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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인간만이 가진 창의성, 그리고 생성형 AI

2025.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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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5년 봄, 온라인에서 하나의 대유행이 있었다. 생성형 AI(generative AI)를 이용해 자기 프로필 사진을 일본의 스튜디오 지브리 풍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지브리하면 가령, 아픈 엄마를 보러 가려는 아이들을 도와주는 도토리 전령(이웃집 토토로, 1988년작)을 떠올릴 수 있다. 또 어린 시절을 보낸 곳에서 소박한 삶으로 다시 돌아온 도시인(추억 방울방울, 1991년작), 그리고 세상을 파멸시키려 한 탐욕덩어리 인간 대신 차라리 돼지로 살겠다는 전설의 전직 조종사(붉은 돼지, 1992년작)의 이야기는 어떤가? 이런 스토리를 통해 사랑, 애수, 그리고 추억을 그려온 지브리의 정겨운 그림처럼 ‘세상에나’, 내 가족들의 모습을 지브리 스타일로 재탄생시켜 버린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감성을 담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원작 그림과, 그것을 정교하게 흉내내서 그린 생성형 AI의 그림은 과연 같은 것일까? 이렇게, 그림이나 음악처럼 인간 고유의 것이라고 생각했던 ‘창의’, ‘창작’의 영역에서 AI가 활약을 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인간의 창의성이란 도대체 무엇인지를 생각해본다. 컴퓨터가 마치 인간처럼 과연 창의적이 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다 보니, 우리는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그래 컴퓨터가 대신해 주겠지라는 희망을 가진다. 컴퓨터가 모든 것을 다 해줄 것 같은 느낌과 나의 일자리를 뺏아갈 것 같은 공포감을 동시에 앉고 살아가고 있다. 점점 “사람 같은 기계”는 도대체 언제 생겨난 것일까? 잠깐 그리스 신화로 돌아 가보자. 헤파이스토스 신(神)의 드론 고대 그리스의 대서사시인 호메로스(Homer)의 일리아스(Ilias)와 오디세이아(Odysseia)에는 ‘내재된 에너지로부터 힘을 얻어 스스로 움직이는 기계’를 뜻하는 ‘오토마톤(Automaton)’이 종종 등장한다. 그 대표적인 예로, 일리아스에는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Hephaestus)가 만든 자동으로 열리는 문이 있다. 이 문은 어떻게 스스로 열리고 닫히게 된 것일까? 호메로스는 올림푸스 신들의 신인 제우스의 누이이자 부인인 헤라의 명령에 따라 그렇게 됐다고 말한다. 이렇게, 타인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기계가 자동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신만이 가진 능력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런데 호메로스는 곧이어 헤파이스토스의 공작실(대장간)을 엿보게 되면서 그에 대해 의심을 품기 시작한다. 그곳에서 헤파이스토스는 황금색 바퀴가 달린 삼각대를 만들고 있었는데, 이 삼각대들의 정체는 창조주 헤파이스토스의 지시에 따라 올림푸스 신전에 모임에 자동으로 굴러 드나들며 신들의 시중을 드는, 자율주행 지상 드론이었던 것이다. 호메로스는 이 광경을 지켜보며 헤파이스토스가 더 이상 뜨거운 용광로 앞에서 땀흘리지 않고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로 시키기만 하면 만들어주는 만능 자동 기계를 상상해본다. 그리고 언젠가 신이 아닌 인간도 지식과 손재주(즉, 과학과 기술)가 충분히 발전한다면 이런 기계를 만들어내는 ‘신-기술자(god-technologist)’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믿게 된다. 이 순간 인간은 스스로 움직이며 사람의 마음을 읽고 시키는 대로 할 줄 아는 자동기계에게 생명을 주는 신과 같은 능력을 꿈꾸기 시작한 것이다. 한 손에는 아담과 하와가 전해준 지혜의 열매를, 다른 손에는 프로메테우스가 전해준 불을 쥐고 있던 인류가 한 단계 더 절대적인 존재로 도약하는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이다. 아킬레우스에게 투구를 건네는 그리스 신화 속 불꽃, 화산, 그리고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 사진 | Bibi Saint-Pol 사람을 완벽히 따라하는 기계 호메로스의 오토마톤 이야기 이후 무려 2600년의 시간이 지난 1950년, 영국의 과학자 앨런 튜링(Alan Turing)은 ‘계산 기계와 지능(Computing Machinery and Intelligence)’이라는 논문에서 인간 같은 지능을 갖춘 기계에 대한 획기적인 구상을 밝힌다. 튜링은 미국의 주도로 원자폭탄을 만들기 위해 진행한 비밀 프로젝트인 ‘맨해튼 프로젝트’에서 맹활약한 전기계산기(컴퓨터)의 기본 구조를 고안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종전 5년만에 “이제 +-⨉÷의 사칙연산에서는 인간을 초월한 컴퓨터에게 사람처럼 생각하게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 것이었다. 튜링은 이를 위해서는 “기계가 사람처럼 생각한다는 것은 어떤 뜻일까?”를 먼저 대답해야 한다면서, ‘튜링 테스트'(당시엔 ‘이미테이션 게임’이라고 불렀다)의 개념을 제안한다. 이 게임에서는 글로만 소통할 수 있도록 바깥에서 격리된(당시엔 사람처럼 말하는 기계가 없었으므로) 두 방 안에 사람과 컴퓨터를 넣은 다음 공통 질문지를 건넨다. 그리고 각각 보내온 답안지를 보고 나서 어느 쪽이 사람인지, 어느 쪽이 컴퓨터인지 심판(사람)으로 하여금 판단하게 한다. 그리고 만약 이 심판이 사람과 컴퓨터의 답안을 구별할 수 없다면 튜링은 ‘컴퓨터가 사람과 같아졌다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메로스가 ‘신이 아닌 인간도 오토마톤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면, 긴 시간이 흐른 뒤 튜링은 ‘완벽한 오토마톤은 인간과 똑같은 것이다’라고 단언한 것이었다. 앨런 튜링은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다면 컴퓨터가 사람과 같아졌다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 | Elliott & Fry 창의성, 그리고 인간의 가치 그리스 신화의 헤파이스토스와 근대의 앨런 튜링의 이야기가 중요한 이유는, 결국 우리 인간은 헤파이스토스처럼 모두 자신만의 ‘공작실’에서 새로운 장비나, 아름다운 그림, 가슴이 두근거리는 연애편지, 회사 프로젝트를 위한 솔루션 등 언제나 욕망하는 것을 만들어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성공의 기존은 튜링의 말한 것처럼 ‘사람’이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여기에 곧 ‘인간의 능력마저 초월한’ AI가 등장하여, 인간의 모든 창작과정에 수반되는 고통과 실패의 두려움은 사라지고 그 과실만 따먹을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처럼 얘기하기도 한다. 이렇게만 된다면 우리는 인간의 창의성을 완벽히 정복하는 것이고, 1940년대 사칙연산을 정복한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거대한 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미래를 상상하기 이전에, 기계의 지능이라는 것을 먼저 정의해야 했던 튜링처럼 우리도 먼저 인간 창의성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할 것이다.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학교나 회사에서도 “창의적인 인재 육성”을 제일 목표로 삼는다고 하는 것을 보면 우리는 창의성이란 단어를 참 좋아한다. 그 정의가 무엇이냐를 물어보면 ‘새로운 것을 만드는 능력’ 이상으로 표현하기 쉽지 않다. 정말 알 듯 말 듯한 개념이기도 하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역사상 제일 창의적인 회사 중의 하나를 만든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말을 되새겨보자. 스티브 잡스는 “창의성이란 사물들을 연결하는 일이다. 그래서 창의적인 일을 한 사람들에게 그 비결을 물어보면 그저 연결들이 눈에 보였을 뿐이라면서 대단치 않은 것을 부끄러워하기까지 한다. 시간이 지나 다시 생각해보면 사실 뻔한 것들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사물 사이의 새로운 연결을 찾는 것이 창의성과 완전히 똑같다면 사실 창의적인 일을 하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일 것이다. 얼마나 쉬울지 짐작하기 위해, 세상에 사물이 단 열 개가 있다고만 가정해보자(실제보다 아주아주 단순한 세상이다). 열 개에 지나지 않는 적은 사물들이지만 이것들을 연결하는 가짓수는 무려, 245개, 즉 약 35조 가지에 달한다. 실제 세상의 사물은 10개 보다 훨씬 많은 수로 이뤄져 있기에 “나만이 처음 보는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 낼 가능성은 사실 이보다 훨씬 더 무궁무진하다. 따라서 현실 세계에서는 누구나 창의적일 수 있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잡스는 이어서 “그 창의적인 사람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연결해 뭔가 새로운 것을 찾아낼 수 있었다”라고 부언했다. 즉, 수많은 연결 가운데에서도 창의성이라는 가치를 가진 연결은 인간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당장 방구석에서 돌아다니는 물건들을 무작위로 모아서 서로 붙인다고 창의적인 연결이 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진정한 창의적인 연결은 ‘사람이 갖고 있는 경험’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애플의 CEO였던 스티브 잡스는 창의성은 경험의 연결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사진 | Matthew Yohe 창의성은 인간의 부름에만 답한다 불과 10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사람의 말을 만들어내는 챗GPT를 보고 있으니,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 기계가 이제 탄생한게 아닌 가 말하는 사람을 탓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제 그림이면 그림, 음악이면 음악, 코딩이면 코딩을 쉼없이 능숙하게 ‘만들어내는’ 생성형 AI의 가능성에 고무되어 있거나, 혹은 실망하는 사람들의 심정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인류의 문명을 일구어 온 위대한 과학기술이나 예술 분야에서의 ‘창의적 연결 찾기’라는 업적에 견줄만한 것을 아직 “생성”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시간’과 ‘공간’을 연결한 상대성이론을 통해 우주의 이해를 바꿔버리고, 원자시계와 GPS의 탄생에 기여한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자연의 모습 그대로’와 ‘캔버스’를 연결하는 인상주의 화풍을 만들어 내 아름다움의 정의를 바꿔버리고 전세계 미술관을 장식하고 있는 화가인 클로드 모네의 혁신들은 ‘과거’를 벗어난 것들이다. 과연 인간의 ‘과거’의 기록일 뿐인 데이터를 통해 배운 생성형 AI가 진정한 인간과 같은 창의성을 가질 수 있을까? 창의성에 대한 잡스의 말이 옳다면,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AI에게 사람의 ‘과거’를 대표할 뿐인 데이터에서 멈추지 않고 사람으로 하여금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의 경험’을 가르치는 방법을 알아내야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인간에 대해서, 인간의 창의성에 대해서, 인간과 AI가 함께 하는 방법에 대해서 절대 고민을 멈추어서는 안된다. 생성형 AI 기술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더 나아가 생성형 AI가 우리에게 갖는 의미, 그리고 우리와 함께 창의의 현장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반드시 살펴야한다. 그래야만 창의적이길 바라는 우리 인간이 기계들에게 의탁되지 않고 더 현명해 질 수 있는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네트워크 과학자·문화물리학자인 박주용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한국고등과학원 방문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복잡계 네트워크를 문화와 예술 영역에 적용해, 클래식 음악 작곡가들의 협업·영향 관계 등을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해왔다. 또한 생성형 AI와 저작권·법제도 분야 융합연구 프로젝트를 이끌며, 문화 기술 혁신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의 저서로는 <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 포스트 AI 시대, 문화물리학자의 창의성 특강, 2024>이 있으며, EBS ‘세상을 바꾸는 혁신의 원리’ 등 다양한 강연과 저술 활동을 통해 AI 이후 시대의 문화·창의성 패러다임을 제시해오고 있다.

젠슨 황은 왜 'AI주권' 이야기를 했을까?

2025.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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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s index 유럽 최대 규모 스타트업 축제 유럽을 누빈 AI 시대 장인(匠人) 마크롱 "우리의 주권을 지키자" 젠슨 황은 왜 '주권' 이야기를 헸을까 모닝브리핑 ※ 볼딕 단어나 밑줄 단어에는, URL이 포함돼 있습니다. 클릭하면 세부 내용이 연결됩니다. 비바테크(Viva Tech)는 매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기술 축제입니다. 2016년 프랑스 퍼블리시스그룹과 레제코-르파리지앵그룹이 공동 창립해 첫 행사를 열었죠. 지난해 파리 비바테크 현장을 찾은 방문객 수만 16만5000여명에 달합니다. [이영욱기자 ] ‘유럽 최대규모 스타트업 축제’ 비바테크 비바테크는 유럽 최대 규모 스타트업 축제로 2016년 6월 30일부터 7월 2일까지 첫 행사가 열렸습니다. 첫 행사엔 5000여곳의 스타트업이 참가했으며 4만5000여명의 방문객이 부스를 찾았죠. 지난해 방문객 수는 16만5000여명을 기록했습니다. 방문객 수만 16만5000여명 매경미디어그룹은 비바테크가 닻을 올린 2016년부터 국내 유일 공식 미디어파트너로 비바테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저도 현장에서 비바테크를 직접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구요. 올해 비바테크는 6월 11일부터 14일까지 프랑스 파리 엑스포 현장에서 열립니다. 비바테크는 매년 개막일 조촐한 개막식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올해 개막식 이벤트는 행사가 열리는 파리 엑스포 현장에서 가장 큰 홀인 스테이지 1에서 진행됐습니다. 제가 행사를 둘러보며 느낀 점은 테크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자부심이었습니다. 비바테크를 통해 프랑스가 테크의 중심지가 됐다는 프랑스의 자부심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었는데요. "테크를 논하려면, 프랑스로 오라" "저는 테크 분야의 열정적인 팬입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에 가서 테크를 주제로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이제는 세계가 바로 이곳 비바테크를 찾아 테크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혁신을 이루기 위해 함께 일하는 여러분과 제가 같이 프랑스의 미래를 만들고 있는겁니다." 노란색 셋업을 입고 무대에 오른 클라라 샤파즈 프랑스 디지털 및 인공지능 담당 장관은 열정적인 목소리로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외국에 나가서 테크 이야기를 할 필요 없이, 세계가 프랑스 비바테크에 와서 테크에 대해 논의하고 교류한다는 것이죠. "비즈니스를 위한 공간" 사회자로 무대에 오른 모리스 레비 비바테크 집행위원장 역시 "비바테크는 비즈니스를 위한 공간으로 새로운 펀딩을 받고,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곳"이라며 "(이번 행사에서 주로 논의될)AI는 여러분의 비즈니스를 바꿀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레비 집행위원장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수많은 학생, 젊은이들이 비바테크를 찾아와 다양한 혁신을 직접 경험하며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한다"며 "새로운 인재와 스타트업, 테크 분야에 도전하고자 하는 젊은 세대의 열정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부연했습니다. 샤파즈 장관은 이는 프랑스만의 기회가 아니며,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테크는 정치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프랑스가 기술을 육성하고 싶은 국가들을 위헤 중심에 서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샤파즈 장관은 유독 '함께'라는 표현을 강조했는데요. 누구라고 콕 집어 말한 것은 아니지만, 행간에서 대서양 바다 건너 그 분이 들으라고 한 이야기는 아닌가 싶었습니다. "해외에 나가서 테크 이야기를 한 적도 있지만, 이제는 세계가 우릴 찾아와 테크 이야기를 한다. 프랑스는 여러분과 함께 혁신하고 싶다. 우리가 중심에 설테니 함께 가자." 프랑스는 비바테크에서 우리가 테크 업계 트렌드를 주도하겠다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이영욱 기자] 올해 비바테크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인물은 개막일 기조연설자로 나선 젠슨 황 엔비디아 CEO였습니다. 엔비디아는 올해 비바테크 기간과 같은 기간에 파리에서 GTC 행사를 열기도 했죠. 황 CEO는 런던 테크 위크를 찍고 부리나케 파리로 넘어와 청중들 앞서 섰습니다. [엔비디아] "유럽, 이제는 일어나야 합니다"유럽을 누빈 AI시대 장인(匠人) 올해 비바테크에서 가장 주목받은 연사라면 바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아닐까 싶습니다. 런던 테크 위크에 참여한 황 CEO는 바로 비바테크가 열리는 파리로 향했는데요. 올해 비바테크엔 황 CEO를 위한 기조연설 무대가 마련돼 있었죠. 무대에 올라 4600여명의 미디어, 애널리스트, 일반참가자들 앞서 선 황 CEO의 기조연설은 비바테크라기보단 GTC와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황 CEO는 쉬지 않고 엔비디아의 여러 제품을 무대로 들고 나와 소개하며 엔비디아가 이룬 기술적 성취를 강조했죠. "유럽이 눈을 뜨고 있다" 1시간여 동안의 기조연설에서 제 눈과 귀를 잡아 끌었던 부분은 바로 '주권'이었습니다. "유럽이 이제 깨어나고 있습니다. AI 팩토리, AI 인프라의 중요성을 깨달은 뒤, 엔비디아와 협업해 슈퍼컴퓨터센터, 데이터센터 등을 유럽 곳곳에 건설하고 있죠. 유럽에, 유럽 기업이, 유럽 시장을 위해 건설하는 것입니다. 유럽의 AI 부족현상은 (엔비디아와의 협업으로)곧 해결될 겁니다." "영국, 독일, 이탈리아에도 엔비디아와의 뛰어난 파트너십을 구축한 기업들이 많습니다. 프랑스와도 협업에 속도를 내고 있죠. 가자 프랑스(Go France)!” 인프라부터 양자컴까지 엔비디아는 구체적으로 프랑스와 협업해 엔비디아 인프라로 프랑스의 국가 AI 전략 강화를 도울 예정입니다. AI 인프라부터, 스타트업 생태계, 양자컴퓨팅까지 포괄하는 프랑스의 광범위한 AI 혁신전략에 있어 엔비디아가 든든한 동반자로 함께 하겠다는 것이죠. 프랑스는 AI 국가전략인 프랑스 2030을 통해 1090억유로(약 157조원) 이상을 AI 인프라에 투자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디지털 주권을 확보하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죠. 엔비디아는 프랑스의 대표 스타트업 미스트랄 AI와 협력해 그레이스 블렉웰 시스템 기반의 신규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도 공개했습니다. 미스트랄AI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업 고객 대상으로 제공한다는 것이죠. LLM 최적화도구 네모트론 또한 엔비디아의 거대언어모델(LLM) 구축·최적화 도구인 네모트론을 활용해 고성능, 고효울 LLM을 누구나 쉽게 쓸 수 있게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가령 프랑스 기업이 만든 프랑스어 LLM을 뉴모트론으로 압축·경량화해 제공한다면, 기업들이 쉽게 이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AI도 빠르게 확산되겠죠. 엔비디아는 또한 프랑스 국영 투자은행, UAE MGX와 함께 1.4GW 규모의 유럽 최대 AI 캠퍼스를 파리 인근에 건설할 계획입니다다. 이 외에도 프랑스 AI 기업들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등 뉴모트론 기법으로 최적화된 소버린 다국어 LLM을 개발하는 것도 돕기로 했습니다. 영국에 이어 프랑스에서 황이 보인 행보를 보며 중세 장인(匠人)이 떠올랐습니다. 중세 장인은 유럽 도시 곳곳을 순회하며 성당과 공공 건축물을 설계하고 지식과 기술을 전수했거든요. 황 CEO는 마치 장인처럼 유럽 각국을 돌며 AI에 기반한 '디지털 대성당'을 건설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온 가장 멋진 CEO와 함께 앉아있다니, 제 일은 다 한 것 같습니다. 이제 편히 자러 가도 되겠죠?"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함께 대담에 나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가벼운 농담으로 청중들의 박수와 폭소를 이끌어 냈습니다. [이영욱 기자] 마크롱 "우리의 주권을 지키자" 기조연설을 마친 황 CEO는 같은날 오후 늦게 다시 연사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아르튀르 맨슈 미스트랄AI CEO와 함께하는 자리였죠. 이번 비바테크를 통해 미스트랄AI와 엔비디아는 협력해 클라우드 AI 서비스를 기업들에게 공급하기로 했기 때문에 두 경영자가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신선하진 않았습니다. 적어도 깜짝 게스트가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는요. 마크롱 젠슨황과 함께 오르다 이 세션에 특별 게스트로 초대된 인물은 바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었습니다. 황 CEO 등장 땐 다들 자리에 앉아서 점잖게 사진을 찍던 관객들도 마크롱 대통령의 등장과 함께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사진과 영상을 찍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의 참석이 의아할 수도 있는데, 마크롱 대통령과 비바테크의 인연은 아주 오래됐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경제.산업.디지털 담당 장관 시절부터 비바테크에 직접 연사로 참여해 기술 혁신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2018년 대통령에 취임한 뒤에도 매년 비바테크를 찾아 프랑스의 AI, 스타트업 전략을 직접 소개하며 기업인들을 만났죠. 올해 세션 참석도 그런 인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사회자 "런던에서 각 국가별로 AI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셨죠?" 💬젠슨황 CEO "당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자원을 아웃소싱하는건 말이 안됩니다.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가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는 있겠죠. 하지만 한 국가의 데이터는 그 국가에 속해야만 합니다. 마치 영토처럼요. 국민의 지식, 문화, 핵심 가치 이런 것들을 말하는 거예요. 인터넷에도 없는, 도서관의 오래된 책에만 있는 지식, 이런 것들을 당신만의 AI에 넣어야 합니다. 프랑스는 이미 미스트랄AI와 같은 기업이 있지 않나요? 아웃소싱할 필요가 없습니다. 직접 AI를 만들면 되는 겁니다. 대통령님이 나서서 AI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프랑스만의 것을 담은 AI 말입니다." 황 CEO는 옆 자리에 앉은 마크롱 대통령을 보고 이렇게 조언을 건넸습니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이렇게 화답했죠. 💬마크롱 대통령: "방금 황 CEO가 아주 중요한 점을 짚어줬습니다. 우리는 모든자산, 생태계, 인프라, 에너지 등을 갖추고 있어요. 미스트랄AI 같은 우수한 스타트업도 있죠. 우리는 이를 통해 우리의 정보를 지키면서도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엔비디아와 미스트랄AI가 팀을 이뤄 매우 큰 일을 해주고 있어요. 이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입니다. 더 나아가 우리의 주권을 지키는 일입니다."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을 황 CEO는 이렇게 받았습니다. 💬젠슨황: CEO"미스트랄AI와 협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맨슈 CEO는 프랑스 대기업들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마크롱 대통령과의 면담 자리에서 지원을 부탁드렸죠. 대통령님이 '좋습니다. 어떤 기업이 필요하시죠?'라고 물어보더니 그 자리에서 바로 전화를 돌리시더라고요. 그리곤 며칠 안돼서 프랑스의 주요 대기업들이 저희를 도와주시 시작했습니다. 엔비디아와 미스트랄AI는 멋진 일을 해낼 수 있을 겁니다." 매년 올해의 국가(주빈국)을 선정하는 비바테크는 2025년 올해의 국가로 '캐나다'를 선정했습니다. 비바테크는 "정부 지원, 연구 생태계, 혁신 기업의 삼박자가 잘 갖춰져 있어 세계적 AI 선도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죠. 500여명의 대표단을 보낸 캐나다는 파리 엑스포 중심에 '캐나다 국가관'을 크게 꾸리고 관람객을 맞았습니다. [이영욱 기자] 젠슨 황은 왜 '주권' 이야기를 했을까 황 CEO는 앞서 영국에서 열린 런던 테크 위크에서도 주권 이야기를 강조했고, 영국 정부는 이에 화답하듯 대규모 투자를 공언했습니다. 엔비디아가 영국에 이어 유럽의 AI 개발 지원에 적극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전략적 제휴가 서로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입니다. 유럽 입장에선 미국과 중국의 양자 대결구도로 치닫는 AI 패권경쟁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자국만의 AI 인프라를 구축하려고 합니다. 자국 우선주의 바람이 거세게 불며 더 이상 상대방의 호의에만 기댈 수가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죠.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지 못한다면 소외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문제는 AI 산업을 육성하고 싶어도 이를 위한 초고성능 칩이 부족하다는 데 있습니다. 바로 이 이지점에서 엔비디아가 해결사로 등장합니다. 엔비디아는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 강화로 인해 중국 시장에서 성장에 제한이 걸려 있는 상황입니다. 황 CEO가 직접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별장인 마러라고에서 열린 비공식 만찬에 참여하면서 블랙웰의 대중 수출 규제를 철회하는 성과를 얻어내는 것처럼 보였지만 미국 정부가 이를 번복하면서 결국 없던일이 돼버렸습니다. 엔비디아로선 시장 다각화가 필요한 상황이죠. 그런데 때마침 유럽이 손을 내밀어 온겁니다. 즉, 양측의 전략적 필요가 맞아 떨어지면서 긴밀한 밀착관계가 형성된 것입니다. 유럽은 자체 AI 개발에 나설 수 있고, 엔비디아는 새로운 시장을 확보한 것입니다. 엔비디아는 유럽 전역에 걸쳐 여러가지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황 CEO는 비바테크 기조연설에서 이 점을 적극 강조했습니다. 엔비디아가 AI 산업을 일으키려는 유럽을 적극 돕고 있다는 것이었죠, [엔비디아]

2025년도 찾아가는 법률상담회

2025.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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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창업진흥원에서 안내드립니다. 저희 원은 국내 스타트업 및 해외 진출 스타트업의 법률 애로해소를 위한 오프라인 법률상담회를 운영합니다. 찾아가는 법률상담회(서울)에 많은 참여 바랍니다. 찾아가는법률상담회 (서울) ■ 행사개요 : 국내 스타트업 및 해외 진출 스타트업의 법률 애로해소를 위한 오프라인 법률상담회 ■ 행사명 : 찾아가는 법률상담회(서울) ■ 행사일시 : 2025년 7월 1일(화), 13시 ~ 18시 ■ 행사장소 : (서울)아모리스 역삼점(서울특별시 논현로 508, GS타워 1층) ■ 지원내용 : 기업당 1시간 내외 법률상담(무료) ■ 지원규모 : 최대 100개사 내외 상담 분야 및 국가 ■ 국내 법률상담 : (자문분야) 계약법 관련, 지식재산권보호, 개인정보보호, 기업법무 등 중소벤처기업부 위촉 스타트업 법률자문단 (변호사 10명 참여) ■ 해외 진출 법률상담 (7개국) : 대상 국가 : 미국,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일본, 중국, 홍콩 협업 로펌 : 김앤장, 광장, 태평양, 세종, 율촌, 바른, 미션, TMI 등 신청 안내 ■ 신청기간 : 2025년 6월 11일(수) ~ 6월 23일(월)까지 ■ 신청방법 : 구글폼 (https://forms.gle/ZWEicEgN6kxYDXDy9)을 통한 상담신청 ■ 행사문의 : 창업진흥원 규제혁신팀(044-410-1747, main@kised.or.kr)

[인터뷰] 중국은 왜 ‘기술 패권국’을 노리는가? – 한양대학교 백서인 교수

2025.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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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5년 현재, 인공지능과 반도체, 에너지 기술은 단순한 산업의 영역을 넘어 국가 안보와 세계 질서 재편의 핵심 축이 되고 있다. 그 중심에서 가장 날카로운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국가가 있다면 단연 중국이다. ‘세계의 공장’에서 ‘기술 패권국’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중국의 의지는 최근 몇 년간 미국과의 첨예한 기술 갈등을 통해 더욱 구체적이고 전략적으로 진화해왔다. 한양대학교 글로벌문화콘텐츠학부의 백서인 교수는 중국 칭화대에서 정밀기계공학을 전공하고 KAIST에서 기술경영을 공부한 공학 기반의 과학기술정책 전문가로서, 중국의 기술 굴기와 산업 전략을 오랜 시간 밀도 높게 추적해왔다. 그에게 중국은 단순히 기술을 베끼는 국가가 아닌, 기술을 둘러싼 시스템을 새롭게 설계하고자 하는 ‘전략국가’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 코리아는 백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 기술 정책의 철학부터 AI·반도체·에너지로 이어지는 미래 기술 전략까지 심도 있게 짚어보았다. 기술 자립의 논리와 중국의 속도전 백 교수는 중국의 기술굴기(技術崛起, 기술의 부상을 의미하는 중국어 표현)를 단순한 산업 전략이 아닌 ‘생존 전략’이라 표현한다. 성장, 안보, 사회 통합 등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기술이 책임져야 하는 만큼, 단기적으로 미국 기술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연구개발(R&D) 단계부터 자립하겠다는 명확한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의 기술 전략은 단기적 실행력과 장기적 비전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구조라고 설명한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수입에 의존하던 핵심 기술을 가능한 빨리 대체하고, 전략산업의 독립을 추구하는 ‘속도전’을 전개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AI 칩, 항공우주, 드론,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이러한 추격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은 자국 내 연구소, 대학, 민간기업 간 협업을 통해 기술의 외부 의존도를 빠르게 낮추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화웨이, SMIC, CATL 등의 주요 기업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예를 들어 중국에게 필요한 10개의 전략기술 중 5개를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했을 경우, 그중 미국만이 보유하고 있는 2~3개 기술에 대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립을 추구한다. 그것이 바로 화웨이의 예처럼 전방위적인 공급망 독립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미국과의 패권 경쟁 이후 이런 전략이 더욱 두드리고 있다. 특히 화웨이의 사례는 대표적이다. 미국의 제재 이후에도 화웨이는 2023년 메이트60 프로라는 고급 스마트폰을 재출시하며 자체 칩 기술을 공개했다. 백 교수는 “화웨이 스마트폰을 분해해 보면 중국에서 자체 제작한 부품 비율이 90%에 육박하며, 나머지 수입한 10%의 부품 중에도 미국산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는 단순한 국산화가 아니라, 중국이 미국의 기술 제재에 대응하며 설계-조달-제조의 수직 계열화를 이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또 다른 전략은 장기적인 기술 자립 비전을 바탕으로 한 기초 R&D 확대다. 이는 연구개발 분야에서부터 해외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백 교수는 특히 AI, 양자컴퓨팅, 핵융합, 합성생물학 등 아직 글로벌 상용화가 본격화되지 않은 분야에 대한 투자를 통해, 미래 산업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은 과학기술원을 중심으로 연구 조직과 딥테크 기업을 수직 계열화해 상장시키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략적 복합 모델로 진화중인 중국의 기술 정책 기술 자립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백 교수는 예산, 인재, 생태계 등 3가지를 꼽는다. “중국은 2027년이면 연간 R&D 예산만 한화 기준으로 10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단순히 대량의 자금이 R&D에 투자된다는 것을 넘어, 국가의 주도로 목표를 향해 치밀하게 설계된 방식으로 기술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증거다.” 중국식 생태계 모델의 핵심은 ‘국가-산업-학계’ 삼각 협력 구조다. 정부가 방향을 제시하고, 기업은 이를 제품화하며, 대학은 인재와 지식 공급의 거점 역할을 수행한다. “이런 삼각형 구조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은 기술 생태계의 고도화를 이뤄내고 있다”고 그는 평가했다. 중국은 단순히 복제(catch-up)를 넘어 ‘전략적 복합 모델(여러 기술과 정책을 유기적으로 통합하여 국가 경쟁력을 극대화하려는 체계적 접근)’로 진화하고 있다. “중국은 단순한 카피캣을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카피한 후 재해석하고, 전략적으로 재설계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것이 바로 기술굴기의 본질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술 자립은 기술력 그 자체보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집합적 역량인 정책과 예산, 사람, 생태계에 달려 있다. 중국은 지금 그 모든 요소를 갖춘 몇 안 되는 나라가 되었고, 이 흐름은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 중국의 생존 전략 중국의 기술굴기 전략은 단지 기술의 발전이나 자립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기술을 둘러싼 글로벌 권력 경쟁의 한복판에서의 생존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미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중국은 제재에 대한 정면 대응이 아니라 회피, 유인, 우회 등 다양한 생존 전략을 병행하며 체계적인 대응 구조를 발전시켜 왔다. 백 교수는 이러한 대응 전략을 ‘생존형 유연 전략’이라 정의하며, “중국은 리스크를 회피하면서도 기술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도 유기적인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는 단기적인 대응보다는 장기적 시스템 설계에 가깝다”며 중국의 생존 전략은 우회 전략, 차선 기술 활용, 역방향 협상 전략 등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설명한다. 우회 전략의 대표적인 예는 GPU 수급이다. 미국은 AI 훈련의 핵심 자산인 GPU, 특히 엔비디아 제품의 수출을 제한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를 싱가포르, 중동, 홍콩 등 제3국 경유로 우회 수입하거나, 자국 내 클라우드나 슈퍼컴퓨팅 인프라를 통해 자체 훈련을 가능케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백 교수는 “이러한 우회 전략은 단순히 조달 경로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공급망 구조 자체를 변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는 글로벌 기술표준에 포함되지 않았던 ‘차선 기술’의 재활용이다. 과거 글로벌 시장에서 주류로 자리잡지 못하고 밀려나 묻혀있던 기술을 자국 표준으로 정착시키거나, 아예 새로운 기술로 전환해 독자적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중국은 통신 분야에서 TD-SCDMA와 같은 독자 표준을 채택한 전례가 있으며, AI나 블록체인, 자율주행 플랫폼에서도 이런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세 번째 전략은 미국 빅테크 기업과의 관계를 단절하지 않고, 중국 시장의 매력을 극대화해 이들의 잔류를 유도하는 ‘역방향 협상 전략’이다. 백 교수는 “중국은 보복보다는 유인 전략을 선택했다. 자국 시장, 데이터 접근성, 투자 기회를 통해 글로벌 기업을 붙들어두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애플, 테슬라, 퀄컴 등 미국 기업들은 여전히 중국 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중국은 이를 지렛대로 삼아 기술 유출은 방지하면서도 경제적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입장에선 이들 기업의 잔류가 기술 습득과 시장 영향력 양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술 질서에서의 주도권 재편 중국의 전략은 단순한 내부 대응이 아닌, 국제 외교와 기술외교 차원의 복합 작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은 글로벌 남반구 국가들과의 기술 협력을 확대하며, 자국 기술표준의 국제화를 추진 중이다. 중국과학원의 ‘AI for SDGs’ 같은 프로젝트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을 위해 설계된 400여 개의 AI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이 프로젝트는 개도국을 위한 공힉적인 프로젝트로 성범죄 예방이나 소수 어종 보호 등 사회문제 해결에 AI를 활용하려는 노력을 담고 있다. 백 교수는 “중국은 기술 규범을 무기화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개도국과의 파트너십을 강조하며 국제적 우호를 다져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인재 정책 역시 미중 기술경쟁의 핵심 축 중 하나다. 천인계획을 통해 해외 인재를 대거 영입하고, AI·로보틱스·양자컴퓨팅 등 첨단 분야에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학생 리턴을 장려하며, 고액 연봉과 연구 자율성 보장을 내세운 ‘차세대 인재 리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백 교수는 “기술경쟁은 결국 사람의 싸움이다. 중국은 단기간 내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 풀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적 자원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 가지 중요한 포인트를 짚는다. 바로 중국이 글로벌 규범, 즉 기술 통제의 룰셋을 재정의하려 한다는 점이다. 그는 “중국은 오픈소스 플랫폼 ‘Gitee’를 자체 개발해 깃허브(GitHub)를 대체하고 있으며, 인공지능 규범도 자국 중심의 틀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이는 단순한 자립이 아닌, 글로벌 기술 질서에서의 주도권을 다시 짜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기술 표준의 선점’이야말로 패권 장악의 실질적 수단이라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 기술 주도권 — 중국이 설계하는 AI·반도체·에너지 전략 중국은 지금, 과거 산업혁명이나 정보화 혁명과는 결이 다른 새로운 기술 혁신의 길을 걷고 있다. 그것은 ‘기술 자립’과 ‘패권의 재편’을 동시에 꿈꾸는 야심 찬 프로젝트이자, AI·반도체·에너지라는 세 개의 축 위에 세워진 미래 전략이다. 백 교수는 이러한 전략을 “중국이 설계하는 기술 패권의 지도”라고 부른다. 그는 “기술 패권은 단일 기술의 우위가 아니라, 서로 연결된 기술군(clusters)을 얼마나 유기적으로 구성하고 통제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중 첫 번째 축은 AI다. 중국은 논문 수, 특허 수, 연구기관 수, 국가 투자 규모 등 모든 지표에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추월하고 있다. 칭화대, 북경대, 중국과기대는 이미 세계 상위 10% AI 논문 생산 기관으로 자리 잡았으며, 인재 유입과 투자 속도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AI 응용 분야에서도 중국은 공격적이다. 얼굴 인식, 음성 인식, 자연어 처리, 컴퓨터 비전 등에서 상용화 제품을 이미 다수 보유하고 있다. AI 칩 개발도 자국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글로벌 LLM(대형 언어 모델) 경쟁에서도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화웨이, 텐센트 등 주요 빅테크가 독자 모델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둘째 축은 반도체다. 중국이 기술적으로 가장 취약하지만 동시에 가장 전략적으로 투자하는 분야다. 자급률은 여전히 5~15%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SMIC, YMTC, CXMT 등 중국 반도체 기업은 꾸준히 기술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반도체 펀드 1·2기’를 통해 총 400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해 IC 제조, 파운드리, 패키징, 설계 소프트웨어 전반에 걸친 산업 육성을 가속화하고 있다. 또한, 반도체 대학원 설립, 중고 장비 확보, 제3국과의 기술 협력 강화 등으로 ‘실질적 자립 기반’을 빠르게 확충 중이다. 백 교수는 “반도체는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데이터, 공급망과 연결된 복합 구조”라고 지적한다. 중국은 이 연결고리를 끊지 않기 위해 AI 칩에서부터 데이터 센터, 전력망을 수직 계열화하는 구조를 시도하고 있다. 세 번째 축은 에너지다. 중국은 기술 패권을 뒷받침할 ‘기저 인프라’로서 에너지를 보고 있으며, 그중 핵심은 원자력과 핵융합이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진행 중이며, 2035년까지 핵융합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핵융합은 단순한 과학적 실험이 아니라, AI, 반도체, 수소경제까지 연결된 중국 기술 전략의 ‘엔진’이다. 백 교수는 “중국은 핵융합 발전을 통해 에너지의 자립과 글로벌 에너지 질서 재편까지 겨냥하고 있다”며 “이 기술이 성공하면 에너지 패권 역시 재편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3대 전략의 중심에는 결국 ‘통제력’이라는 키워드가 존재한다. 중국은 기술 자체보다 기술을 둘러싼 정책, 인재, 자본, 생태계, 에너지까지 포함한 총체적 구조를 통제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백 교수는 “기술 패권은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을 다룰 수 있는 국가 시스템이 있는가의 문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은 더 이상 카피캣이 아니다. 이제는 시스템 전체를 설계하는 기술 국가로 변모하고 있다. 우리는 이 변화의 실체를 직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백서인 한양대 글로벌문화콘텐츠학부 교수 백서인 교수는 한양대학교 글로벌문화콘텐츠학부 교수이자, 과학기술정책 및 중국 산업전략 분야의 대표적인 전문가다. 공학을 기반으로 한 융합적 시각을 바탕으로, 중국의 기술굴기, 산업 정책, R&D 생태계 변화 등을 지속적으로 연구해왔다. 특히 AI, 반도체, 에너지 분야를 포함한 중국의 국가 기술 전략과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으로 학계와 정책 현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차이나 테크] 인간과 나란히 달린 로봇…베이징 로봇 마라톤이 던진 질문

2025.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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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5년 4월, 베이징 동남부에 위치한 이좡(亦庄) 개발구에서 인류는 전례 없는 장면을 목격했다. 인간 마라토너 1만 2,000명과 더불어 21대의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함께 하프마라톤(21.0975km)을 달리는 이 대회는 기술, 사회, 정책이 교차하는 거대한 실험실이었다. 많은 이들에게 이 장면은 화려한 기술 쇼처럼 비쳤지만, 실상은 더욱 복합적이다. 이 대회는 인간의 영역에 도전하는 기술이 현실에서 어떤 가능성과 한계, 불안과 기대를 드러내는 보기 드문 사례였다. 단지 로봇이 걷는 것이 아니라, 로봇이 인간과 ‘같이’ 달릴 수 있는지를 시험한 최초의 장거리 공개 실험장이었다. ‘로봇 마라톤’이란 무엇인가 이 대회는 인간형 로봇이 실외 장거리 코스를 완주할 수 있는가를 묻는 테스트였다. 평지뿐 아니라 경사, 자갈, 진흙, 곡선 등 도시의 복합 환경이 그대로 반영된 이좡의 도로 위에서 로봇들은 자신만의 알고리듬과 물리적 구조를 시험받았다. 어떤 로봇은 출발도 하지 못한 채 쓰러졌고, 어떤 로봇은 절뚝이며 결승점을 향해 갔다. 그리고 단 6대만이 완주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 실험은 단순히 ‘로봇이 걸을 수 있는가’를 증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술이 현실을 얼마나 대체할 수 있는지, 인간 사회에 얼마나 깊이 스며들었는지, 그리고 국가 전략 차원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준 정치적이고 문화적인 이벤트였다. 중국은 이 마라톤을 통해 전통적인 ‘기술 시연’ 방식을 넘어서, 실제 환경에서 기술을 검증하고 산업화 가능성을 가늠하고자 했다. 동시에 이 실험은 전 세계가 함께 지켜본, 기술과 인간 사이의 심리적 경계를 시험한 퍼포먼스이기도 했다. 기술 쇼인가, 아니면 실험인가 행사 전 유튜브나 웨이보, 샤오홍슈 등 소셜미디어에는 유니트리(Unitree)의 ‘G1’ 로봇이 화려한 동작을 선보이는 홍보 영상이 확산되며 기대감을 높였다. 로봇이 무술을 하고, 계단을 내려가고, 점프 후 착지하는 장면은 “AI 시대의 진짜 전환점이 왔다”는 극찬을 끌어냈다. 하지만 정작 대회 당일, 기대는 실망으로 빠르게 바뀌었다. 화려한 동작을 자랑하던 G1 조차 보조 인력 없이는 주행을 지속하지 못했다. 많은 로봇이 출발선에서 멈추거나, 몇 걸음 가지 못하고 쓰러졌고, 일부는 고장으로 중도 퇴장했다. “자율주행 로봇의 미래”라는 마케팅은, 마라톤이라는 극한 상황 앞에서 실전 테스트의 잔혹함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는 하나의 교훈을 남긴다. 영상 속 ‘완전 자율 로봇’은 현실의 변수 앞에서 여전히 불안정하고 의존적이라는 것. 그럼에도 이 실험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그 불완전함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실패한 로봇들이 넘어지는 장면은 밈(meme)이 되었고, ‘고장 난 기계들의 경연’이라는 조롱도 뒤따랐다. SNS에는 “유니트리 G1, 출발 직후 자빠짐(#宇树G1起跑翻车)”, “머리 없는 로봇도 완주(#赛博铁人无头完赛)” 같은 해시태그가 넘쳐났다. 중국 내부에서는 “완전자율은 아직 요원하다”는 냉소와 함께 “넘어져도 다시 일어난 그 장면이 진짜 감동이었다”는 평가가 교차했다. 그러나 해외의 시선은 달랐다. MIT, 워싱턴대, IEEE Spectrum 등은 “인간형 로봇이 실제 환경에서 장거리를 주행한 최초의 역사적 실험”이라고 평가했다. 로봇 마라톤이 보여준 것은 완성된 기술이 아니라, 진짜 기술의 현재 위치였다. 기술은 경쟁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중국 정부가 이 이벤트에 걸었던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베이징시 체육국, 경제정보화국, 이좡 개발구 관리위원회, CCTV 등 국가급 기관들이 총출동해 공동 주최한 이 대회는,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닌 정책적 기술 실증 무대였다. 그 중심에는 ‘로봇 수도’로 불리는 이좡 개발구가 있다. 이곳은 화웨이, 바이두, 샤오미, 유비테크 등 수많은 첨단 기업과 연구소가 밀집한 국가경제기술개발구로, 중국 정부가 인간형 로봇 상용화의 전초기지로 집중 육성 중인 클러스터다. 100억 위안 규모의 로봇 펀드, 로봇 공공 테스트센터, 실증 단지, 규제 특례, 세제 지원이 통합된 정책-산업-기술의 총합적 실험장이다. 여기서 개최된 마라톤은 그 자체로 중국 로봇 산업이 어느 수준까지 도달했는지를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였다. 특히 이번 대회는 로봇 기술의 실제 내구성과 신뢰성 검증, 복잡한 도시 환경에서의 작동 가능성 실험, 로봇 간 기술 격차 및 상용화 수준 확인, 대중의 기술 인식 변화와 글로벌 홍보 등 네 가지 목표를 갖고 설계됐다. 이 모든 목표는 ‘전시’가 아니라 ‘검증’을 위한 것이었다. 참가팀도 대학 연구실, 대기업 R&D팀, 신생 스타트업 등으로 폭넓게 구성됐고, 모든 참가자는 직접 개발하거나 커스터마이징한 로봇만 출전이 가능했다. 단순히 ‘기성 로봇을 구매하여 참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대회 규정은 실험실의 이론이 아닌, 현장의 현실에 맞춰 설계되었다. 핵심은 “로봇이 실제 도시 환경에서, 사람과 같이 움직일 수 있는가?”였다. 이를 위해 마라톤 코스는 평지뿐 아니라, 최대 9도의 경사, 자갈길, 요철, 곡선 등 복합지형으로 설계됐다. 참가 로봇은 단순한 직진이 아니라, 균형을 유지하며 예측 불가능한 노면에 적응해야 했다. 또한 대회 당일은 전날까지 내린 비로 노면이 젖은 상태였다. 그러나 다행히 4월 19일 당일은 흐림과 선선한 기온(11~15도)이 유지되어 로봇과 인간 모두에게 ‘이상적인’ 날씨가 조성됐다. 운영 측은 “실제 환경에서 로봇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 검증하길 원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실제로 일부 로봇은 자갈길에서 멈추고, 경사에서 전복되거나, 습기에 취약한 배터리가 작동을 멈추는 사례가 속출했다. 로봇이 단순히 ‘자율주행’만 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었다. 각종 운영 규정은 매우 현실적이고, 때론 인간보다 로봇에게 더 관대한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배터리 교체는 무제한 허용되었으며, 단 교체 시간은 기록에 100% 반영되었다. 로봇 본체(기체)의 교체도 허용됐지만, 이 경우 회당 10~20분의 페널티가 기록에 추가되었다. 완전 자율, 반자율, 수동 조작 모두 허용되었고, 로봇 옆에 사람이 동행하며 보조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최대 3명의 팀원이 동행 가능, 냉각수를 뿌리거나 줄로 보조하거나 밀어주는 등의 행위도 조건부로 허용되었다. 즉, 이번 대회는 기술이 아닌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 전체를 실험한 무대였다. 인간이 보조하는 전제가 있더라도, ‘로봇이 완주할 수 있느냐’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했다. 대회 참가 자격 및 요건 인간처럼 걷는다는 것의 기술적 의미 이번 베이징 로봇 마라톤은 단순히 ‘로봇이 뛴다’는 사실보다, 로봇이 ‘어떻게 걷고, 어떻게 쓰러지고, 어떻게 다시 일어서는가’를 보여주는 장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은 놀랍도록 복잡하고 치열한 기술적 도전의 총합이었다. 많은 이들이 간과하지만, 인간이 걷는다는 것은 사실상 지속적인 낙하를 방지하는 고난도의 균형 기술이다. 인간은 뇌와 소뇌, 신경계, 근육, 센서 역할을 하는 감각기관을 통해 이 정교한 균형을 실시간으로 유지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에게도 이와 같은 기능이 필요하다. 문제는 그것을 기계적이고 계산적인 방식으로 구현해야 한다는 점이다. 로봇의 보행 제어 기술은 흔히 ‘소뇌’에 비유된다. 중국공정원의 로봇 공학자 장젠웨이 (张建伟) 원사는 이를 “로봇의 운동제어는 인간 소뇌의 역할과 같다. 단순히 근육을 움직이는 수준을 넘어, 시각·촉각·관성 등 다양한 센서 정보를 실시간으로 통합하여 균형을 잡는 고도의 능력이 요구된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마라톤에 출전한 21대 로봇 중 완주에 성공한 로봇은 단 6대뿐이었다. 이는 걷는 행위가 얼마나 어려운 기술적 과제인지를 증명한다. 그 중심에는 ZMP(Zero Moment Point) 제어 기술이 있다. 이는 로봇이 넘어지지 않기 위한 ‘가상의 균형점’을 설정하고, 이 점이 발바닥 면적 안에 있도록 실시간으로 균형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은 중국의 ‘천공 Ultra’, 일본의 ASIMO, 미국의 Cassie 등 글로벌 로봇들이 공통적으로 채택한 구조다. ‘천공 Ultra’는 관성측정장치(IMU), 발바닥 압력 센서 등 수십 개의 센서를 융합한 자세 예측·보정 시스템을 통해 보행 중 중심을 지속적으로 계산하고 조정했다. 그 결과, 다양한 요철과 경사로 이루어진 21km의 코스를 무리 없이 주행할 수 있었고, 평균 속도 7.88km/h로 인간 수준에 근접한 속도를 구현했다. 이러한 균형 제어는 수십 개의 센서와 고속 피드백 시스템에 의존한다. 센서에서 들어온 정보를 바탕으로 로봇은 자신의 위치, 가속도, 힘, 접촉 여부 등을 실시간으로 계산하고, 걸음 하나하나를 예측하며 조절해야 한다. 걸음을 만드는 건 단순한 다리 회전이 아니다. 인간의 걸음걸이를 모사한 ‘중추 패턴 생성기(CPG)’, 관절 타이밍을 조절하는 FSM(유한상태머신), 궤적 계획 알고리듬 등 복합적인 제어 체계가 필요하다. 이 모든 요소가 어긋나면, 로봇은 곧바로 넘어지거나 멈춰 서게 된다. 실제로 마라톤에서 많은 로봇들이 몇 걸음 걷지 못하고 중심을 잃었고, 우승한 천공 Ultra조차 복잡한 제어 시스템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처럼 기본 보행 하나가 수천 개의 제어 루프와 예측 모델에 의해 작동되는 것이 바로 휴머노이드 로봇의 세계다. 이번 대회는 단순히 걷는 것을 넘어서 넘어졌을 때 어떻게 복원하는가가 중요한 기술 시험대가 되었다. 일부 로봇은 쓰러진 후 1초 이내에 일어나거나, 순간적으로 중심을 재조정해 다시 보행을 재개했다. 이러한 ‘복원력’은 기존의 모델 기반 제어로는 어렵고, 강화학습 기반의 반복 시뮬레이션을 통해 얻어지는 성과다. 미국 오리건주립대의 Cassie는 수천 회에 걸친 가상환경 훈련을 통해 5km 완전자율 달리기에 성공한 바 있으며, 중국에서도 ‘온라인 적응제어’, ‘메타러닝’, ‘다중모달 피드백’ 등을 활용한 고급 학습 기반 제어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실의 마라톤은 여전히 쉽지 않다. 피드백 지연, 센서 노이즈, 예기치 못한 충격 등은 로봇이 제대로 균형을 잡는 데 가장 큰 난관이다. 완주 로봇들도 결국은 “안정적인 보행”을 구현한 것이지, “자유롭고 전략적인 달리기”에는 이르지 못했다. 균형 유지와 궤적 수정 등의 기술적 난점을 극복해야 하는 회전 구간을 통과하는 로봇 로봇의 한계는 머리가 아니라 다리에 있다 이번 베이징 로봇 마라톤은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인간형 로봇이 실제로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를 시험한 내구성 실험이었다. 그리고 이 실험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알고리듬도, 인공지능도 아닌 바로 ‘몸’, 하드웨어 구조 그 자체였다. 실제로 대회 현장에서 가장 많이 목격된 장면은 로봇의 알고리듬이 멈춘 순간이 아니라, 모터가 과열되고, 관절이 고장 나고, 균형을 잡지 못해 넘어지는 물리적 실패였다. 이는 로봇의 ‘신체’ 기술이 아직 인간의 체력과 유연성, 복원력에 비해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AI가 아무리 똑똑하더라도, 그것을 움직이는 구동계가 과열되면 모든 기능은 정지된다. ‘천공 Ultra’처럼 성공적으로 완주한 로봇조차도 냉각 기술, 배터리 관리, 경량화 프레임, 충격 흡수 구조 등을 갖추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특히 주목받은 요소는 장거리 주행에 적합한 저전력 고효율 모터 시스템으로 구성된 구동계 설계였다. 일부 로봇은 과도한 전류 소모로 중도에 멈추기도 했다. 또한 경기 중 로봇에 물을 뿌려주는 장면이 자주 목격됐다. 이는 고온 환경에서 모터가 쉽게 과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임기응변이었으며, 냉각 시스템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사례였다. 배터리 교체는 무제한 허용되었지만, 교체 시간은 기록에 반영되었다. 즉, 배터리 용량과 효율은 주행 전략의 핵심 변수라고 할 만큼, 배터리 교체 전략의 중요성이 두드러졌다. 낙상 후 회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유연한 프레임 설계’는 일부 팀만이 도입한 기술로, 이런 프레임의 내구성 차이가 완주 여부를 결정짓기도 했다. 이처럼 로봇은 두뇌와 소뇌(알고리듬과 제어 시스템) 이전에, 몸이 먼저 살아남아야 하는 존재다. 로봇 마라톤의 완주는 결국 체력 싸움이었다. 특히 다양한 지면 상태는 구동계의 내구성과 접지력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줬고, 대부분의 로봇은 여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체 기술’은 단순한 기계 설계를 넘어, 현장 적응력(adaptivity)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특히 무게 대비 출력, 충격 완충, 관절 회복력, 소재 피로도 같은 요소는 알고리듬의 정교함과는 별개로 하드웨어의 물리 법칙에 지배된다. 대회의 기록과 영상을 분석해 보면, 많은 로봇이 알고리듬 오류가 아닌 관절 고장, 모터 작동 중지, 배터리 문제 등 하드웨어적 이유로 실격되었음을 알 수 있다. 기술의 진화는 흔히 AI나 자율주행 알고리듬에 집중되지만, 실제 경쟁력은 여전히 물리적 생존성에서 갈린다. 이를테면, 어떤 로봇은 넘어졌을 때 구조적 탄성으로 충격을 흡수하고 다시 일어섰지만, 어떤 로봇은 단 한 번의 낙상으로 프레임이 뒤틀려 더 이상 주행이 불가능했다. 이는 결국 ‘기술의 진보는 물질의 진보와 맞닿아 있다’는 진리를 다시금 상기시킨다. 다시 말해, 휴머노이드 기술의 발전은 ‘뇌–신경–근육–골격’을 모두 갖춘 사이보그적 시스템 디자인으로 나아가야 하며, 이 과정에서 기계공학, 재료공학, 열역학, 에너지관리 등 복합 기술의 동시발전이 필수 조건으로 요구된다. 21대 중 단 6대의 완주 베이징 로봇 마라톤은 숫자로 시작해 숫자로 끝나는 실험이었다. 참가 로봇 21대 중 결승선을 통과한 로봇은 6대에 불과해, 완주 성공률 약 28.6%를 기록했다. 대부분은 출발 직후 넘어지거나, 중도 탈락하거나, 수차례 멈춤과 재가동을 반복하다 실격 처리되었다. 이 숫자는 로봇 기술의 냉정한 현실을 보여준다. 실험실에서 아무리 정교한 알고리듬을 구현해도, 실제 노면의 진동, 돌발 변수, 구동계의 발열, 배터리 한계, 균형 조정 실패 앞에서는 로봇의 ‘지능’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백히 증명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천공팀(천공 Ultra)은 인간 선수들과 겨뤄도 뒤처지지 않을 만큼 압도적인 속도와 내구성을 선보였다. 반면, 2위를 차지한 소완동팀(小顽童队)은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송연동력 N2 기체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효율로 준우승을 기록했다. 3위에 오른 행자 2호팀(行者二号队)은 경기 내내 한 번의 배터리 교환도 없이 4시간 25분이라는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각 팀은 저마다의 독특한 전략과 기술로 어려운 레이스를 견뎌냈으며, 완주에 실패한 팀들도 각종 기술적 문제와 환경 변수 속에서 값진 경험을 남겼다. 우승을 차지한 천공 Ultra는 2시간 40분 42초 만에 21km를 완주했다. 놀라운 점은 이 성과가 단순한 하드웨어 스펙만으로 달성된 것이 아니라, 전략적인 운영, 냉정한 판단, 실시간 현장 대응이 결합된 결과라는 데 있다. 천공 Ultra는 세 가지 기술적 강점을 보여줬다. 우선 넘어져도 구조 변형 없이 복귀가 가능하도록 경량화된 프레임과 고강성 소재를 사용했다. 또한 발열이 예상되는 구간에 진입하기 전 로봇에 냉각수를 분사했다. 이외에도 배터리 교체 시점과 주행 속도를 정교하게 계획해 에너지 관리를 최적화했다. 또한, 이 팀은 기체 교체 없이 배터리만 교체하면서 최소한의 페널티로 효율적인 주행을 유지했다. 이 모든 요소는 단순한 기술을 넘어, 현장을 시스템으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25 북경 이좡 하프 마라톤 완주 로봇 팀 실패한 15대의 로봇, 무엇이 부족했나 반대로, 완주하지 못한 로봇들에는 몇 가지 공통된 패턴이 있었다. 일부 로봇은 신호가 시작되자마자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 출발선에서 탈락했다. 이는 초기 센서 캘리브레이션 실패 혹은 균형 제어 알고리듬의 미세 조정 부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발열도 문제였다. 몇몇 로봇은 모터 과열로 주행이 중단되었고, 냉각 장치가 없거나 관리가 미흡했던 경우가 많았다. 배터리 교체 타이밍을 놓쳐 에너지 고갈로 인해 완전히 멈춘 사례도 다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기계적 파손을 꼽을 수 있다. 자갈길이나 요철 구간에서 로봇 다리의 관절이나 프레임이 손상된 사례도 있었다. 이런 문제들은 단지 기술 부족이라기보다, 실전 환경에 대한 준비 부족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즉, 실패의 원인은 ‘기능 미달’이 아니라 ‘현장 대응력 미비’인 것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기술적으로 더 뛰어난 로봇이 반드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대형 AI 모델을 탑재한 로봇, 고사양 하드웨어를 장착한 로봇들도 예상보다 빨리 탈락했다. 반면 비교적 단순한 시스템을 탑재한 로봇이 끝까지 버티는 경우도 있었다. 이 현상은 마치 레이스카 경기에서 고성능 차량이 기계 고장으로 리타이어하고, 낮은 스펙의 차량이 꾸준히 완주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는 ‘기술의 경쟁력’이 아니라 ‘현장 적응력’, 즉 시스템의 견고함과 운용의 탄력성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남긴다. 이번 마라톤에서 로봇이 완주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성취를 넘어, ‘인간형 로봇이 도시 환경을 실제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사건이다. 물론 이는 아직 ‘완전자율’과는 거리가 멀지만, 적어도 “기술이 현장에 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 실험은 ‘로봇이 인간처럼 달릴 수 있느냐’를 증명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로봇이 인간의 공간에서 ‘실제로 함께할 수 있는 기술이 되었느냐’는 질문에 대한 첫 번째 응답이었다. 미완주팀 분석 이 글을 쓴 이경전 교수는 경희대학교 경영대학 및 빅데이터응용학과, 첨단기술비즈니스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인공지능과 비즈니스 모델 융합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KAIST에서 경영과학을 전공하고, 미국 카네기멜런대학교 로보틱스 연구소와 MIT, UC 버클리 등에서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인공지능을 사회적 도구이자 제2의 언어로 바라보며, 기술의 사회적 수용성과 정책적 맥락에 대한 통찰을 다양한 매체와 저서를 통해 공유하고 있다. 김미소 연구원은 경희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현재 빅데이터응용학과 대학원에 재학중이다. 이 글의 전문은 여기에서확인할 수 있다.

제임스 다이슨의 성공 법칙 A to Z (독점 인터뷰)

2025.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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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슨의 창업가이자 수석엔지니어인 제임스 다이슨 경이 도쿄에 있는 박람회장인 스페이스오 무대에 올라 세계에서 가장 얇은 무선 청소기인 '펜슬백'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 다이슨] 🟥장면1: 새 발명품 78세 엔지니어의 새 발명품, 빗자루 청소기 '펜슬백' 도쿄에 있는 박람회장인 스페이스오. 78세 창업가이자 수석엔지니어인 제임스 다이슨 경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그는 이날 세계에서 가장 얇은 무선 청소기인 '펜슬백'을 발표했습니다. 연필(Pencil)만큼 얇은 청소기(Vac)라는 이름인데요. 무대에 오른 다이슨 경은 이렇게 외쳤습니다. F1자동차 보다 빠른 모터 💬 "이번 신제품은 지름이 단 38mm로, 저희가 만든 제품 중 가장 슬림한 청소기입니다. 500원짜리 동전 지름 크기의 모터를 손잡이 안에 넣은 헤어드라이어와 같은 구조를 채택했고, 이로 인해 기동성과 휴대성이 크게 향상됐습니다." 💬 "내부에는 저희가 새로 개발한 28mm 직경의 모터가 들어가 있는데요. 무게도 가볍고 효율도 뛰어나며, 무려 14만 RPM의 속도로 회전합니다. 참고로 F1 자동차나 제트엔진의 RPM이 약 1만6000 RPM 수준인 걸 고려하면, 소형 가전 제품 중 최고 수준의 속도입니다." 4분의1로 가벼워진 청소기 신형 청소기는 지름 38mm, 높이 1.16m, 무게 1.8kg로 빗자루와 유사합니다. 다이슨의 대표 제품 V15의 무게가 3kg 가량이고, 경쟁사의 일반 유선형 청소기가 4~7kg인 점을 고려할 때 무게를 무려 4분의 1가까이 줄인 장면인데요. 그만큼 사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한 것입니다. 이처럼 다이슨이 또 한 번 혁신을 한 까닭은 스스로 쌓아올린 ‘사이클론’ 방식을 스스로 파괴했기 때문입니다. 다이슨은 유선 청소기 필터가 먼지로 인해 자주 막히고 흡입력이 떨어지는 문제에 착안, 1993년에 다이슨 브랜드 청소기를 내놓았는데요. 필터 없이 강력한 원심력을 이용해 공기와 먼지를 분리하는 '이중 사이클론 기술'을 개발했고, 그 이후 수많은 청소기 기업이 해당 방식을 추종했습니다. ‘톡’하고 빠지는 먼지 청소기 헤드는 머리카락 엉킴을 원천적으로 방지한다는 것이 다이슨의 설명입니다. 직접 청소기 헤드를 들어보니, 청소기 헤드에는 두 개의 소형 모터가 탑재돼 있었습니다. 두 개의 모터가 서로를 마주 보고 회전하면서 한층 새로워진 브러시인 ‘플러피콘’을 안쪽으로 빠르게 돌리는 것인데요. 몸체 안의 모터가 먼지를 빨아들인다면 솔 내부 모터는 먼지를 엉킴 없이 집어넣는 구조인 셈이다. 또 헤드 앞뒤에는 초록빛 LED가 탑재돼 있어 어두운 바닥 위의 미세 먼지까지 효과적으로 비춥니다. 먼지 분리 방식 역시 개선했는데요. 먼지를 두 번 걸러 흡입력을 유지하는 2단계 직선형 필터레이션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머리카락 두께 300분의 1 수준인 0.3마이크론 크기의 미세먼지를 99.9% 제거한다고 해요. 또 있습니다. 흡입된 먼지는 자동으로 압축돼 부피가 줄어듭니다. 또 청소기 가운데 버튼을 누르면 청소기가 쉽게 분리됐고, 필터가 장착된 부분을 쓰레기통에 대고 밀고당기니 먼지가 ‘톡’하고 빠졌습니다. 78세 엔지니어의 감동적인 발표 청소기 무게는 정말 빗자루처럼 가볍고 헤드의 방향 전환과 먼지 제거가 손쉬웠습니다. 다만, 헤드에 모터가 있다보니, 얼마나 튼튼할지는 더 테스트를 해봐할 듯 합니다. “만약 세게 부딪히면 견딜 수 있을까?”하는 염려감도 듭니다. 하지만 78세 수석엔지니어가 직접 무대에 올라 제품을 설명하는 장면은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특히 다이슨 경은 제품 스펙을 줄줄이 읇으면서 자신이 설계한 청소기를 설명했습니다. 이런 혁신적 제품을 발명한 다이슨 경은 어떤 인물일까요? (1) 로얄컬리지오브아트 시절의 다이슨 (2) 1977년 아내 디어드리가 다이슨이 개발한 볼배로를 밀고 있다. (3) 네 바퀴 구동과 서스펜션을 갖춘 독특한 수륙양용 차량인 휠보트 모형 (4) 1993년 다이슨 브랜드로 처음 나온 사이클론 진공 청소기 'DC01' [사진 다이슨] 🟥장면2: 성공 스토리 5126번 실패에서 얻은 교훈 "실패는 끝이 아닌 시작" 우리는 누군가의 성공의 끝은 보면서, 과정은 잘 보지 않는데요. 앞선 편지에서도 전해드렸지만, 인생에는 쭉 뻗은 우상향 곡선이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원대한 꿈을 꾼 인물들을 만나보면, 그 여정은 대체로 울퉁불퉁합니다. 이를 가리켜 ‘메시 미들(Messy Middle)’이라고 합니다. 다이슨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책 『제임스 다이슨』 참조) “끝까지 달려야 한다” 다이슨 경은 런던에서 북동쪽으로 2시간 반 정도 떨어진 노펀의 작은 해안마을 크로머에서 1947년 태어났는데요. 아홉 살에 부친을 암으로 잃으면서, 가정 형편이 급격히 어려워졌습니다. 하지만 명문 사립인 그레셤스스쿨의 교장 선생님이 학비를 전액 지원하면서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는데요. 당시 그는 장거리 달리기를 좋아했습니다. "장거리 달리기를 통해 끝까지 가는 방법을 익힐 수 있었어요.” 이후 로얄컬리지오브아트에서 가구와 실내 디자인을 전공했고 산업디자인으로 전과를 합니다. (스티브 잡스 역시 리드칼리지에서 주로 청강한 강의가 타이포그래피였어요.) 그는 졸업 이후 창업가의 길을 걷습니다. 그는 자신의 디자인 실력을 마음껏 뽐냈습니다. 첫 작품은 수레에서 바퀴를 떼어내고 플라스틱 공을 붙여 편하게 밀고 끌 수 있는 수레인 ‘볼배로’였습니다. 또 이를 응용해 선박을 손쉽게 끌고 다닐 수 있는 ‘트롤리볼’과 시멘트가 아닌 플라스틱 통에 물을 채워 땅을 평평하게 다지는 ‘워터롤러’를 내놓았습니다. 이 뿐 아닙니다. 물과 땅에서 시속 64km로 이동할 수 있는 ‘휠보트’도 설계했습니다. “내 인생은 내가 통제한다” 하지만 이런 어마어마한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 낼 자본이 없었습니다. 그가 진 빚만 20만파운드(현재 약 250만 파운드로 46억원에 해당)에 달했습니다. 당시 영국의 연간 이율이 24%인 점을 고려할때 매년 이자만 10억원씩 불어났습니다. 다이슨 경은 더 많은 주식을 발행해, 투자자한테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하지만 사태는 점점 꼬여갑니다. 미국에 있는 한 기업에 계약하고 오라고 보낸 직원이 그 회사로 이직을 했고 유사 제품까지 만들었습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1979년 주주들이 CEO에서 해고합니다. 그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합니다. “이후 주주의 아들이 경영권을 물려 받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5년간 쌓은 커리어를 모두 잃었고요. 직업도 수입도 없이 무일푼이 됐습니다. 하지만 나에게는 사랑스러운 세 아이가 있었고, 엄청난 대출금도 있었습니다. 회복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성공의 반대는 실패가 아니다 다이슨은 포기를 몰랐습니다. 당시 그는 냄새나고 자주 막히는 가정용 청소기의 문제점을 푸는데 골몰했습니다. 다이슨 경은 그 원인이 먼지봉투가 막히면서 공기의 흐름을 차단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립니다. 그는 공장에서 공기 중의 먼지나 톱밥 가루 등을 제거하는데 쓰이는 ‘사이클론 분리 기술’을 응용하기로 했습니다. 싸이클론은 공기 속 미세 입자를 회오리처럼 회전하는 기류로 분리하는 기술인데요. 이를 청소기 수준으로 축소하면, 먼지봉투 없이도 공기와 먼지를 분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 설계도를 그린 뒤 이상이 발생하면 한 번에 하나씩만 고치면서 개선했습니다. 실패 일지를 쓰고, 실험하고, 다시 일지를 적고, 개선하고를 무한 반복하는 고루한 과정이었습니다. 그는 5127번째 시제품에서 “유레카”를 외칩니다. 무려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였습니다. 이렇게 회고합니다. “5127개의 시제품을 만든 뒤에야 전문가들도 불가능하다고 했던 일을 해낼 수 있었습니다.” (일반 공장의 사이클론 장치가 1m~10m에 달하기 때문에 이를 50분의 1 이상으로 축소하는데 성공한 것입니다.) (1) 다이슨의 전기차 프로젝트 2019년 상업적인 이유로 중단했다 (2) 첨단 세탁기인 컨트라로테이터 (3) 스마트 글래스인 다이슨 할로 (4) 다이슨공대의 졸업식 [사진 다이슨] 🟥장면3: 성공 스토리 "우리는 알려진 지식의 끝자락에 있을 뿐이다" 다이슨 경은 훗날 영국 수학가이자 역사가인 제이콥 브로노우스키를 인용해 발명의 위대함을 이렇게 강조합니다. “우리는 항상 알려진 지식의 가장자리에 있으면서, 끊임없이 더 희망적인 미래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모든 과학적 판단은 언제나 오류의 가장자리에 있고 지극히 개인적입니다. 과학은 우리가 결함이 있는 존재임에도 알수 있는 것들을 입증합니다.” 잇따른 배신과 좌절 하지만 제품만으로 시장을 움직일 순 없었습니다. 유통 업체들이 다이슨이 만든 청소기 기술을 인정하면서도, 판매는 외면했습니다. 당시 먼지봉투 시장은 유럽에서 연간 5억 달러에 달했고 유통 업체는 이런 큰 수익원을 흔들고 싶어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미국의 유통사인 암웨이와 손을 잡았습니다.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설계 도면, 시제품, 기밀 정보를 넘겼습니다. 하지만 “암웨이는 일방적으로 계약을 취소하고, 지불한 돈을 돌려받기 위해 사기로 소송을 걸었다”고 토로합니다. 해당 소송으로 또 한번의 위기에 처한 다이슨 경. 그런 그한테 뜻 밖의 큰 행운이 찾아옵니다. 바로 트랜스월드 항공사 기내에 비치하는 잡지에 다이슨 경이 개발한 청소기 리뷰 기사가 크게 실린 것입니다. 전 세계 관계자들이 이를 보고 문의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세탁기와 SUV, 끝없는 도전 특히 일본의 에이펙스는 그의 제품을 마음에 들어했습니다. 에이펙스는 다이슨의 청소기 도면을 활용해 제품을 만들고 오늘날 약 25만엔에 판매를 했습니다. 고가에도 제품은 불티나게 팔렸고 일본에서 다이슨 청소기는 곧 사회적 지위의 상징이 됩니다. 그는 직접 회사를 설립하고 제조 생산도 직접 하기로 결심합니다. 그 회사가 바로 오늘날의 다이슨입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실패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두 개의 대형 반대방향 드럼이 손빨래처럼 세탁해주는 컨트라로테이터, 당시 기술로는 한계였던 스마트 글래스인 다이슨 할로, 5년간 5억 파운드 이상을 쏟아부은은 7인승 SUV가 대표적입니다. 그는 실패를 순순히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다이슨 경은 자수성가한 창업가로 이름을 날립니다. 다이슨의 성공 비결 톱4 그것도 투자 유치 없이 말입니다. 다이슨 경이 설립한 다이슨은 2023년 매출액 71억 파운드(약 13.2조원)를 기록했고, 다이슨 가족의 재산은 오늘날 230억 파운드(약 42.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성공 전략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1️⃣낙관과 끈기: 다이슨은 평소 이런 말을 자주합니다. “성공으로부터는 아무 것도 배울 수 없지만, 실패로부터는 모든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장거리 달리기를 통해 모두가 지쳐 포기할 때 고통을 이겨내고 한 발 더 내딛는 법을 익혔습니다.” 2️⃣실험정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단숨에 완성품을 기대하기보다 변수를 하나씩만 바꿔가며 무엇이 달라지는지 끝없이 시험해보는 경험적 접근법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첫 청소기를 개발할 때 5000 개가 넘는 시제품을 만들면서 매번 개선점을 찾아낸 것이 대표적입니다. 3️⃣경영권 통제: 첫 창업 실패 이후 경영권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깨달았고, 이후 자신의 회사 지분을 팔지 않고 절대적인 통제권을 유지했습니다. 그는 “외부 압력 없이 나의 철학대로 제품 개발에 전념할 수 있었던 것은 투자자가 없었기 때문이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만큼 사업 확장은 더딜 것입니다.) 4️⃣퍼포먼스: 다이슨 경은 가장 중요한 요소를 단 하나. 퍼포먼스로 꼽았습니다. 제품 성능이 우수하다면, 나머지는 부차적이라는 ‘기술 주의’에 가까운데요. 실제로 다이슨 청소기가 얼마나 성능이 뛰어난지 직접 보여주는 방식으로 마케팅을 했고, 입소문이 나면서 소비자들의 요청으로 유통업체들이 움직였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 🟥장면4: 인터뷰 전문 “포기하려는 그 순간이, 성공이 코 앞에 있는 지점이다” 다이슨 경을 인터뷰하고자 만났을 때 가장 궁금했던 것은 사실 딱 두개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지치지 않고 끝까지 달릴 수 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렇게 큰 성공을 할 수 있는지”였습니다. 다이슨 경의 답변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 성장하라”입니다. 실험과 실패는 불가피하다 ❓미라클레터 독자들한테 성공 비결을 알려 주실 수 있나요 💬실패에서 교훈을 얻고 성장하세요. 무언가를 변화시키고 진보하기를 원한다면, 실험과 실패는 불가피합니다. 특히 너무도 포기하고 싶을 때가, 어쩌면 성공을 바로 코 앞에 두고 있을 때일 수 있습니다. ❓추상적인데…쉽게 말씀을 부탁드려요. 💬전 오래전부터 장거리 달리기를 했습니다. (다이슨 경은 영국 배스에서 열린 하프마라톤 대회에 출전해 21km를 1시간 40분에 완주한 이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구력’의 중요성을 잘 아는데요. 마라톤 같은 경주를 하다 보면, 중간쯤에 정말 지치고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하지만 바로 그 순간이 속도를 더 내야 하는 순간입니다. 왜냐? 그때는 다른 경쟁자들도 모두 지쳐 있기 때문입니다. 💬제품 개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정말 다 해봤다. 이쯤에서 포기하자”라는 생각이 드는 시점이 있는데, 그때 딱 한 발짝만 더 나아가면, 바로 성공이 코앞에 있을 수 있어요. 엉뚱한 아이디어도 무시마라 ❓100% 정답 같은 것은 없을까요. 💬(다이슨 경은 오늘날 학교 교육에 대해 한탄했어요.) 지금은 정답을 외우고 반복하는 교육이 많지만, 사실 인생은 그렇지 않아요. 실패를 통해 몸으로 배우는 것이 진짜 배움입니다. 차라리 학교에서 얼마나 많은 실수를 했는지에 대해 점수를 주는 게 더 바람직해요. 다이슨 내에서는 아무리 엉뚱한 아이디어라도 무시하지 않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바보 같아 보여도, 그런 아이디어가 더 흥미로운 방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의 이런 철학은 대학 개교로 이어졌습니다. 다이슨 경은 2017년 영국 남서부 맘스베리에 자유로운 분위기, 등록금 전액 무료, 급여 지급이라는 파격적 조건을 내건 실험 중심의 다이슨 공대를 설립했는데요. 소문이 나자 옥스퍼드·캠브리지 같은 명문대 진학을 포기하고 다이슨 공대를 노크한 신입생이 속속 등장했습니다.) 한번에 하나씩 개선해 가라 ❓구체적인 질문 하나 드릴게요. 초창기에 5,000개가 넘는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는데 어떻게 포기 않고 하셨나요? 💬엔지니어라면, 실패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우리는 아주 단순한 방법으로 한 번에 하나씩 변경하며 반복적인 과정을 통해 제품을 개발합니다. 실패는 배움의 기회입니다. 성공하면 왜 성공했는지를 물을 필요가 없지만, 실패하면 왜 실패했는지를 반드시 파악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실패가 더 교육적입니다. ❓한국은 고령화에 접어들었는데요. 노년층을 위한 장기적인 설계 전략도 있나요? 💬저도 이제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그런 관점을 제품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손에 관절염이 있어서 무언가를 오래 들고 있는 게 힘들어요. 그래서 제품을 가볍게 만들고, 사용법도 단순하게 만드려고 합니다. 또 UI(사용자 인터페이스)도 단순하게 만들려 노력합니다. 젊은 사람들은 복잡한 UI를 좋아하지만, 나이 드신 분들은 오히려 그걸 불편해합니다. 예를 들어 ‘모드 버튼’을 반복해서 눌러서 기능을 전환하는 것은 젊은 사람들은 즐기지만, 저는 그런 기능을 가능한 줄이려 합니다. 🟥장면5: 인터뷰 전문 "AI 시대엔 창의력으로, 문제를 잘 푸는 인재가 뜬다" ❓중국산 유사 제품이 상당히 많은데요, 다이슨은 어떻게 브랜드의 독창성과 경쟁력을 유지하고 계신가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항상 한 발 앞서 나가는 것입니다. 학교에서는 누군가의 과제를 베끼면 퇴학을 당하죠. 그런데 상업 세계에서는 그런 행동이 허용되는 듯 보입니다. 음악이나 예술은 복제가 금지되지만, 엔지니어링에 대해서는 다르게 여겨지는 게 안타깝습니다. 제 생각엔 도덕적으로도 옳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건 엔지니어링이며, 기술 개발을 통해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존재합니다. 첫째도 성능, 둘째도 성능 ❓겉보기에는 단순한 디자인 같지만, 내부는 매우 복잡한 기술이 숨어 있는 걸 알고 있습니다. 디자인과 기술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나요? 기술이 우선인가요, 아니면 디자인이 출발점인가요? 💬보통은 기술과 성능이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가끔은 제품의 형태가 기술을 이끄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손잡이를 더 크게 만들면 더 큰 모터를 넣을 수 있지만, 무게가 늘어나고 결과적으로 성능과 사용성이 떨어지게 됩니다. 우리는 그 안에서 가장 적절한 균형점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디자인도 기술이라고 생각하나요? 💬그렇습니다. 저는 디자인을 아주 넓은 의미로 봅니다. 기술, 제조 방법, 품질, 사용 경험, 성능… 이 모든 것이 전부 디자인입니다. 외형적인 요소는 전체 중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죠. 첫 도전에도 가능성은 있다 ❓헤어케어와 홈케어처럼 완전히 다른 분야로 진출할 때, 브랜드 정체성이나 경쟁 브랜드에 대한 고민은 없으셨나요? 💬항상 리스크는 있습니다. 새로운 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잘 팔릴지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펜슬백이 잘 팔릴지 저도 모릅니다. 다만 우리가 분명하게 믿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고, 더 효율적이고, 사용하기 편하고 즐거운 제품을 만든다면, 설령 우리가 기존에 강점을 갖고 있지 않던 분야라 하더라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본질적인 개선이 있다면 시장에서도 받아들여질 것이라 믿습니다. ❓AI 시대인데요. 만약 20대로 돌아가신다면, 어떤 기업을 창업하고 싶으신가요. 💬글쎄요, 사실 저는 20대에 바로 창업하라고 조언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물론 지금은 많은 젊은 창업자들이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저는 다른 회사에서 먼저 약간의 경험을 쌓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풀어야 할 (창업) 문제를 알 수가 있습니다. 남의 조언을 맹신하지 마라 ❓미라클레터 청년 독자들한테는 어떤 조언을 주실 수 있을까요 💬사실 조언을 하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조언은 결국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고, 경험은 ‘과거에 효과가 있었던 방식’일 뿐이니까요. 지금 세대나 앞으로의 상황에는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저는 조언을 들어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누가 제게 조언을 했을 때 제가 이미 동의하고 있던 내용이라면 그건 제 생각을 확인해주는 정도였고, 동의하지 않았다면 그냥 무시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제가 미쳤다고 말했지만, 결국 그 길을 걸었습니다. 실패를 통해 반드시 배우세요! ❓그렇다면 미래 인재는 어떤 능력을 길러야 할까요 💬우리가 더 창의적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되는 시대죠. AI는 창의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 시대가 창의성과 차별성의 가치를 더 높이고 있다고 봅니다. 뉴스에서 AI가 만든 글을 보면, 그 안에 사람의 고유한 시선이 담겨 있지 않죠. 우리가 원하는 것은 창의력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독창적인 의견이지, AI가 처리한 사고의 산물이 아닙니다. 결국 사람들은 AI와 자동화가 반복 작업을 대신해주는 만큼, 창의적인 일, 설계, 개발 같은 영역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이는 과거 컴퓨터가 등장했을 때와 비슷한 흐름입니다. ❓다이슨은 진출한 거의 모든 제품 카테고리에서 기존 시장을 혁신했습니다. 다음엔 어떤 새로운 카테고리를 준비하고 계신가요? 💬그 질문 하실 줄 알았습니다. (웃음) 하지만 아직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새로운 카테고리가 준비되고 있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