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돕는 하나의 표준화된 프로토콜인 MCP(Model Context Protocol)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MCP는 크게 MCP Host, MCP Client, MCP Server 등 3개 요소로 구성된다. 우선 MCP Host는 챗GPT나 클로드, 제미나이 같이 이미 사용 중이거나 목적에 맞게 새롭게 구현한 AI 애플리케이션 혹은 에이전트로 사용자와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담당한다. MCP Client는 MCP Host와 MCP Server 사이를 클라이언트-서버 방식으로 연결을 담당하는 일종의 라이브러리다. 마지막으로 MCP Server는 특정 도구나 데이터 소스에 접근을 제공하는 서버로 개발자에 의해 준비된 하나 이상의 기능(이를 Tool이라 부른다)을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각각의 MCP Server는 여러 개의 Tool을 제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로컬 디스크에서 파일을 처리하기 위한 FileSystem MCP Server의 경우, 파일을 읽고(read_file), 쓰고(write_file), 폴더 리스트를 확인(list_directory)하며, 새로운 폴더를 생성(create_directory)하는 등 파일 시스템 관련한 여러 도구들을 갖고 있어, 이 MCP Server를 연결하는 것만으로도 손쉽게 필요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즉, 앞서 <그림 1>과 같은 구성에서 사용자가 클로드 데스크톱(Claude Desktop)을 사용하는 경우를 MCP 기반으로 재구성하면 <그림 2>와 같이 표현할 수 있다. 여기서 핵심은 이미 현존하는 수많은 서비스와 연동되는 MCP Server가 이미 수 천 개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에서 설명했던 에어비앤비나 구글맵과 같이 이미 널리 이용되는 대중적인 서비스는 별도의 MCP Server 개발 없이 MCP Host 단에서 비교적 간단한 설정만으로 연동할 서버를 구성함으로써 손쉽게 다양한 기능을 AI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다. <그림 2> MCP 아키텍처를 따른 외부 시스템 연동 이처럼 MCP는 저마다 다른 과정을 거쳐 개발해야 했던 수많은 외부 서버와의 연동을 각각의 MCP Server를 통하여 하나의 통일된 프로토콜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래서 MCP를 ‘AI 에이전트 시대의 USB-C’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그림 3> 다양한 API로 연동되어야 할 외부 서비스를 손쉽게 연결할 수 있는 MCP는 AI 에이전트 시대의 USB-C 멀티 어댑터와 같은 존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활용가능한 MCP Server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MCP Server를 모아놓은 디렉토리 서비스의 일종인 ‘스미더리(Smithery.ai)’나 ‘펄스 MCP(Pulse MCP)’와 같은 사이트를 보면, 이미 선택할 수 있는 서버가 4,000여 개에 달하고 있으며, 어지간한 도구는 이미 MCP Server로 준비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AI 에이전트를 기획할 경우 수고를 줄이기 위하여 이러한 디렉토리 서비스에서 먼저 찾아보는 것이 좋다. <그림 4> MCP Server를 검색하는 스미더리(Smithery) 서비스 기존 AI 앱에 MCP Server를 연동하면 어떤 작업이 가능할까? MCP Server 연동에 따른 기능 확장이 어떤 의미인지 실제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개발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비주얼 스튜디오 코드(Visual Studio Code)와 같은 개발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작업해 보자. 우선 MPC Host는 클로드 데스크톱(Claude Desktop) 앱을 선택했다. 이는 클로드가 MCP를 만든 앤트로픽의 AI 채팅 서비스이기 때문에 현재 대중적인 채팅 앱 중 유일하게 MCP Server 연동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그림 5>에서 보듯 필자는 다음에 설명할 간단한 테스트 시나리오를 위해 로컬 파일 시스템을 액세스할 filesystem, 파일 시스템에서 이미지 파일을 읽어들일 image_reader, AI 기반 검색엔진 퍼플렉시티(Perplexity)를 위한 perplexity-ask 등 3개의 MCP Server를 ‘claude_desktop_config.json’ 파일에 각각 설정 후 연결했다. 아직은 MCP가 초기 단계에 있어 설정 과정에서 특정 파일을 에디터로 열어 문법에 맞게 직접 수정하는 등 불편한 작업이 필요하다(이러한 부분도 향후 사용자 친화적인 방식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그림 5> Claude Desktop 앱의 개발자 설정을 통해 3가지 MCP Server가 설정된 화면 외부 도구와의 연동이 완료되면 MCP Host인 클로드 데스크톱은 자신이 활용 가능한 도구가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 인지한다. <그림 6>은 퍼플렉시티를 이용해 검색한 결과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라고 요청한 것이다. 이는 클로드가 사용자의 의도를 명확히 파악하여 자신의 LLM으로 직접 답변을 생성하는 것이 아니라 perplexity_research 도구에 수정한 프롬프트를 전송하고 그 결과를 받아 정리해주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그림 7>은 필자의 맥(Mac) 장비의 로컬 파일 시스템을 액세스할 수 있는 File system MCP Server와 이미지 파일을 읽는 Image Reader MCP Server를 설정하여, 특정 폴더 내의 이미지 파일을 읽고, 이미지의 내용을 간략히 글로 설명하도록 설정한 결과다. 이제 일련번호로 생성된 파일명으로 인해 직접 이미지 파일을 열기 전까지는 어떤 이미지인지 알 수 없었던 것을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직관적인 파일명으로 자동 변경하도록 작업을 수행했다. 만약 AI 에이전트가 작업을 수행한 결과를 이메일이나 스마트폰 왓츠앱(WhatsApp) 메시지로 동료에게 전송해야 한다면, 이런 기능을 수행하는 적절한 MCP Server를 찾고 MCP Host에 설정하는 것만으로 쉽게 자동화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도구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사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AI 에이전트의 기능 확장에 대한 한계는 빠르게 허물어져 갈 것이다. <그림 6>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퍼플렉시티 도구를 이용해 웹 검색을 수행하고 결과를 정리한다 <그림 7> 로컬 파일 시스템의 이미지 파일 내용에 기반해 파일명을 수정하는 작업을 자동화한다 MCP 생태계는 풍성해질까? 지금까지의 설명을 통해 MCP에 대한 기본을 이해했다면 이제 MCP 생태계의 미래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앤트로픽에서 MCP를 발표한 것이 지난 2024년 11월 25일이었으니, 이제 고작 4개월이 조금 넘었을 뿐이다. 앤트로픽이 오픈AI의 경쟁사이기는 하지만 생성형 AI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입지가 좁은 탓인지 그들이 이를 공개한 초기에는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필자 또한 앤트로픽 자신들조차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혹은 애플과 같은 IT 업계의 거인들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서는 것은 쉽지 않다고 판단하고, 이들이 돌파구로 선택한 것이 MCP였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정도였을 뿐 MCP의 파급력에 대해서는 과소평가했다. 이런 인식을 바꿀 수밖에 없었던 사건이 바로 AI 기반 코드 에디터인 커서AI(Cursor AI)가 MCP를 활용하여 피그마(Figma)와의 통합을 구현한 것이다. 이는 디자인을 코드로 변환하는 작업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지 보여주면서 MCP의 가능성에 대한 업계의 기대치를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오픈AI도 그들의 ‘Agents SDK’에 MCP 지원을 시작했고 챗GPT 데스크톱 앱과 ‘Responses API’에도 곧 MCP 지원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마이크로소프트 또한 MCP 지원을 천명하며 ‘애저 오픈AI(Azure OpenAI)’ 서비스와 MCP를 통합하여 AI 모델이 외부 서비스와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스튜디오(Microsoft Copilot Studio)’에도 MCP를 통합하여 AI 에이전트가 다양한 서버와 지식 데이터 소스를 쉽게 연동하고 액션을 취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MCP는 개발 도구와의 성공적인 통합을 계기로 부상하며 오픈AI나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주요 IT 기업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었다. 그리고 이런 협력이 더 큰 결과로 이어져 생태계를 보다 풍성하게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MCP 도입으로 얻게 된 것들 지금까지 MCP가 AI 시스템의 외부 도구 및 데이터 소스와의 연동 과정에 존재했던 여러가지 제약과 비효율성을 빠르게 개선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이를 좀 더 명확하게 정리하면 <표 1>과 같다. <표 1> Tool Calling과 MCP의 비교 MCP로 얻게 되는 이점은 이런 기술 측면의 차이 외에 숨은 부분까지도 고려하여야 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벤더 종속성으로부터의 해방이다. MCP 이전에는 많은 툴들이 챗GPT 플러그인으로만, 어떤 데이터는 특정 벤더의 전용 API로만 연결되는 식으로 AI 플랫폼에 종속적인 통합이 대부분이었다. MCP는 모델을 불문하고 동작하는 개방형 표준이므로, 한번 MCP 서버로 구현된 기능은 다양한 LLM 모델에 기반한 도구에서 모두 활용할 수 있어 특정 벤더에 더 이상 종속될 필요가 없다. 또한 기업의 경우 AI를 사용하기 위해 민감한 정보를 외부로 전송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도 많았다. 이제는 데이터가 있는 위치에 필요한 MCP Server를 직접 설치함으로써 중요한 정보를 외부에 노출시키지 않고 선택적으로 필요한 부분만 공유하는 프라이버시를 고려한 아키텍처 구성도 가능하다. 그리고 MCP는 AI 에이전트가 목표 달성을 위해 능동적으로 여러 도구를 단계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고객 지원의 자동화를 이룰 수도 있다. 고객지원을 위한 에이전트가 MCP를 통해 CRM 데이터베이스에 질의하고, 그 내용을 토대로 이메일을 작성하여 전송한 후 관련 시스템에 그 내용을 업데이트 하는 것처럼 다단계에 걸친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주요 단계에 사람의 개입을 통한 통제가 가능하도록 ‘Human-in-the-loop’ 지점도 표준화시켜 보다 안전한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또 다른 이점이다. 여전히 개선과 고민 필요 여러 서버들을 조합하여 복잡한 작업을 자동화할 때 MCP의 장점이 극대화될 수 있지만 여전히 불편함은 남아있다. 예를 들면 스미더리(Smithery)와 같은 서비스를 통해 필요한 MCP Server를 찾아 수동으로 구성하고 활용하기 위한 환경을 설정하는 등의 일련의 작업을 수행하여야 한다는 것이 대표적인 불편 요소다. 현재 MCP 환경에서는 앞에서 설명한 사례에서처럼 에이전트는 명시적으로 설정한 서버들만 인식하며, 개발자나 사용자가 설정 파일에 MCP Server 주소와 실행 명령어를 등록해야 이를 통해 MCP Client가 그와 짝을 이룰 서버와 통신을 수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용자의 편의성과 간편한 확장을 위해서는 AI 에이전트가 네트워크 상에 존재하는 MCP 서버들을 자동으로 탐색하고 활용하는 ‘동적 디스커버리(Dynamic discovery)’ 기능이 필요하다. 특히 새로운 MCP 서버가 등록됐을 때 이를 스스로 찾아내 활용할 수 있도록 발전한다면 MCP를 통한 AI 에이전트의 능력은 보다 빠르게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둘러 보완하여야 할 보안과 신뢰 MCP의 장밋빛 미래를 위해서는 우선 보안과 신뢰라는 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 MCP Server는 주로 로컬에 설치되는 경우가 많은데, 앞서 예로 들어 설명한 ‘Filesystem MCP Server’의 경우 필자는 앤트로픽의 레퍼런스 구현을 이용했기에 믿을 수 있었지만, 스미더리나 펄스 MCP와 같은 ‘MCP Server’ 검색 사이트 외에도 자신이 원하는 기능을 제공하는 MCP Server 목록을 모아놓은 깃허브 레파지토리(GitHub repository)는 누구나 손쉽게 액세스할 수 있다는 것에 맹점이 있다. 검증되지 않은 MCP Server에 숨겨진 공격 코드가 있다면 전혀 예측하지 못한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따라서 현 시점에 MCP를 활용하려면 우선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믿을만한 디렉토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필요한 기능을 제공하는 MCP 서버가 여럿 존재할 경우에는 가급적 믿을 수 있는 업체가 제공하는 것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만약 개인 개발자가 개발한 비공식 MCP Server만 있을 경우에는 누적 다운로드 수가 높은 것이 먼저 설치한 사람들을 통해 검증되었을 가능성이 높으니, 이런 MCP Server를 먼저 테스트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MCP Server는 아직 치명적 보안 문제가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충분한 검증 메커니즘을 갖춘 것도 아니다. 따라서 철저한 검토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며, 이와 더불어 신뢰성에 대한 문제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앞서 설명했던 휴가 일정을 제안하는 여행 AI 에이전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조건에 맞는 숙소를 검색하면 호텔, 펜션 등 여러 선택이 있을 수 있으므로 검색 대상이 되는 서비스도 에어비앤비나 호텔스닷컴(hotels.com) 등 여러 사이트가 될 수도 있다. 이때 한 숙소 검색 서비스 업체가 자신의 MCP Server를 제공하면서 검색 시 특정 호텔 체인에 더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사용자의 선택을 왜곡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AI 에이전트도 이런 이해 관계를 명확히 공개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MCP Server 제공자는 상업적 이해 관계를 명시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이 에이전트는 A 호텔 체인과 제휴 관계가 있으며, 이것이 추천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라고 표시하는 방식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처럼 AI 에이전트가 MCP Server와 커뮤니케이션 할 때 이면에서 정보 왜곡을 시도하지 않도록 좀 더 세심한 기술 검토 속에 규제와 감독에 대한 노력도 함께 기울여야 할 것이다. AI는 이미 모든 개인과 기업의 경쟁력 확보에 필수 기술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MCP는 그 속에서 AI와 외부 세계 간의 연결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이로 인해 AI 에이전트가 다양한 소스의 지식 정보를 다양한 도구로 다룰 수 있는 연결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MCP를 접하지 못했다면, 이제 자신의 AI 도구에 MCP를 적용하여 새로운 능력을 부여함으로써 실제적 경험 속에서 이를 발전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보길 바란다. 이 글을 쓴 최윤석 Tech PM은 2016년까지 세계적인 기술 기업, 오라클에서 경력을 쌓으며 인터넷 기술 및 모바일 기술 등을 섭렵하고 또 관련 지식을 전파했다. 이후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서 기술 전문가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개발자 플랫폼 사업본부와 커머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조직을 이끌어 왔으며, 현재 Industry Solutions Engineering에서 Tech PM을 맡고 있다.

거래는 예술? 트럼프가 세계를 흔드는 법

2025.04.11

105

현지 시각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복 관세를 부여하지 않는 국가에 90일간 관세 적용을 유예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협상기간 동안 관세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얘긴데, 이후 미국 주식 시장이 폭등했어요. 테슬라, 엔비디아, 애플, 메타 등 관세 정책 발표 후 주가가 크게 떨어졌던 빅테크 기업의 주가가 두 자릿수 이상 반등했습니다. 한국 시간으로 10일 오전, 출근하자마자 제가 암약(?)하고 있는 거의 모든 단톡방의 주제는 '트럼프'였습니다. “제정신이 아니다” “자기 마음대로 이렇게 해도 되나” “정책이 장난인가”라는 비난부터 “천재 아닌가” “이 정도면 협상의 달인으로 봐야 할 듯” 등 감탄하는 분들도 적지 않았어요. 트럼프 대통령이 그야말로 세계의 중심에서 외치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나를 따르라!”라고 말이에요. 급하게 써두었던 레터를 눈물과 함께 치우면서 책꽂이에 꽂혀 있던 트럼프 대통령의 저서 ‘거래의 기술’을 꺼내 들었습니다. 거래의 기술에서 밝힌 그의 철학처럼, 최근 행보가 ‘거래는 예술’이라는 그의 신념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번 레터에서는 거래의 기술에서 등장한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 철학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물론 이를 이해한다고 그의 행동을 예측할 수는 없겠지만 조금은 긴장이 줄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 참. 트럼프 관세 정책이 미칠 영향을 다룬 지난 레터도 추천드립니다. 금요일의 레터, 빠르게 시작하겠습니다. 트럼프 관세가 테크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Today's index 트럼프의 11가지 협상 원칙 11가지 원칙에 대한 그의 생각 관세 정책에서 엿본 그의 철학 모닝브리핑 ※ 볼딕 단어나 밑줄 단어에는, URL이 포함돼 있습니다. 클릭하면 세부 내용이 연결됩니다. 4월 10일 오전부터 인터넷에 빠르게 돌고 있는 밈입니다. 그의 '좌충우돌' 행보는 전략일까요 아니면 오기일까요. [사진=인터넷(출처 불명)] 트럼프의 11가지 협상원칙 1946년 6월 14일, 미국 뉴욕에서 부동산 개발업자 프레드 트럼프의 아들로 태어난 트럼프. 그는 어렸을 때부터 자존심이 강하고 경쟁심이 강한 성격을 보였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13세 때는 문제 행동을 자주 일으켜 그의 부모가 그를 뉴욕 군사학교로 보냅니다. 이후 뉴욕 포담대에 입학한 후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로 편입, 경제학 학사 학위를 받습니다. 대학 졸업 후 아버지 회사에서 일했는데요, 아버지에게 100만 달러를 빌려 사업을 시작합니다. 맨해튼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면서 고급 부동산 개발에 집중, 34세 때 뉴욕시의 코모도 호텔을 그랜드 하얏트 호텔로 개조하며 큰돈을 법니다. 41세에는 수십억 달러의 자산을 지닌 부동산 제국의 ‘황제’가 됐고요. 1980년대 말 부동산 시장 붕괴로 어려움을 겪지만 1990년대 재기에 성공하며 성공 신화가 되었어요. 그는 NBC TV 프로그램 ‘어프렌티스’의 진행을 맡으며 대중적 명성을 얻었는데, 이 프로는 트럼프의 회사에서 연봉 25만 달러로 1년 동안 일할 계약을 얻기 위해 경쟁하는 프로였습니다. 매 회 한명씩 탈락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었죠. 트럼프는 이 방송에서 “너는 해고야(You are Fire)”라는 ‘밈’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이 방송은 미국 전역에서 트럼프를 유명 인물로 만들었어요. 이 방송에서 그는 범상치 않은 카리스마를 보여줬습니다. 트럼프가 1987년 쓴 거래의 기술은 그가 성경 다음으로 좋아하는 책이라고 합니다. 자신이 어떻게 사업을 일궈왔고 지금에 이르게 됐는지를 담았는데 2장 ‘나의 사업 스타일’에서 명확하게 자신의 철학을 밝히고 있어요. 트럼프는 “크게 생각하라”와 같은 조언부터 “지렛대를 활용하라” “맞서 싸워라”와 같은 11가지 협상 원칙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자신을 거침없는 “거래의 달인”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가 책에서 밝힌 11가지 협상 원칙과 그의 생각을 짧게 정리해 봤습니다(각 원칙에 관한 사례는 책을 확인해주세요😁). 2007년, WWE 스타 스티브 오스틴은 트럼프를 자신의 필살기 '스톤 콜드'로 내려찍은 적이 있습니다. 트럼프는 기절했고, 오스틴은 그 위에서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맥주를 꺼내들었죠. 그 옛날 WWE, 아니 WWF의 감성,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까요. 트럼프는 정말 범인은 아니었습니다. [사진=WWE] 11가지 원칙에 대한 그의 생각 1.크게 생각하라 “여유 있게 산다고 해서 만족하지 않았다... 날카롭고 강인하며 때로는 사악하기도 한 사람들과 맞서야 하는 뉴욕 부동산 업계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나는 이러한 사람들과 맞서서 쳐부수는 것을 좋아하게 됐다.” 트럼프는 어차피 생각할 거라면 크게 생각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 대담한 목표 설정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강하게 밀어붙이면 결국 상당 부분을 달성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책에서는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성공한 사업 사례도 등장합니다. 큰 판을 벌이고 ‘최대치’를 노린다. 그의 사업은 물론 정치에서도 엿볼 수 있는 부분 같습니다. 2.항상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라 “사람들은 내가 도박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도박이라곤 해본 적이 없다.” 트럼프는 최악의 상황을 예상하고, 그 최악을 감당할 수 있다면 결국 좋은 쪽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서는 위험 관리를 우선시하는 ‘현실주의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비즈니스에서 남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하느냐”라는 질문을 받았었는데 그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보다 이득이니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해요. 지금 벌이고 있는 관세 전쟁도 최악을 가정하고 벌이는 것일까요. 3.선택의 폭을 최대한 넓혀라 “많은 공을 한꺼번에 공중으로 던지면 멋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일부는 땅에 떨어지기 마련... 거래가 성사되더라도 나는 최소한 대여섯 가지 방법을 동원해 일을 추진시킨다.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언제나 있기 때문이다.” 4.발로 뛰면서 시장을 조사하라 “나도 그러한 본능을 갖고 있다고 확신한다. 나는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그럴듯한 시장조사는 믿지 않는다. 언제나 스스로 조사해 결론을 낼 뿐이다... 비평가들도 신통하게 보지 않는다.” 그는 시장을 직접 조사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자료는 믿지 않습니다. 그가 대통령이 된 후 자주 볼 수 있는 행동이었죠. 조언보다는 자신만의 정보망, 지지자들의 여론을 중시하는 것과 같습니다. 관세 정책도 비슷했습니다. 여러 전문가의 경고 보다는 자신의 직관, 측근의 의견을 앞세웁니다. 5.지렛대를 사용하라 “거래할 때 가장 나쁜 자세는 도저히 가망이 없다고 절망하는 일이다. 그런 태도를 보이면 상대방은 전의에 불타게 되고, 당신은 이미 진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상대에게 꼭 필요한 것을 쥐고 있어야 내가 원하는 거래를 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상대가 믿고 싶어 하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현실을 흐리게 만드는 경우조차 있었다고 해요. 이러한 지렛대 활용 역시 관세를 ‘수단’으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6.입지보다 전략에 주력하라 “중요한 것은 입지가 아니라 최선의 거래다. 좋은 거래를 위한 계기를 마련할 수 있듯이, 부동산의 위치도 선전이나 심리적 효과에 따라 얼마든지 좋다고 판단하도록 만들 수 있다.” 7.언론을 이용하라 “사람들은 가장 크고 위대하며 특별한 대상을 신뢰하는 경향이 있는데, 나는 그런 속성을 ‘건전한 과장’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것은 과대망상의 순수한 형태로서 아주 효과적인 선전 수단이 될 수 있다.” 대통령으로서 그는 자신의 성과를 강조하기 위해 ‘역대 최고’, ‘사상 최초’와 같은 표현을 자주 씁니다. 관세 정책으로 “수십억 달러가 국고로 들어오고 있다”라고 주장하는 등 현실 이상의 이미지를 그려내곤 했습니다. 8.신념을 위해 저항하라 “나를 이용하거나 부당하게 대하는 사람이 있으면 치열하게 대항한다... 신념을 위해 싸우면 때로 본래의 의도에서 벗어나는 일이 있기는 해도 대개는 최선의 결과를 낳게 된다.” 트럼프는 기본적으로 협조적인 태도를 선호하지만 필요하다면 대립을 불사한다고 밝혔습니다. 지금 관세 정책. 그는 정말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최선의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믿음도 가지고 있는 것 같고요. 그 최선의 결과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연결될 테고요. 9.최고의 물건을 만들어라 “좋은 상품을 내놓지 않으면 사람들은 끝내 허실을 알아차리기 마련이다.” 10.희망은 크게, 비용은 적당히 “쓸만한 가치가 있으면 돈을 써야 한다. 그러나 적정규모 이상으로 낭비해서는 안 된다...희망을 크게 가지되 적당한 비용을 들여 실현하라는 것이다.” 11.사업을 재미있는 게임으로 만들어라 “나는 내가 좀 다르게 일을 처리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또는 다음에 어떤 일이 생길까 하는 문제에 대해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트럼프의 저서 ‘거래의 기술’은 이러한 11가지 원칙을 책 서두에 밝혀두고 자신이 사업을 하면서 경험한 일화의 썰을 하나둘 풀어나갑니다. 과거 이 책을 읽었을 때도 느꼈던 점이지만 확실히 평범한 사람은 아닙니다. 저 같은 범인들은 ‘돈이 많고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시도하고 이루려고 하고 있었어요(그랬기 때문에 대통령 선거에도 출마했겠죠). 또한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여러 일들에 대한 과정과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표현합니다. 예를 들어 언론을 이용해 계약을 앞둔 상대방을 압박해 자신에게 유리한 결론을 끌어내거나 변호사를 동원해 “이리저리 시비를 걸 만한 법적 꼬투리라도 찾아내게 했다”와 같은 그의 표현을 볼 때 마다 ‘솔직해도 너무 솔직한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를 이룬 사람이 자신의 성공을 기록할 때는 좋은 점만을 남기고 싶어 할 텐데 말이에요(저라면 그랬을 텐데...). 이를 좋은 말로 표현하면 ‘솔직함’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부정적으로 표현한다면 ‘관종’이나 ‘독단적’ ‘고집불통’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 같고요. 트럼프 관세에 대한 비판에 있어서 가장 유명한 짤입니다. 펭귄만 살고 있는 남극의 무인도, 오스트레일리아령 허드섬과 맥도널드제도에 10%의 관세를 부과했기 때문이에요. [사진=인터넷(출처 불명)] 펭귄들이 관세 반대를 외치고 있습니다. [사진=X@velonoir] 관세 정책에서 엿본 그의 사업 철학 거래의 기술에서 확인한 트럼프의 사업 철학을 관세 정책과 연결해 보겠습니다. 크게 생각하라 = 전례 없던 전방위 고율 관세 부과로 무역전쟁을 시작. 한꺼번에 큰 판을 벌여 승부를 보려는 전략 지렛대를 활용하라 =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권을 지렛대로 활용. 상대국에 관세 위협을 가해 양보를 끌어내거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나가려 함. 선택의 폭을 넓혀라 = 다자간 체제 대신 양자 협상을 선호. 동시에 여러 무역 전선을 형성해 상대가 우왕좌왕하게 만듦. 필요시 협상 시한을 연장하거나 새로운 조건을 추가. 신념을 위해 저항하라 = 보복에는 보복으로 대응. 상대가 관세를 매기면 즉각 재보복하면서 물러서지 않음. “무역전쟁은 좋고 이기기 쉽다”는 그의 트윗. 언론을 이용하라 = 관세 정책 성과를 과장되게 홍보. “중국으로부터 수천억 달러를 거둬들였다” “누구도 중국에세 10센트도 받아낸 적 없다” 크게 생각하라는 그의 철학은 관세 폭탄을 대담하게 투하하는 결정을 뒷받침한 듯 보입니다. 복잡하게, 그리고 자국의 이익을 전 세계가 치열하게 겨루고 있는 무역 시장에서 “우리가 손해 보고 있다”라는 생각으로 ‘관세 폭탄’을 던져 버립니다. 그 지렛대는 바로 미국 시장이죠. “너희 차 팔고 싶어? 그럼 미국으로 와.” “AI 하고 싶어? 너네한테 안 팔 거야.”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인 만큼 이를 포기할 수 없는 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미국으로 향할 수밖에 없고요. “신념을 위해 저항하라”는 태도는 국제관계에서 이례적으로 동맹국에도 관세를 매기는 강경함으로 구현되었고, “과장도 필요하다”라는 신념은 자화자찬식 성과 발표와 상대에 대한 멸시 어린 표현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옵션을 최대화하라”는 점입니다. 그는 협상에서 의도적으로 혼란을 조성하고 판을 흔들어 유리한 결과를 노리곤 했습니다. 예를 들어 2018년 G20 회담 이후 미·중 협상 시 ‘90일 휴전’을 선언했다가도 “그러나 결국 안 되면 나는 관세맨(Tariff Man)”이라며 다시 위협을 가해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이러한 좌충우돌 전술은 상대에게서 더 많은 양보를 얻으려는 계산된 행동으로 볼 수도 있지만, 동시에 단기적인 이벤트에 일희일비하는 성향도 반영합니다. 사업가로서 언제든 판을 뒤집을 수 있다는 블러핑을 즐겨 썼다면, 대통령으로서도 예측 불가능성을 무기로 삼은 것입니다. 맞고 틀리고의 문제를 떠나 그는 이런 식으로 정치를 해 나갔습니다. 다만, 비즈니스 협상과 외교 협상의 차이로 인해 트럼프의 접근법은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거래에서는 승패가 분명하고 단발적일 수 있지만, 국제 관계는 장기적인 신뢰와 상호주의가 중요합니다. 트럼프의 단기 압박 전술이 장기적 파트너십을 손상하고 동맹의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많은 언론에서 지적했듯이 그는 정책을 일종의 비즈니스 거래로 간주합니다. ‘이익이 되느냐 아니냐’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습니다. 현재 그가 말하는 이익은 바로 미국의 이익이고요. 동맹국 과의 관계도 철저히 거래처럼 다룹니다. 방위비 분담금 인상이 대표적이에요. 나토(NATO) 동맹국에게도 “미국이 얻는 게 없다면 방위 의무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하고 한국과 일본에게는 FTA 재협상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사업상 협상에서 상대를 궁지로 몰아 돈을 더 받아내는 수법과 다르지 않아요. 이러한 정치와 사업의 혼합 스타일은 당연히 위험이 따릅니다. 단기 성과에 집중해 국제적 책임을 도외시할 수 있고(기후변화 대응이 대표적이겠네요), 숫자로 표시되는 이익에 집착해 보이지 않는 손실을 간과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국내총생산(GDP)이나 무역수지 수치상 일부 효과를 냈을지 몰라도,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상처를 입히고 다자주의 체제를 약화시켰다는 평가를 그 예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트럼프는 악의적일 뿐” 트럼프의 행보가 그가 가진 사업 철학에서 오는 계산된 행동이라는 의견이 있지만, ‘그저 변덕스럽고 악의적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직 관료이자 팟캐스트 진행자 앤서니 스카라무치의 글이 대표적이에요.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행보에 대해 “4차원 체스를 두는 것이 아니라 변덕에 따라 행동하며 체스판의 말을 먹어 치우고 있다”라고 주장합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한 고도의 계산된 행동이라기보다는 자기 마음대로 한다는 표현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러면서 트럼프의 일부 정책이 단순히 ‘오기’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는 "협력은 인류의 중요한 능력"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트럼프는 미국의 협력을 일방적인 희생으로 규정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라는 이기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의 분노는 이기주의를 넘어 상호 파괴적인 오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우크라이나와의 관계도 예를 듭니다. 미국의 행동이 국익 증진보다는 처벌에 초점을 맞춘 듯한 인상을 주면서 미국과 우크라이나 모두의 안보를 해쳤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처럼요.

[연합뉴스]지역별 광역형 비자·첨단인재 유치 탑티어 비자 시행

2025.04.10

72

광역지방자치단체별 수요를 반영한 '광역형 비자' 시범사업과 첨단산업 인재 유치를 위한 '탑티어(Top-Tier) 비자' 제도가 2일부터 시행된다. 김석우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신(新) 출입국·이민정책 진행 상황' 브리핑을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수요자 맞춤형 비자 제도 추진 현황을 발표했다. 광역형 비자는 법무부와 광역지자체가 지역 수요를 반영해 설계하는 맞춤형 비자다. 법무부는 공모를 거쳐 14개 광역 지자체의 사업계획을 선정했고, 이날부터 2026년까지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서울·부산·광주·강원·충북·충남은 반도체, 로봇, 인공지능(AI), 이차전지, 바이오 등 첨단산업 관련 학과 유학생, 전북·전남·제주는 뿌리산업(기초 공정 산업), 관광산업 등 관련 유학생의 유학 비자(D-2) 비자 발급 요건을 완화하고 일부 지자체는 시간제 취업 허용 시간을 확대하는 등의 내용이다. 인천은 외국대학교 국내 캠퍼스 재학생의 체류 기간 상한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려 우수 유학생에게 체류 편의를 제공한다. 대구는 생명과학·로봇공학 등 분야 전문인력의 특정활동 비자(E-7) 학력·경력 요건을, 경기는 공학·데이터 등 분야 한국어 능력 우수자의 학력 요건을 완화한다. 경북은 도지사가 지정한 해외 전문대학을 졸업한 이공계 인재의 학력 요건을 완화하고 경남은 제조업 분야 해외 자회사에서 근무 중인 기술 인력에 대해 경력 요건을 낮춘다. 울산과 경남의 조선업 관련 광역형 비자 시행 여부는 사업계획서가 보완되는 대로 추가 심의할 예정이다. 반도체, 바이오,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 분야 최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마련된 탑티어 비자 제도도 이날부터 시행된다. 세계대학 순위 100위 이내의 국내외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세계적인 기업·연구기관에서 경력을 쌓은 외국인이 국내 기업에 고용돼 1인당 국민총소득(GNI) 3배 이상(1억4천986만5천원)의 보수를 받는 경우가 대상이다. 본인과 가족에게 취업이 자유롭고 정주가 가능한 F-2 비자가 부여되며, 3년이 지나면 영주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부모·가사 보조인 초청 등도 허용한다. 연간 근로소득이 우리나라 1인당 GNI의 4배 이상(1억9천982만원)이면 학력과 경력 요건 중 어느 하나를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탑티어로 인정한다. 대상 산업은 상반기 중 로봇, 방산 분야로도 확대될 예정이다. 향후 세계 200위 이내 상위권 대학 학사 이상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한편 법무부는 지난달 제1차 비자·체류정책 협의회를 열고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제안한 19개 안건 중 입양목적 체류자격 신설 등 6건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까지 관련 규정을 개정할 예정이다. 김 대행은 "광역형 비자가 계절근로 비자·지역특화형 비자와 함께 지역 기반 이민정책의 3대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협력하고, 탑티어 비자를 필두로 수요자 맞춤형 비자 제도를 지속 확대해 경제와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선진 이민정책의 기틀을 갖춰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다혜 기자 moment@yna.co.kr

[한국무역협회] 해외 세일즈리드 제너레이션 웨비나 새창으로 읽기

2025.04.09

202

⏰4월 2주 주요 모집 공고 🎯(4/11) [한국무역협회] 해외 세일즈리드 제너레이션 웨비나 [한국무역협회] 해외 세일즈 리드 제너레이션 웨비나 👉일시 : 4월 11일(금) 15:00~16:00 👉발표 구성 : 45분 강연 및 15분 Q&A 한국무역협회는 4월 11일(금) ‘해외 세일즈 리드 제너레이션 웨비나'를 개최합니다. 이번 웨비나는 해외 B2B 시장에서 효과적으로 리드를 생성하고, 고객과의 관계를 확장할 수 있는 전략을 다루며, 특히 링크드인 활용과 AI 기술을 통한 고객 발굴 방법에 대해 소개하오니,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신청 바로가기 ⏰이노브랜치 챌린지 공고(마감일 순) 🚀(~ 4/ 13) 물류 분야 오픈 이노베이션 수요기업 모집 🚀(~ 4/ 14) 「2025년 민관협력 오픈이노베이션 지원사업」 문제해결형 · 자율제안형 스타트업 모집 🚀(~ 4/ 15) [두산에너빌리티 x 스타트업] 2025 대-스타 혁신성장 파트너스 첨여기업 모집 🚀(~ 4/ 15) 2025 서울창업허브 공덕 프랑스 진출 프로그램 참가기업 모집 🚀(~ 4/ 16) Qualcomm AI Program for Innovators 2025 - APAC 🚀(~ 4/ 16) 제 29기 포스코 아이디어 마켓 플레이스(POSCO IMP) 모집 🚀(~ 4/ 17) CJ GLO!VentUs 3기 🚀(~ 4/ 18) 「2025 현대건설 x Seoul Startup Open Innovation」 공모전 🚀(~ 4/ 22) 아모레퍼시픽 New Beauty 이노베이션 챌린지 🚀(~ 4/ 22) 2025 카카오모빌리티 × 서울창업허브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참가기업 모집 🚀(~ 4/ 23) 삼성웰스토리 W.I.T 오픈 이노베이션 2025 🚀(~ 4/ 28) 2025 서울창업허브 중견기업 오픈이노베이션 🚀(~ 4/ 28) 2025 GS25 베트남 X 서울창업허브 오픈이노베이션 🚀(~ 4/ 30) 2025 오픈웨이브 -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밋업(에보닉) 🚀(~ 4/ 30) 2025 충남 Tri Nexus 오픈이노베이션 참여기업(스타트업) 모집 공고 🚀(~ 5/ 8) [서울경제진흥원] 2025년 Weconomy Startup Challenge K-디지털 트레이닝 SW 잡코칭-DAY 일시 : 4월 11일(금) 10:00 ~ 16:30 대상 : SW개발자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 고용노동부와 메인비즈가 함께 SW개발자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전문가 특강, 이력서·자기소개서 맞춤형 컨설팅, 현장 면접 등 다양한 취업 기술과 실질적인 구직 기회를 제공하는 행사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신청 바로가기 KGCCI Startups & Innovators Networkig: NextRise 2025 Preview 일시 : 4월 23일(수) 15:00 ~ 17:00 주한독일상공회의소는 NextRise 2025를 준비하는 프리뷰 행사를 개최합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한국과 독일 간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NextRise 2025에 초점을 맞춰 향후 스타트업 인사이트에 대해 알아가는 좋은 기회이니,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신청 바로가기

챗GPT 이미지 생성기, 혁신인가 침범인가

2025.04.07

146

마치 2022년 11월, 챗GPT가 처음 나왔을 때 느낌입니다. 기억하시나요? 챗GPT에게 다양한 것을 묻고 답한 내용을 캡처해 소셜미디어 등에 올리는 게 유행과 같던 시절이었어요. 이들의 잘못된 대답(할루시네이션)을 보며 킥킥거리던 기억이 납니다. 그랬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AI가 심층 검색은 물론 대화까지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지브리 풍’이 화제입니다. 메타, 인스타그램, X, 카카오톡의 프로필 사진으로 지브리 풍 그림이 넘쳐납니다. AI가 만든 ‘진짜’ 같은 그림과 동영상은 온라인을 장악하고 있어요. 마치 또 하나의 새로운 ‘밈’처럼 말이에요. 이 중심에는 오픈AI의 챗GPT가 있습니다. 궁금해졌습니다. AI는 그림을 어떻게 만드는지, 저작권에 관한 얘기가 많은데 논란은 무엇인지, 쉬운 용어로 빠르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얼마 전 이덕주 특파원이 쓴 ‘AI가 만드는 이미지, 어디까지 왔니’ 와 함께 보시면 더욱 좋습니다😁. Today's index 생성형AI가 그림 그리는 법 디퓨전에서 자기회귀방식으로 뜨거운 감자 '저작권 논란' 진행되던 지식재산권 소송은? 모닝브리핑 ※ 볼딕 단어나 밑줄 단어에는, URL이 포함돼 있습니다. 클릭하면 세부 내용이 연결됩니다. 인터넷에 돌고 있는 '짤' 중 하나에요. 지브리 풍이 인기인 것 같은데, 정말 챗GPT가 이렇게 답을 했을까요. 비속어는 삭제했습니다. 생성형AI가 그림 그리는 법 생성형 AI는 사용자가 상상력을 발휘해 입력한 텍스트를 ‘완전히’ 새로운 그림으로 그려줍니다. 예를 들어 “우주에 웜홀(벌어진 차원 통로)이 나타나고 그 속에서 17세기 거대한 범선이 등장하는 장면”을 떠올린 뒤, 이를 텍스트로 넣으면, AI는 아래와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줘요. 우리가 그림을 그릴 때는 머릿속 상상을 종이에 선과 색으로 옮깁니다. 반면 AI는 ‘수학적 패턴’을 이용합니다. AI 이미지 생성기의 기본 원리는 훈련과 생성 두 단계로 나눌 수 있어요. 멋진 그림입니다. 이를 포토샵으로 만들려면 정말 힘들겠죠...? 먼저 AI는 수많은 이미지 데이터를 보면서 어떤 픽셀 배열이 어떤 사물이나 장면인지 배우게 됩니다. 아주 많은 사진과 그림을 보여주며 “이런 패턴은 고양이, 이런 색과 모양 조합은 노을, 이런 질감은 유화 그림” 등의 규칙성을 학습하는 것입니다. 보다 쉬운 비유를 들어 볼게요. 아주 단순한 5*5 크기의 고양이 얼굴 이미지를 픽셀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0,0,0,0,0] [0,1,0,1,0] 눈 위치 [0,0,1,0,0]코 위치 [1,1,1,1,1]입 위치 [0,0,0,0,0] 여기서 0은 배경(흰색), 1은 고양이 얼굴의 특징(검은색)을 나타냅니다. 이런 식으로 학습을 한 AI는 “고양이를 그려줘”라는 명령에 위와 같은 픽셀을 배열해 그림을 그려냅니다. 명령이 추가될수록 자신이 학습한 이미지를 꺼내와서 픽셀을 추가하며 그림을 생성하게 돼요. 사용자가 “해변에서 일몰을 배경으로 달리고 있는 고양이를 그려줘” 와 같은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AI는 문장을 하나하나 분석합니다. “해변=모래, 바다, 파도 등의 요소” “일몰 = 주황색, 빨간색 하늘, 낮은 태양 고도” “달리는 고양이 = 달리고 있는 고양이” 이를 기반으로 AI는 픽셀값을 생성하게 되고 그림의 구조를 설정한 뒤 프롬프트의 그림을 그려 나가요. 마지막으로 이미지가 자연스러운지 확인합니다. AI가 학습을 많이 했을수록 좋은 결과가 나옵니다. AI가 그린 사람의 손가락이 여섯개이거나, 혹은 오른손 왼손의 위치가 바뀌어서 기괴한 경우를 많이 보셨을 거예요. 지금은 이런 일은 많이 사라졌는데요, 이유가 있습니다. 초기 AI 모델은 “손에는 5개의 손가락이 있다”라는 규칙보다는 시각적 패턴만 학습했기 때문이에요. 손가락의 정확한 개수를 세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처럼 보이는 것”을 여러 개 그린 거죠. 또한 손의 구조가 상당히 복잡한 만큼 손가락이 겹쳐 있거나 할 때는 AI가 학습하기 쉽지 않았다고 해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AI는 이미지를 ‘픽셀’로 학습하니까요. AI가 만든 이미지가 점점 좋아지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많은 데이터로 학습을 했을 뿐 아니라 ‘주석’이 포함된 데이터셋으로도 학습 했기 때문이에요. 최신 모델은 단순히 패턴을 복제하는 것을 넘어 “사람 손에는 5개의 손가락이 있다”와 같은 개념까지 학습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한 많은 AI 기업이 생성된 결과물을 인간이 검토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도입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거예요. 위 그림은 제가 갤럭시 패드를 이용해 휘리릭 그린 그림이에요. AI를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이 그림을 그린 뒤 챗GPT에 넣고, 이 화법을 따라서 세 가족이 웃고 있는 모습을 그려줘, 했더니 아래와 같은 그림을 만들어 줬어요. 제 화풍(?)이 느껴지시나요? 디퓨전에서 자기회귀방식으로 그럼 AI는 어떤 방식으로 그림을 그려 나갈까요.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방법은 확산 모델(디퓨전 모델)입니다. AI 관련된 글이나 영상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에요. 확산 모델에서 AI는 완전히 무작위한 얼룩이 가득한 캔버스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여러 단계에 걸쳐 노이즈를 지워나가며 형태를 잡아나가요. 마치 진흙 덩어리에서 조각상을 깎아내는 조각가처럼, 혹은 안개 속에서 서서히 형체가 드러나듯이, 랜덤한 점들 속에서 점차 선과 색이 나타나 그림이 완성됩니다. 이때 프롬프트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해요. AI는 프롬프트를 보고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지 방향을 잡습니다. 예를 들어 “일몰의 바다 풍경”이라는 프롬프트를 넣으면, 노이즈를 지워갈 때 바다와 노을 색감이 나오도록 조절하는 식이에요. 결과적으로 AI는 노이즈 덩어리를 사람이 입력한 설명에 맞는 그림으로 바꾸는 셈입니다. 확산 모델에서는 단계별로 이미지를 다듬기 때문에 디테일과 구조를 잘 잡아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예전에는 어렵던 복잡한 구성의 그림, 예를 들어 여러 사람이 상호작용하는 장면 등도 지금의 AI는 비교적 자연스럽게 그려냅니다. 여기에 앞서 말씀드린 학습량 증가, 그리고 학습 이미지에 텍스트 주석을 달고, 이를 AI가 이해하게 되면서 점점 그림을 잘 그리는 AI가 되어가고 있어요. 뿐만 아닙니다. 현대 AI 모델은 예전보다 훨씬 거대한 인공신경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수억~수십억 개 이상의 매개변수(파라미터)를 가진 모델을 최신 GPU 수천 대를 동원해 학습시키는데, 이러한 연산 자원 투입이 옛날에는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이제는 가능해졌죠(물론 일부 기업만요). 모델 크기가 크면 클수록 더 미세한 패턴까지 기억하고 생성해낼 수 있는 만큼 결과물의 품질은 높아지는 경향이 있어요. AI의 두뇌가 좋아지고, 연습량도 늘어났으니 그림 실력도 늘어난 거죠. 챗GPT는 왜 이리 좋아졌을까 챗GPT가 만들어내는 그림이 세상을 들끓고 있어요. 제가 그린 그림을 입력한 뒤 “이 그림의 화풍과 비슷하게 만화를 만들어줘”라고 하니 깜짝 놀랄 만큼의 결과물을 만들어 냈습니다. 딱 한 편의 그림을 보고 비슷한 그림을 만들어 냈으니까요. 글자 입력도 마찬가지고요. 몇가지 이유를 정리해봤습니다. 먼저 이미지 생성 기능을 챗GPT와 통합했습니다. DALL-E와 같은 이전 모델들은 독립적인 시스템으로 작동했지만, GPT-4o는 이미지 생성을 다중모달 아키텍처에 직접 통합합니다. 그림 그리는 기계와 말하는 기계가 따로 있어서 서로 대화를 많이 못 했던 것을, 지금은 하나의 뇌(시스템) 안에서 처리하게 된 거죠. AI가 말하고 생각하면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 거죠. 두 번째, 이 부분이 가장 달라진 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서 말씀드린 ‘확산 방식’에서 ‘자기회귀 방식(Autoregressive Generation Method)’으로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GPT-4o는 그림을 그릴 때, 글을 한 글자씩 순서 대로 쓰듯이, 이미지도 한 부분씩 차례차례 만들어 가는 방식(자기회귀 방식)을 씁니다. 사람이 그림을 그릴 때, 윤곽을 그리고 세부적인 걸 채워나가는 것처럼요. 이는 확산 방법과 다소 다릅니다. 확산 방식은 뿌연 이미지(잡음)에서 시작해서 선명하게 다듬어가는 방식이에요. GPT-4o는 순서 대로 하나씩 만들어 갑니다. 따라서 지금의 챗GPT로 그림을 그리라고 명령하면, 우리가 내린 명령을 놓치지 않고 표현합니다. 프롬프트를 하나하나, 차근차근 표현하니까요. 사람과 비슷하다는 생각, 들지 않으세요? 실사와 같은 AI 이미지로 ‘룩북’을 만드는 AI 스타트업 라온버드의 천세욱 대표는 챗GPT의 업데이트된 이미지 기능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해 주셨어요. “챗GPT의 그림 그리기 실력이 미드저니, 스테빌리티AI 등의 도구를 많이 따라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여전히 미드저니, 스테빌리티AI가 앞서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이미지 퀄리티를 높게 만드는 것을 중시한다면 미드저니를 쓸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 콘텐츠에는 챗GPT가 더 어울려요. 미드저니 역시 챗GPT가 할 수 있는 여러 기능을 가지고 있어요. 다만 쉽게 되지 않았는데요. 챗GPT는 이 장벽을 무너트린 거죠.” AI 스타트업 라온버드가 만든 화보입니다. 진짜 사진일까요 아닐까요. 라온버드는 실제 옷 사진에 변형을 주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룩북'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모르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사진=라온버드] 뜨거운 감자 저작권 논란 AI가 그림을 이렇게 잘 그리면 자연스럽게 여러 문제가 발생할 겁니다. 이미 영수증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는 지적과 함께 악용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어요. 이전에 AI 기반 이미지 도구이던 미드저니, 스테이블 디퓨전 등은 일반인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었지만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정교하고 정밀한 그림을 그리려면 많은 연습이 필요했어요. 챗GPT 4-o는 다릅니다. 챗GPT와 대화하듯 적어도 명령을 잘 따릅니다. 기존 툴은 ‘영어로 입력해야 더 잘 그린다’는 말이 있었는데, 챗GPT는 한글로 써도 거의 완벽하게 표현해 내요. 당연히 부작용은 따릅니다. 오픈AI도 이러한 부작용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오픈AI는 챗GPT의 이미지 기능을 발표하면서 ‘안정성 이슈’와 관련된 보고서도 발표했는데요.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기능으로 GPT-4o 안에 직접 통합된 이미지 생성기, 포토리얼한 인물 생성 및 변형 기능(허위 정보, 오남용, 신체 이미지 조작 등의 위험 증가), 정밀한 명령어 수행 및 텍스트 포함 이미지 생성(불법 무기 제작도 가능할 수 있음)을 표시하고 대응 전략으로 ‘정책 위반 시 이미지 생성 자체 막음’ ‘ 위험한 명령어 사전 차단’ ‘생성된 이미지 정책 위반 시 자동 제거’ ‘아동 이미지 편집 금지’ ‘아동 성 착취물 탐지 및 차단 도구 사용’ 등을 명시하고 있어요. 또한 공인(성인일 경우)의 이미지 생성은 허용하되 성적·폭력 콘텐츠 정책 위반 시 차단, 성적 이미지 차단, 실사 기반 폭력 이미지 차단, 무기 제작과 폭력행위 설계 차단 등을 시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뜨거운 논란이 하나 있죠. 바로 ‘스타일’에 대한 저작권 문제입니다. 여전히 유행인 ‘지브리 풍’이 대표적이에요. 오픈AI는 살아있는 예술가의 화풍을 따라 하는 것은 거부한다고 보고서에서 밝혔어요. 그런데 ‘지브리 풍’은 가능합니다. 지브리는 사람이 아니라 ‘기업’이니까요. 픽사 스타일, 디즈니 스타일 등으로 사진을 바꾸는 게 가능한 이유입니다. 여기서부터 ‘애매’한 지점들이 대거 발생합니다. 지식재산권(IP)과 관련된 일이 발생할 때마다 항상 연락해 묻는 변리사(극구 익명 요청)와 이 문제를 두고 오랜 시간 통화했습니다. 요약해 볼게요. "애매한데... 문제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 스타일(화풍) 자체는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나요. 😷:일반적으로 ‘스타일’이나 ‘화풍’은 저작권법상 보호받기 어렵습니다. 저작권은 구체적인 창작물에 대해 보호되기 때문에, 어떤 작가의 스타일을 모방했더라도 그 결과물이 완전히 새로운 작품이라면 법적으로는 저작권 침해로 보기 어려워요. 올트먼이 아무 생각 없이 이러한 것을 가능케 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다 알아봤겠죠. 그리고 지른 거죠. 🧐: AI가 특정 작가의 스타일을 모방해서 상업적 이용을 한다면 문제는 없을까요. 😷: 애매한 지점입니다. AI는 특정 작가의 스타일을 정밀하게 학습하고 모방해서 아주 유사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단순한 ‘영감’의 수준을 넘어서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봐요.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면 원작자들이 가만 있지 않겠죠. 그런데 원작자들이 AI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않잖아요. 따라서 "너희들이 이익을 보고 내가 피해를 봤다"라는 주장이 성립할까요. 애매합니다. 🧐: 저작권으로는 막기 어렵다면, 다른 법적 수단은 없을까요. 😷: 부정경쟁방지법, 상표법(트레이드 드레스), 영업비밀 보호법 등을 고려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작가의 스타일이 특정 브랜드처럼 강한 인식을 갖고 있다면, 트레이드 드레스처럼 해석하여 보호할 수 있다는 주장도 가능합니다. 🧐: 지브리 풍도 가능하겠네요. 😷: 개인적으로 저는 가능하다고 봐요. 그리고 오픈AI는 ‘지브리 풍’ 이미지를 통해 지금 챗GPT 사용자 수를 빠르게 끌어올렸거든요. 오픈AI가 스튜디오 지브리와 계약을 맺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아직 이와 관련된 내용은 나오지 않고 있고요.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말씀하셨어요. 분명 들어봤는데... 😷:삼성과 애플 소송에서 등장했죠. 트레이드 드레스는 상품의 전체적인 ‘외관’이나 ‘느낌’을 말해요. 이것이 상표법에 따라 보호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애플 제품의 디자인이나 스타벅스의 인테리어처럼 소비자가 특정 브랜드와 연결 짓는 고유한 외형이 여기에 해당해요. 따라서 어떤 작가의 화풍이 독자적이고 널리 알려져 있다면, 이를 트레이드 드레스로 주장할 여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지브리나 디즈니처럼 유명한 스타일은 보호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네요. 😷:이런 경우라면 충분히 보호 논리를 만들 수 있다고 보는데. 이는 뚜껑을 열어봐야(소송으로 가봐야) 알 것 같아요. 독특한 디자인인 만큼 소비자(관객)가 그 스타일만으로도 출처를 인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상업적으로 그 스타일을 모방한 AI 콘텐츠가 제작된다면, ‘부정경쟁’이나 ‘오인 유도’의 근거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어요.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기존 법의 틀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사각지대가 생기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현행법상(미국, 한국 모두) AI 이미지가 원작과 ‘실질적인 유사성’이 입증되어야만 지식재산권 침해가 가능합니다. 실질적인 유사성을 충족하려면 색채 배치나 캐릭터 디자인과 같은 객관적 요소가 있어야 하고 일반 관찰자가 혼동할 가능성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챗GPT가 만드는 이미지는 특정 영화 장면을 복제하는 게 아니라 스튜디오 지브리의 ‘화풍’을 모방한 만큼 현행법의 ‘책임’을 피할 가능성이 커요. 그렇다면 스튜디오 지브리의 그림을 ‘합법적으로’ 학습했냐, 라고 하면 또 애매합니다. 오픈AI는 “공개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이미지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했으며 특정 스튜디오와의 별도 라이센스 계약은 없다”라고 밝히고 있어요. 오픈AI가 지브리의 이미지를 학습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지브리풍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요. 사용자가 넣었으면 가능합니다. 사용자가 챗GPT를 사용하면서 스튜디오 지브리의 이미지를 넣었을 때, 챗GPT가 이를 학습할 수 있어요. 이런 경우 오픈AI는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일까요. 챗GPT '소라'에 들어가 보면 사용자들이 만들어 내고 있는 동영상,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사진인지 아닌지 구별이 안되는 영상, 사진이 가득합니다. 이러한 그림을 만들어 내기 위해 AI는 과연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학습했을까요. 그리고, 이를 둘러싼 지식재산권 논란은 해결될 수 있을까요. [사진캡처=소라] 진행되고 있는 지식재산권 소송 2022년 챗GPT 등장 이후 생성형AI가 이미지 생성 분야에 대거 활용되면서 여러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는 뉴스, 많이 보셨을 것 같아요. 이미지 관련해 중요한 소송 몇 가지 진행 상황을 살펴봤습니다. 눈에 띄는 소송은 2023년 1월, 안데르센을 비롯한 다수의 작가가 스테빌리티 AI와 미드저니 등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사건인데요. 안데르센은 “스테이블 디퓨전이 내 이름만으로도 나의 화풍을 재현해냈다”라며 소송을 했죠(오픈AI도 이 부분을 알았기에 살아있는 예술가의 화풍은 따라 하지 못하게 했나 봅니다). 또한 소송에 참여한 작가들은 AI가 훈련 데이터로 사용한 50억개의 인터넷 이미지가 작가들의 허락 없이 수집된 점도 문제 삼았어요.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인데 중간 결과가 흥미로워요. 2023년 10월에 나온 판결을 볼게요. 법원은 미국 저작권청에 등록하지 않은 작품의 경우 침해되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따라서 이들의 주장 대부분을 기각합니다. 저작권청에 작품을 등록한 안데르센 등은 여전히 재판을 이어가고 있고요. 또한 안데르센의 그림이 AI 학습 데이터로 사용되었고, 그 그림이 모델 내부에 ‘압축된 형태’로 저장되어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재판부는 “그럴 가능성이 있으니 재판을 더 이어가자”라고 했고요. ‘이름, 스타일 상업적 이용’ 침해 주장에 대해서도 “작가의 이름을 이용해 AI 스타일 이미지를 만들 수 있지만 이것이 작가의 명예나 수입에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를 줬는지 입증 부족”이라는 이유로 기각됐습니다. 이를 스튜디오 지브리에 적용하면 오픈AI가 유리할 것 같아요. 챗GPT가 제공하는 ‘지브리풍 그림 그리기’ 서비스를 스튜디오 지브리가 하고 있지 않은 만큼 피해를 줬다고 보기 힘들거든요. 오히려 “스튜디오 지브리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이것이 스튜디오 지브리의 만화를 찾는 데 영향을 줬다”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2023년 1월부터 영국에서 진행된 게티이미지와 스테빌리티AI와의 소송도 주목할 만합니다. 이 소송은 스테빌리티AI가 자사의 이미지 생성 모델인 ‘스테이블 디퓨전’을 훈련하는 과정에서 게티이미지의 저작권 보호 이미지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주장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는 자사의 이미지 데이터베이스가 영국법에 따라 보호받는 데이터베이스로 간주하며, 스테빌리티 AI가 이를 무단 추출 및 재사용함으로써 데이터베이스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합니다. 게티이미지는 스테이블 디퓨전이 생성한 일부 이미지에 자사의 워터마크가 포함되어 있어 소비자가 이미지 출처를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며 상표권 침해 등을 주장하고 있어요. 게티이미지는 처음에는 약 10억 달러의 손해배상을 요구했으나, 이후 이를 최대 17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첫 판결이 올해 초 있었어요. ‘대표 소송 자격 판단을 위한 절차적 판단’이었습니다. 게티이미지는 독점 라이선스를 가진 수많은 저작권자를 대표해 스테빌리티AI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합니다. 그러나 스테빌리티AI는 청구인 중 하나인 ‘토마스 바윅(Thomas M Barwick)’을 제외할 것을 요청합니다. 이 회사는 게티 이미지에 독점적으로 라이선스된 작품을 가진 5만 명 이상의 사진작가와 콘텐츠 제작자의 대표로 지정됐는데 법원은 이 대표의 소송을 인정하지 않았어요. 대표 소송이 성립하려면 대표자와 구성원들이 같은 이해관계를 가져야 하는데, 게티이미지가 정한 ‘대표집단’이란 해당 저작권 침해가 사실로 인정될 경우에만 성립하는 구조입니다. 즉 5만명 작가의 사진이 모두 침해된지 모르는 만큼 대표 소송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거죠. 게티이미지는 스테빌리티AI가 구체적으로 어떤 이미지를 훈련에 사용했는지를 전혀 식별하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법원은 “스테빌리티AI가 제안한 샘플링과 ‘결과 외삽법(결과를 바탕으로 관찰하지 않은 영역을 예측 또는 추정하는 방법)’은 현실적인 접근법으로 보인다. 다만 구체적 방법론은 아직 정립되지 않았고, 향후 재판 전까지 양측이 명확한 절차적 제안을 마련해야 한다”라는 입장을 보입니다. 저작권 침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스테이블 디퓨전의 훈련 데이터셋에 구체적으로 어떤 저작물이 포함되어 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입장인거죠. 다만 수백만 개의 이미지가 훈련 데이터에 포함되어 있고 수많은 저작권자가 있는 상황에서 이를 정확히 식별하는 작업이 사실상 가능한지 모르겠습니다. 법원의 이러한 판단은 ‘AI 모델 학습에 사용된 데이터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명확히 했다’라는 해석을 내릴 수 있어요. 또한 향후 AI 기업들은 이러한 데이터 학습에 있어서 ‘투명성’을 확보해야만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고요. 창작자는 저작물 보호와 관련해 ‘AI 훈련 사용 금지’ 등의 조항도 생각해야 합니다. 또한 소송 대표자가 제외된 만큼 AI 기업을 대상으로 한 집단 소송의 어려움도 보여줬어요. 다음 판결은 6월입니다. 6월에는 저작권 침해 여부는 물론 AI 데이터 학습과 관련해 최초의 ‘실질적인’ 판결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요.

'예타 면제' 이공계 연구생활장려금에 9년간 9천790억원 투입(종합)

2025.04.03

58

과기정통부, 제2회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 총괄위 개최 질병청 mRNA 백신개발 지원사업에 4년간 5천52억원 투입 확정 이미지 확대 헬로 아카이브 구매하기 연구개발(R&D) 사업(PG) [이태호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고미혜 기자 = 정부가 이공계 대학원생에 매달 일정 금액 지원을 보장하는 '이공계 연구생활장려금' 사업에 9년간 9천790억원을 투입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5일 '2025년 제2회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 총괄위원회'를 열어 지난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으로 지정된 '이공계 대학원 학생인건비 지원'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 결과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이공계 대학원생에게 지원되는 학생인건비, 연구장학금 등을 통합 관리하는 연구개발(R&D) 지원제도로 올해부터 2033년까지 9년간 예산을 투입한다. 사업 참여 학교의 연구활동 중인 이공계 대학원생은 석사과정생의 경우 최소 80만원, 박사과정생은 최소 110만원을 보장받을 수 있다. 과기정통부는 총사업비의 경우 추후 참여학교 규모에 따라 적정성 재검토 등을 통해 변동 가능하다고 밝혔다. 올해는 29개 대학이 참가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이날 총괄위는 마찬가지로 지난해 예타면제 대상으로 지정된 질병관리청의 '팬데믹 대비 mRNA 백신개발 지원사업'의 경우 올해부터 2028년까지 4년간 5천52억원을 투입하는 것을 확정했다. 이 사업은 미래 팬데믹 대응을 위해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해 비임상 단계부터 품목허가까지 지원하는 것으로, 이번 검토 확정을 통해 mRNA 백신 비임상 4개 과제 지원이 시작된다. 질병청은 코로나19 mRNA 백신 비임상 시험 연구개발 등의 사업준비 절차는 작년 10월부터 진행해 왔다며, 앞으로 관련 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한 뒤 4월까지 협약 체결과 연구 착수 등을 조속히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후 임상 1~3상 단계를 거쳐 2028년 품목허가를 받는 게 목표로, 이를 통해 신속 개발 플랫폼을 확보하면 미래 팬데믹 위기 시 최대 200일 내 초고속 백신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질병청은 전망했다. 류광준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지난해 국가적 시급성이 높은 사업들을 선별하여 예타 면제하고, 오늘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 결과까지 마무리함으로써 최소 1년은 사업 착수를 앞당길 수 있었다"며 "기존 예타 제도의 틀 내에서도 R&D 유연성과 신속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궁극적으로 R&D 예타 폐지 등 선도형 R&D 추진을 위한 시스템 개편을 차질 없이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뜨겁지 않은 이별, '화장(火葬)' 대신 '수분해장' 새창으로 읽기

2025.03.28

72

여러분은 훗날, 자신의 ‘육신(肉身)’이 어떻게 처리되길 바라세요? 기분 좋은 금요일 아침부터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냐고요? 죄송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지난해 말 ‘특이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을 알게 됐습니다. ‘수분해장(Aquamation)’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이었는데요. 내용을 듣자마자 관련 내용을 구독자님들께 꼭 소개해 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달, 드디어 이 스타트업 대표님을 만나게 됐고, 수분해장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과거에 동물(사람 포함)이 죽으면 땅에 묻었습니다. 최근에는 ‘화장(火葬)’을 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화장이 가진 단점이 있어요. 탄소배출이 많고, 화장을 위한 화장장을 짓기가 상당히 까다롭다는 겁니다. 자연스럽게 ‘다른 방법은 없을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나타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물로 화장하는 수분해장이 대안으로 떠오릅니다. 미국을 비롯해 여러 국가에서 최근 이를 사람으로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산업의 태동기라고 봐야 할까요. 이번 레터에서는 수분해장이 더 보편화되기 전에, 수분해장이 무엇인지, 해외 시장 상황은 어떤지 빠르게 살펴보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스타트업 대표의 인터뷰도 담았습니다😁. Today's index 물로 화는 화장, 수분해장이란 투투 대주교 "내가 죽거든..." 네오메이션 인터뷰 화장절벽에 대응하라 모닝브리핑 ※ 볼딕 단어나 밑줄 단어에는, URL이 포함돼 있습니다. 클릭하면 세부 내용이 연결됩니다. 미국 수분해장 기업 리소메이션의 사이트에서 찾을 수 있는 수분해 장비입니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수분해장이 합법화되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2022년 동물 사체를 수분해가 허용 됐고요. [사진=리소메이션] 물로 하는 화장 수분해장 수분해장은 ‘화장’처럼 동물의 사체에서 뼈를 분리해 내는 기술입니다. 다만 ‘불’이 아닌 ‘물(水)’을 이용해요. 이게 가능하냐고요. 네 가능합니다. 수분해장 기술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부터 하고 가겠습니다. 수분해는 ‘알칼리 가수분해(Alkaline Hydrolysis)’라고도 합니다. ‘알칼리’는 물에 녹았을 때 ‘염기성’을 나타내는 물질이에요. 중고등학교 과학시간에 배웠던 기억이 나시죠? 물에 녹아 ‘수산화이온(OH-)’을 생성하는 물질을 의미합니다. 비누 제조에 사용되는 수산화나트륨, 청소 용액에 사용되는 암모니아수 등이 모두 알칼리를 사용한 물질로 볼 수 있어요. ‘가수분해’란 물 분자가 어떤 물질의 화학 결합을 끊어 분해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정리하면 수분해란 ‘염기성 물질을 이용해 물질을 분해하는 것’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동물의 사체를 알칼리 용액(주로 수산화칼륨입니다)에 담그고 고온(90~150도) 환경에 몇 시간 동안 처리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수분해 반응이 일어납니다. 단백질과 지방 등이 분해되면서 아미노산, 소금, 지방산 등으로 분해됩니다. 뼈를 제외한 ‘유기물’은 액체로 변하게 돼요. 뼈는 하얀색의 미세한 가루로 남는데 건조 후 유골로 수습됩니다. 화장이 끝나면 재를 털어내고 유골만 모으듯, 수분해가 끝나면 물은 걸러지고 뼛가루만 남습니다. 이 물은 비료로 활용이 가능합니다. 물을 이용해 사체를 분해하는 만큼 화장과 비교했을 때 탄소 배출량이 적습니다. 최대 96% 이상 탄소배출이 적다는 보고도 있어요. ‘전력을 사용하니 어차피 탄소는 발생하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하실 것 같아요. 맞습니다. 다만 ‘고온’의 온도가 필요한 화장과 비교하면 필요한 전력량은 최소 5분의 1에서 10분의 1까지 적다고 합니다. 친환경적인 수분해장(아쿠아메이션) 화장이 전체 탄소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미국의 경우 전체 탄소 배출량의 0.02% 정도라 하는데요. ‘화장의 탄소배출량이 이리 적은데 굳이 바꿀 필요 있나’라고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화장 시 발생하는 탄소량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시신 한 구를 화장할 때 약 160kg의 탄소가 배출됩니다. 이는 일반적으로 휘발유 차량 900km를 운행했을 때 발생하는 탄소량과 맞먹습니다. 화장은 무엇보다 화장하는 장소, 즉 화장장이 필요한데 탄소배출도 많고, 악취 등의 문제로 여러 국가에서 상당히 까다로운 규제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인근에 화장장이 들어선다고 하면 지역 주민들이 반길 리도 없고요. ‘매장하는 방식은 탄소 배출이 없겠네’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국처럼 땅이 좁은 나라에서 매장 방식은 한계가 있습니다. 미국처럼 땅이 넓은 나라도 마찬가지예요. 시체를 방부 처리하는데 포름알데히드와 같은 독성 물질이 사용되는데 이것이 수년간 토양에 남아 주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칩니다. 매년 사체 매장으로 미국에서는 분해되지 않는 재료 약 9만t, 콘크리트 160만t이 묘지에 묻히고 있다고 해요. 또한 관을 만드는데 많은 나무가 쓰이는 만큼 환경친화적이라고 보기 힘듭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남아공 투투 대주교는 자신이 죽었을 때 수분해장을 해달라는 유언을 남깁니다. 수분해장이 가장 환경 친화적인 방식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그가 죽은 뒤 수분해장이 치러졌고, 수분해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집니다. [사진=위키] 투투 대주교 "내가 죽거든" 물을 이용해 사체를 분해하려는 시도가 최근 일은 아닙니다. 첫 번째 특허는 무려 1888년에 등록이 됐는데요. 당시 특허를 살펴보면 뼈와 동물 폐기물, 또는 폐기물을 처리해 비료에 적합하게 만드는 게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어 1994년 미국 올버니 의과대학의 피터 웨버 교수와 고든 카예 박사가 이 기술을 ‘현대화’합니다. 이들은 WR2라는 기업을 만든 뒤 동물용 알칼리 가수분해 기계에 대한 특허를 받았는데요. 동물의 유해를 안전하게 처리해 질병의 확산을 막는 목적으로 설계됐어요. 2005년 WR2는 미네소타주 로체스터에 있는 ‘메이요 클리닉’에서 상업적으로 사용된 최초의 인체 알칼리 가수분해 기계, 즉 인체 수분해장 기계를 개발해 판매했습니다. 메이요 클리닉은 현재 해부학과에 기증된 시체를 폐기할 때 수분해장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중반, 시체를 ‘수분해’한다는 게 생소하던 시절이었습니다. WR2는 2006년 파산하고 말았는데, WR2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조 윌슨이 미국에 자신의 회사인 ‘바이오 리스폰스 솔루션’이라는 기업을 만듭니다. 바이오 리스폰스 솔루션은 현재 가수분해를 이용해 실험실 폐기물을 처리, 전염병에 걸려 폐사한 동물 처리, 인체 수분해장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영국의 리소메이션, 호주의 아쿠아메이션 인더스트리 등의 기업들이 2000년대 후반 설립되면서 수분해장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투투대주교 이후 이런 생각이 드셨을 것 같아요. ‘이게 과연 법적으로 가능할까.’ ‘이를 규정하는 법이 있었을까.’ 네 맞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기업도 설립하고, 장비를 만든 뒤 인체 수분해를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사람의 시체를 다뤄야 하다 보니 법이 허락하지 않으면 수분해장을 치를 수 없어요. 일반적으로 동물 사체 처리를 중심으로 수분해장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람과 관련해서는 2011년, 미국 미네소타주가 처음으로 합법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는 미국의 36개 주가 이를 허용하고 있어요. 캐나다는 2015년 이후부터 일부 주에서 허용이 됐습니다. 네덜란드는 2023년에 시작이 됐고요. 아시아의 경우는 대만(2021년), 싱가포르(2022년) 등에서 시행하고 있습니다. 인체 대상 수분해장 허용은 2022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이유가 있는데요. 바로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기도 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투투 대주교’가 이를 선택했기 때문이에요. 저명한 종교 지도자이자 인권 운동가였던 그는 남아공 최초의 흑인 성공회 주교이기도 한데요. 넬슨 만델라 대통령과 남아공의 자유화, 민주화에 이바지한 인물로 평가받습니다. 환경보호론자였던 그는 자신이 죽고 난 뒤에 수분해장을 치러달라는 유언을 남깁니다. 남아공에서는 2020년 인체 수분해장 시설이 케이프타운에 설치됐습니다. 하지만 남아공 법에 따르면 인체 처리와 관련해서는 매장, 화장만 다루고 있다고 해요. 규정이 아예 없는 거죠. 투투 대주교의 유언대로 그의 유해는 화장이 아닌 수분해장으로 처리됩니다. 이것이 전 세계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수분해장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는 평가가 많아요. 실제로 영국, 네덜란드, 취리히 등 유럽 여러 국가는 투투 대주교가 수분해장을 선택한 이후 서둘러 제도 정비에 나섭니다. 현재 미국에서 인체 수분해장은 전체 화장 시장의 약 2% 가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주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데, 인체 수분해장이 일찍 합법화된 플로리다의 경우 비율은 7%를 넘어갔습니다. 캘리포니아는 5%(2020년 합법) 정도 차지하고 있고요. 캐나다는 약 3% 가량(2022년 일부 주 합법) 통계가 잡히고 있다고 합니다. 여러 전망이 많은데 대략 2035년에는 수분해장이 전체 화장의 약 10%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는 만큼 앞으로 조금씩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재 인간 대상 수분해 가격은 화장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미국 기준으로 아쿠아메이션에 걸리는 시간은 약 4~8시간으로 화장(1~3시간)보다 조금 더 시간이 걸린다고 하네. 수분해장을 포함한 친환경 장례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5억9560만 달러, 2030년까지 연평균 8.1%의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SK와이더밴, 리얼네트웍스 등에서 근무했던 박양세 네오메이션 대표는 반려동물과 관련된 사업을 하던 중 수분해장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누구도 시도하지 않고 있던 사업에 뛰어든 박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네오메이션 박양세 대표 인터뷰 현재 한국에서 수분해장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는 스타트업의 이름은 ‘네오메이션’입니다. 네오메이션 박양세 대표님을 만나 수분해장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이를 인터뷰 형태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원호섭 기자 = 현재 수분해장 산업, 어떤 단계로 보면 될까요. 👨‍🚀박양세 대표 = 초기 단계로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미국 일부 주에서는 2010년대부터 진행이 됐지만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2022년 남아공 투투 대주교 서거 이후에요. 유럽, 호주, 일본, 싱가포르 등 여러 국가가 최근 들어서 인체 수분해장을 허용하고 있고요. 한국은 2022년에 동물 수분해장이 처음 허용되면서 이 시장이 태동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원 기자 = 네오메이션은 동물 시장에서 수분해장을 도입하려는 거죠? 👨‍🚀박 대표 = 네 맞습니다. 현재 국내 기준, 연간 반려동물 사체 수는 약 70만구 정도 됩니다. 국내 75개 화장 장묘업체가 처리할 수 있는 캐퍼는 55만구이고요. 이밖에도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안락사당하는 사체 수는 13만구, 실험동물 사체 처리 수 499만구(2023년 기준) 정도 돼요. 전염병에 걸려 땅속에 매장해야 하는 가축 수는 16만구(최근 3년) 정도 되고요. 이 시장에 먼저 진출해서 수분해장 서비스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원 기자 = 키우던 반려동물이 죽으면 일반적으로 화장을 하나요. 👨‍🚀박 대표 = 네 그렇죠. 하지만 뒷산에 묻거나 하시는 분들도 많아서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국내 반려동물 화장 비율이 10%가 채 되지 않는다는 통계도 있으니까요. 이럴 수밖에 없는 게, 전국적으로 장묘시설이 상당히 부족하기도 하고 접근성도 떨어집니다. 규제가 까다로운 만큼 더 짓기도 어려운 상황이고요. 수분해장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외에서는 반려동물 수분해장이 상당히 많이 진척됐고요. 🧐원 기자 = 전염병에 걸려 살처분된 동물도 수분해 처리가 가능한가요 👨‍🚀박 대표 = 그럼요. 중요한 점은 조류독감과 같은 전염병이 유행하게 되면 해당 지역에 있는 동물을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킬 수 없어요. 미국은 자동차로 수분해 설비를 싣고 그 지역으로 들어가서 수분해를 진행해요. 수분해는 이러한 설비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주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동물 사체 처리가 가능하죠. 🧐원 기자 = 현재 반려동물 장비를 개발하고 있으신 거죠? 👨‍🚀박 대표 = 네 맞습니다. 곧 프로토타입 제작이 마무리될 것 같아요. 설비 시연을 한 뒤에 올해 말부터는 본격적으로 반려동물 수분해장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원 기자 = 전 세계적으로도 이제 막 시작 단계라고 하면 장비도 직접 개발하시나요? 👨‍🚀박 대표 = 바이오리스폰스 솔루션과 같은 기업들이 장비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해당 기업을 방문한 적이 있는 데 문제가 있더라고요. 장례 문화가 우리와 상당히 달랐어요. 🧐원 기자 = 어떤 점이요? 👨‍🚀박 대표 = 인체 수분해의 경우 시신 1구가 독립적으로 4시간 정도가 소요되어서 특별히 이슈가 없는 반면, 반려동물의 경우 약 24구의 사체가 동시에 장치에 안치되어서 8시간에서 10시간 정도의 처리 시간이 소요되는 구조였어요. 🧐원 기자 = 우리는 화장장에서 개별적으로 처리해야 하는데 그게 어려운 거죠? 👨‍🚀박 대표 = 네 맞아요. 그래서 미국 기업에 “우리 실정에 맞는 장비를 커스터마이징해줘” 라고 하니,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소량의 물량을 위해 별도의 R&D와 설계 변경을 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고요. 자체적으로 개발하기로 했어요. 과거 가수분해 기술개발에 참여했던 분, 하드웨어 엔지니어 등과 함께 미국 장비보다 더 경쟁력 있는 장치를 개발하고 있어요. 수분해 장비는 차로 싣고 이동이 가능합니다. 위 사진처럼요. 가축 사이에서 전염병이 발발했을 때, 수분해 장비를 보내 처리할 수 있다고 해요. [사진=바이로리퀴데이터, 바이오리스폰스] 화장 절벽에 대응하라 🧐원 기자 = 국내에서 인체 수분해장, 가능할까요. 전 세계가 슬슬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보니까 정부도 생각을 안 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박 대표 = 여러 부처에서도 고민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가장 큰 이유가 ‘화장 절벽’입니다. 현재 국내 화장장이 처리할 수 있는 화장자 수는 약 34만명 정도에요. 그런데 2028년 화장 수요가 35만명을 넘어선다고 합니다. 🧐원 기자 = 이유가 있을까요. 👨‍🚀박 대표 = 고령화가 원인이고요. 화장장을 짓기 위한 법적 요건이 상당히 까다로워요. 특히 화장장이 들어선다고 하면 인근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됩니다. 새로운 화장장을 짓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에요. 지금도 화장장을 구하지 못해 삼일장이 아닌 사일장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이미 포화 상태에 들어섰어요. 🧐원 기자 = 수분해 설비가 개발되고, 인체 처리도 허용이 된다면 기존 화장장에 설비가 들어가는 것일까요. 👨‍🚀박 대표 =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 화장장에 추가될 수도 있고, 대형 병원 장례식장에서 직접 운영할 수도 있습니다. 수분해장 설비의 경우 유해 물질, 악취 등의 배출이 거의 없는 만큼 화장장보다는 덜한 규제를 적용받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한 저희가 현재 구성하고 있는 수분해장 설비는 모든 과정을 로봇이 일하는 무인 환경으로 구성해서 공간이나 인력에 제한 없이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어요. 🧐원 기자 = 인식의 전환도 필요할 것 같아요. 👨‍🚀박 대표 = 1990년대만 해도 화장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당시 SK 최종현 회장께서 ‘자신이 죽으면 화장해 달라’라는 유언을 남기셨고, 실제로 화장을 했습니다. 이후 사회적 인식이 빠르게 변하면서 현재 한국의 화장 비율은 90%를 넘어섰어요. 수분해장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투투 대주교의 유언 이후 여러 국가가 수분해장을 살펴보기 시작했고 합법화를 하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