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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권력이 되는 시대, 우리에겐 무엇이 필요할까

오늘의 세줄 요약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와 보안 취약점을 이유로 앤스로픽의 최신 AI 모델 '미토스 5'와 '페이블 5'에 대해 모든 외국인의 접속을 전면 차단하는 이례적인 수출 통제 지침을 발동했습니다. 이번 조치는 AI 기술이 국가 간 전략 무기로 격상됐으며, 미국을 중심으로 한 AI 기술 통제와 디지털 냉전이 가속화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글로벌 통제 리스크와 기술 종속에서 벗어나려면 자체 프런티어 모델 등 AI 원천 기술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옵니다. 출시된 지 72시간 밖에 지나지 않은 페이블5의 경우 역사상 최단 기간 동안 서비스된 프런티어 모델로 기록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영상은 앤스로픽이 야심 차게 이 모델을 내놓으며 소개하는 모습입니다. <출처=앤스로픽 유튜브 공식 채널> "아무나 못쓴다고..!" AI 수출 통제 나선 미국 현지시간 기준 12일, 미국 상무부가 인공지능(AI) 기업 앤스로픽의 최신 프런티어 모델인 '클로드 미토스 5'와 '클로드 페이블 5'에 대해 수출 통제 지침을 발동했습니다. 이 지침은 미국 내외부를 불문하고 모든 외국 국적자가 해당 모델에 접속하는 것을 전면 차단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규제가 단순히 해외 거주자를 겨냥한 것 외에도 앤스로픽에 소속돼 있으면서 합법적인 비자를 받고 근무하는 외국 국적 직원들조차 사용할 수 없도록 원천 배제하는 등 매우 강력하고 이례적인 조치라는 건데요. 갑자기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건 앤스로픽이죠. 이러한 미국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앤스로픽은 12일(현지시간) 자사 블로그를 통해 사실임을 공식화했습니다. 앤스로픽은 이 지침을 당일 오후 5시 21분(미국 동부 표준시 기준)에 받았다고 전하며, 회사의 고객 기반 전체를 대상으로 해당 두 모델의 서비스를 일시적으로 완전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주 극단적인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앤스로픽에는 전 세계 사용자 수억명을 대상으로 국적을 실시간으로 완벽하게 필터링해 외국인만을 솎아낼 수 있는 기술적 수단(기능)이 부재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 법안을 준수하고자 불가피하게 미국 시민을 포함한 모든 일반 사용자의 접속을 일괄적으로 차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앤스로픽은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인용해 페이블 5와 미토스 5에 대한 모든 외국인, 심지어 외국인인 앤스로픽 직원까지 모두 접근 중지하는 수출통제 지침을 발표했다"며 "이 명령에 따라 모든 고객의 해당 모델 권한을 비활성화한다"고 전했습니다. '미토스' 계열 프런티어 AI 미토스 5와 페이블 5가 나온 지 불과 사흘 만에 내려진 중단 명령입니다. 사진은 이 모델들을 상징하는(미토스 접근 권한을 가진 프로젝트 글래스윙이 그레타 오토 나비에서 유래했죠.) 그림입니다. 모델 기술 성능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해당 사진을 클릭해 주세요. <출처=앤스로픽 공식 블로그> 미토스 계열에 내려진 중단 명령, 왜? 그렇다면 미국 정부는 갑자기 왜 이러한 명령을 내린 걸까요? 우선 지난주 두 모델이 출시됐던 시점으로 거슬러 돌아가보겠습니다. 지난 9일(현지시간)이었죠. 앤스로픽은 미토스 5와 페이블 5 출시 소식을 전합니다. 이는 앤스로픽이 그동안 사이버 공격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이유에서 일반 공개를 제한해 왔던 '미토스' 계열 AI 모델입니다. 미토스. 너무 유명(?)하죠? 현존하는 최고의 모델로 평가 받는 동시에, AI 스스로 인간이 발견해내기 힘든 사이버 상의 숨은 취약점과 그 연결 고리들을 발견해내고, 또 그 허점을 토대로 공격 코드까지 만들어내는 능력을 보이면서 극히 제한된 소수의 그룹(프로젝트 글래스윙)에게만 시험적으로 테스트해왔던 모델입니다. 앞서 미라클레터에서도 이와 관련된 소식을 다룬 바 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1> 앤스로픽 "이번엔 미토스다. 준비됐니?"와 <2> "잘 나가도 문제네"...앤스로픽을 둘러싼 현상들 편을 참고해 주세요. 바로 페이블 5와 미토스 5 모두 미토스에서 파생된 모델입니다. 가령 페이블 5는 현재 앤스로픽이 자사 에이전트 서비스 '클로드'에서 제공 중인 최상위 모델 '클로드 오퍼스 4.8' 보다도 월등한 능력치를 보여주는 모델이죠. 미토스급의 성능은 유지하면서도 그동안 시장에서 제기돼 왔던 사이버 보안 문제 등 위험 소지가 발견될 수 있는 기능은 제거한 AI로, 악성코드를 만드는 법이라든가 생물학적으로 위험한 물질을 제조할 수 있는 방법 등 민감한 질문은 거부하게끔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앤스로픽은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페이블 5가 일반 대중에 공개된 모델이라면, 미토스 5는 프로젝트 글래스윙 참여 기관에 제한적으로 제공하고자 내놓은 AI입니다. 그동안 프로젝트 글래스윙에 들어가고자 우리 기업, 기관도 부단히 노력했는데요. 최근 국내에선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 SK텔레콤 및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이번 프로젝트 글래스윙 확대 과정에서 접근 권한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아쉽게도, 시작해 보기도 전에 현재 접근 권한이 차단됐지만요...) 최근 일본에서 열린 '코드 위드 클로드 도쿄' 행사 관련 키노트 영상입니다. 미토스 5와 페이블 5 등 앤스로픽의 최신 기술 동향을 설명하고 있어요. 관심 있으신 분들은 가볍게 한 번씩 보시길 추천합니다. <출처=클로드 유튜브 공식 채널> 국가 안보 내세운 미국, 억울한 앤스로픽? 특히 출시된 지 72시간 밖에 지나지 않은 페이블5 모델의 경우 역사상 최단기간 동안 서비스된 프런티어 모델로 기록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는데요. 이 지점에서 미국 정부는 중단 명령을 내린 배경으로 '국가 안보'를 언급합니다. 그동안 미국 정부가 중국 등을 상대로 첨단 반도체라든가, 슈퍼 컴퓨터, AI 가속기와 같은 하드웨어를 제한한 경우는 있었지만, AI 소프트웨어 자체를 차단한 적은 없었기에 그 의중이 더욱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데요. 일단 미국 정부가 문제 삼은 것은 페이블 5의 '탈옥 가능성'입니다. 탈옥은 시스템 상에서 안전장치를 우회해 제한됐던 답변을 내도록 만드는 기법이죠. 앞서 앤스로픽이 막았다고 한 부분이 사실은 제대로 방어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게 미국 정부 얘기죠. 이에 대해 앤스로픽은 미국 정부가 언급한 탈옥 사례들은 이미 다른 회사들의 AI에도 이미 알려진 경미한 수준의 취약점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공식 성명을 통해서도 앤스로픽은 "미국 정부는 좁고 비범용적인 탈옥 가능성에 대한 구두 증거만 제공했는데, 이는 모델이 특정 코드를 읽고 소프트웨어 결함을 수정하도록 요청하는 수준"이라며 "이 취약점들은 비교적 단순한 것들로 다른 공개 AI 모델도 충분히 찾아낼 수 있는 것들"이라고 주장했죠. 특히 앤스로픽은 경쟁사인 오픈AI의 GPT 5.5를 언급하며 이 모델을 포함한 다른 모델들도 동일한 수준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에, 비단 페이블 5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발단이 된 건 아마존 CEO였나? 앤스로픽은 이번 미국 정부의 조치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는데요. 앤스로픽은 "수 억 명이나 사용하는 상용 모델을 회수할 정도의 위험으로 판단되지 않는다"면서 "(정부의) 이 기준이 업계 전체에 적용된다면 모든 최첨단 AI 기업의 신규 모델 출시가 사실상 중단될 것"이라고 전하며 강한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또 "미국 정부는 위험한 AI 배포를 막을 권한을 가져야 하지만, 그 과정 역시 투명하고 공정하며 기술적 사실에 근거해야 하는데 이번 조치는 그런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날선 비판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한편 외신에선 이번 사태의 발단으로 아마존을 거론하고 있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앤디 재시 아마존 CEO(최고경영자)가 자사 연구원들이 앤스로픽의 모델을 활용해 보안 취약점을 확인하는 연구 과정에서 이 모델이 사이버 공격에 활용될 수 있는 우회로를 발견했다고 정부 측에 알렸고, 이에 따라 정부가 차단 지침을 내렸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데이비드 색스 대통령과학기술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페이블을 테스트 중이던 앤스로픽과 미국 정부 양측에서 매우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안전장치를 우회하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위원장은 누가 알려준 내용인지는 언급하지 않았죠. (참고로 아마존은 지난 2023년부터 지금까지 앤스로픽에 총 130억 달러를 투자한 핵심 파트너입니다. 동시에 올해 들어 아마존은 오픈AI에도 최대 500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 약정을 맺는 등 앤스로픽과 오픈AI 양측에 베팅하고 있어요.) 만약 아마존이 실제로 미국 정부 측에 앤스로픽을 저지할 사항을 알렸다면, 왜 그랬을까요? 미운 털 밖인 앤스로픽 길들이기? 일각에선 미국 정부가 소위 제멋대로 하는(?) 앤스로픽을 길들이려는 일종의 시그널로 보는 시각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앤스로픽과 미국 국방부 간 소송전을 벌일 만큼 갈등이 있는 만큼 이번 조치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인데요. WSJ도 싱크탱크 R스트리트 연구소의 애덤 티어러 선임연구원의 말을 빌어 "현재 이 나라에선 AI의 정치화가 심화되고 첨단 컴퓨팅에 대한 통제권이 집중되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 상무부의 산업안보국 출신인 케이트 코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경제연구실 부실장 역시 미국 정부가 말하는 안보상 우려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앤스로픽에 대한 백악관의 반감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죠. 이에 공식화된 미국 정부 입장은 "아니다"입니다. 오로지 모델의 안전성 때문에 차단 명령을 내렸다는 겁니다. AI가 새로운 권력으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그 통제권을 가진 국가(기업)와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어떤 미래가 나타날까요? (갑자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출처=미드저니> 미토스로 촉발된 AI 신기류 통제권을 가진 자, 새로운 권력으로 요약하자면, 앤스로픽은 이번 미국 정부의 조치가 기술의 본질에 대한 명백한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근거로 삼은 탈옥 기법은 이미 보안 업계에 널리 알려진 사소한 취약점을 발견하는 수준에 불과하고 시중에 공개된 다른 AI 모델들도 복잡한 우회 과정 없이 수행할 수 있는 일상적인 코드 디버깅 작업일 뿐이라는 거죠. 앤스로픽 경영진은 단편적인 탈옥 가능성 하나만을 이유로 수억 명의 일반 사용자와 기업 고객이 의존하는 상업용 모델을 글로벌 시장에서 강제 리콜하는 것은 심각한 규제적 과잉 반응이라고 비판하고 있고요. 여러분들은 이번 미국 정부의 움직임이 어떻게 보이시나요? 일시적인 현상일까요? 현장에선 미국 정부가 그동안 수년간에 걸쳐 치밀하게 구축해 온 첨단 기술 통제 패러다임과 국가 안보 최우선주의가 맞물린 필연적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기술 수출 통제 체제가 과거엔 물리적인 컴퓨터 하드웨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소프트웨어, 나아가 클라우드 기반 API 접근 권한 자체를 차단하는 등 추상적인 규제로 진화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앞서 미국 정부가 2022년 말부터 엔비디아의 첨단 AI 가속기가 중국과 같은 전략적 경쟁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원천 차단했던 조치가 있었죠. 이제는 이러한 통제 움직임이 AI 생태계 전반에 걸쳐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앤스로픽 건은 신호탄이라는 거고요. 시사하는 바가 크죠. AI가 우리의 생산성을 높이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도구이자 기술인데, 향후에는 AI의 기술적 고도화가 맞물리면서 국가 간 전략적 무기로 격상되고 있다는 사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제 그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각에선 디지털 냉전이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이번 사태만 놓고 보면 비미국권 국가들에게 던진 충격이 크죠. 미국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글로벌 AI 서비스를 일거에 차단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으니까요. 그만큼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은 자신들에게 통제권이 없는 미국 AI 인프라에 자국의 안보와 경제를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요? 국가별로 주목할 만한 AI 모델의 수를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최근 보고서가 업데이트되면서 각국 수치가 달라졌네요. 미국 59개, 중국 35개, 한국 8개입니다. 보고서 전문이 궁금하신 분들은 그림을 클릭해 주세요.<출처=스탠포드 HAI 'AI 인덱스 2026' 보고서> "산업별 특화 AI 키워야죠...! 그런데, 원천기술 없이는 잠식될 겁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가 함께 생각해 볼 대목이 있습니다. 누군가가 AI를 쥐락펴락하는 시대가 도래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대비해야 할까요? KAIST 김재철AI대학원 석좌교수이자 현재 국가AI연구거점을 이끌고 계신 김기응 센터장님과의 인터뷰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시죠. (앞서 본지 보도에서 아쉽게 담지 못했던 내용 중심으로 전해드립니다.) Q=미국과의 AI 기술 격차를 놓고 보면, 각각의 산업에 맞는 AX(인공지능 전환)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A=산업별로 특화된 AI를 키워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버티컬 AI'가 연속성을 가지려면 국가 차원의 프런티어 모델, 즉 원천 기술 확보가 반드시 전제돼야 합니다. 자체 모델이라는 '대안'이 있는 상태에서 빅테크와의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과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하는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하늘과 땅 차이죠. 만약 대안이 없다면 적어도 1~2년 안에는 글로벌 프런티어 모델에 잠식될 수 있습니다. Q=그럼에도 일각에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아니냐는 비판이 있습니다. A=글쎄요. (AI 원천 기술이) 없는 것과, 있는데 부단히 노력하는 것은 차이가 큽니다. 글로벌 빅테크의 모델을 빌려 쓰는 것은 당장의 효율을 줄 수 있지만, 그들의 정책 변화 한 번에 우리 산업 전체가 휘청일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우리가 확보한 원천 기술이라는 대안이 있을 때 비로소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대등한 협상력을 가질 수 있고, 대한민국은 AI 식민지가 아닌 기술 강국으로서의 자립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Q=센터장님이 생각하시는 '소버린(주권) AI'는 무엇인가요. A=어려운 질문입니다. (한참을 고민하더니) 저는 단순히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잘 이해하는 수준은 더 이상 차별화된 해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AI에게 독도를 물어봤을 때, 독도라고 답할지, 다케시마라고 얘기할지로 소버린 AI를 바라보는 것은 굉장히 국수주의적인 관점이라고 봐요. 오히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AI를 써야 하는 수요가 있을 때 우리 스스로 자체 개발하고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가에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하드웨어와 산업 시스템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AI를 만들어내는 것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또한 반도체·로봇·제조·물류 같은 한국의 실물 경쟁력 위에서 구동될 때 비로소 강해지는 AI에 한국의 승부처가 있고요. Q=AI 규제의 적정선을 찾는 것도 중요합니다. A=맞습니다. 저는 일정 수준의 규제는 건강하다고 봅니다. AI가 사회 전반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안전, 신뢰, 책임에 대한 기준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죠. 다만 제가 생각하는 적정 규제의 선은 분명합니다. 사람의 안전, 기본권, 신뢰를 보호하는 규제는 필요하지만, AI로 인해 재편될 경제 및 사회 구조 자체를 붙들어 두려는 규제는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기술은 산업과 노동, 공공서비스, 교육의 구조를 바꾸게 돼 있습니다. 그 변화를 무조건 늦추거나 막는 방향으로 가면 결국 기술 주권도 잃고, 국제 경쟁에서도 뒤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규제가 혁신의 반대말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Q=조금 더 구체화한다면요? A=오히려 저는 규제를 AI의 사용성을 높이고 보급을 촉진하는 장치로 해석하고 싶습니다. 기업과 기관이 AI를 실제로 도입하려면 결국 '써도 되는가', '믿고 맡길 수 있는가', '문제가 생기면 어디까지 책임이 정리되는가'가 명확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좋은 규제는 시장을 위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신뢰의 비용을 낮춰서 확산을 앞당기는 역할을 합니다. 연구자 입장에서도 규제는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저는 종종 이것을 최적화 문제에 새로운 제약식이 추가되는 것에 비유합니다. 제약이 생기면 엔지니어는 거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 조건을 만족하면서도 성능을 내는 새로운 해법을 찾습니다.  다만 제가 분명히 경계하는 것은 답을 없애는 규제입니다.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는 이유로 아예 시도할 수 있는 방법론의 공간을 지나치게 닫아버리면, 결국 우리 연구자와 기업은 문제를 풀 기회 자체를 잃게 됩니다. 저는 그래서 한국이 택해야 할 길은 '무규제'도 아니고 '과잉규제'도 아니라, 위험 기반 접근법 아래에서 안전성과 투명성을 높이되, 다양한 기술적 해법의 탐색은 열어 두는 방식이라고 봅니다.

2026.06.15  0  11 

당신이 잠든 사이...꿈을 해킹할 수 있을까?

오늘의 3줄 요약 1. 영화 ‘인셉션’ 속 사람의 무의식을 조작하는 기술이 현실로 다가왔습니다.2. 광고는 소비자의 수면 상태를 파악해 꿈속에 브랜드 이미지를 심는 방법으로 진화합니다.3. 기술이 무의식을 파고드는 시대, 인류는 '자유의지'를 지킬 수 있을까요. 영화 인셉션은 표적으로 삼은 사람의 무의식에 들어가 생각을 훔쳐오거나 심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무의식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장비가 PASIV인데요. 주인공 일행은 이를 사용하면 잠이드는 것처럼 꿈을 꾸게 되고 이를 통해 무의식으로 들어갑니다. [워너브라더스]  마티아스 바스너 펜실베이니아 의대 교수 연구팀은 최근 옥스퍼드대 수면 학술지 ‘Sleep’에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어쩌면 '인셉션'의 길을 열어줄 연구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옥스포드아카데믹] 뇌과학이 입증한무의식의 우회로 최근 뇌과학, 수면 학계는 외부 장치를 통해 인간의 꿈을 정교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이터를 연이어 내놓고 있습니다. 이는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가능합니다. 첫 번째는 표적 꿈 주입(TDI)입니다. 인간은 잠에 빠져들기 직전 몸은 지치고 뇌파는 느려지면서 기묘한 이미지나 환각을 보는 단계를 거칩니다. 수면 의학에서는 이를 N1(NREM 1단계) 수면 상태 또는 입면 시 환각기라고 부르죠. 테크 기업들은 바로 이 시점에 주목합니다. 우리가 착용한 스마트워치나 머리 맡의 스마트폰 센서가 N1 단계의 특이 뇌파를 포착하는 순간 스마트 기기는 사람이 인지하지 못할 만큼 미세한 볼륨으로 특정 사운드 등을 내보냅니다. 의식의 방어막이 작동하지 않는 순간 무의식에 접근해 꿈의 내용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이를 구매 행동으로 연결하는 표적 메모리 재활성화(TMR) 기술입니다. 인간의 뇌는 잠을 자는 동안 낮에 겪었던 수많은 정보와 기억을 정리하고 장기 기억으로 저장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 때 낮 동안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SNS를 보며 무심코 스쳐 지나갔던 특정 브랜드의 시각 광고, 혹은 그 브랜드의  특정 소리(CM송 등)를 스마트 기기가 작은 배경음으로 우리에게 들려준다면 어떻게 될까요. 뇌는 외부 자극에 반응해 해당 브랜드에 대한 기억을 우선순위로 끌어올려 재활성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는 꿈 속에서 그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죠. 마티아스 바스너 펜실베이니아 의대 교수 연구팀은 최근 옥스퍼드대 수면 학술지 ‘Sleep’에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연구팀은 평소 수면장애가 없는 건강한 성인 남녀 집단을 대상으로 침실 환경 소음이 인간의 수면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 추적하는 연구를 진행했죠. 피실험자들에게 수면 유도나 소음 차단 목적으로 흔히 쓰는 ‘핑크 노이즈’를 밤새 들려주며 뇌파와 수면 단계를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 침실에 지속적인 환경 소음을 흘려보냈을 때 참가자들의 전체 수면 시간은 유지됐지만 기억을 통합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수면의 가장 깊은 단계인 렘(REM) 수면 시간이 평소보다 19분 가량 유의미하게 단축되는 현상이 확인됐습니다. 불안정한 얕은 수면 상태의 비율도 크게 늘어났죠. 즉 스마트기기가 흘려 보내는 미세한 배경 소음이 인간의 깊은 수면에 영향을 줘 우리의 뇌를 외부 신호와 자극에 취약한 상태로 만들어놓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깊이 잠들지 못하고 얕은 잠에 빠져있을 때 메시지나 CM송 등 특정 메시지를 무의식에 주입하는 것이죠.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스마트 기기들이 영화 인셉션 속 코브가 사용한 드림머신(PASIV)의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꿈도 해킹할 수 있을까요? 기업들은 마케팅 기법의 하나로 소비자의 무의식에 접근하는 방법을 찾고 았습니다. [Aeon] 인셉션이 현실로몰슨 쿠어스의 실험 과학계의 이같은 발견은 기업이 가장 먼저 주목했습니다. 하루 24시간 중 기업들이 유일하게 소비자와 상호작용하지 못했던 부분인 ‘수면 8시간’을 (마케팅에)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봤기 때문입니다. 가장 공격적으로 접근한 것은 미국 맥주 제조사 몰슨 쿠어스였습니다. 쿠어스는 2021년 미국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슈퍼볼 시즌에 맞춰 하버드 의대 수면 전문가인 디어드레 바렛 박사 연구팀과 손잡고 실제 ‘꿈 속 제품 배치’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사람들에게 잠들기 전 계곡과 폭포, 그리고 맥주가 반복되는 특수한 영상을 보게 한 뒤 깊은 수면 상태에 진입했을 때 침실 스피커로 미세한 시그니처 사운드를 틀어주는 표적 꿈 주입(TDI) 기법을 사용한 것이죠. 그 결과 실험 참가자의 30%가 밤새 쿠어스 맥주를 마시거나 상쾌하게 즐기는 꿈을 꿨다고 답했습니다. 쿠어스만이 아닙니다. 버거킹,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등 글로벌 거대 브랜드들이 잇달아 수면 과학자들과 손을 잡거나 관련 기술을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마케팅협회(AMA)의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대기업의 약 77%가 향후 ‘꿈 속 광고’ 기술을 자사 마케팅에 도입하나 실험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을 정도입니다. 기업들이 공격적 행보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학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쿠어스의 실험이 공개된 직후인 지난 2021년 6월 MIT, 하버드, 몬트리올대 등 세계 유수의 수면, 뇌과학자 40여명은 대기업들의 꿈 해킹을 통한 마케팅을 전면 규제해야한다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죠. 과학자들은 공개 서한을 통해 “자본이 우리의 무의식이라는 마지막 피난처마저 조작하고 식민지화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우리가 매일 머리맡에 두고 자는 스마트폰, 수면 추적 앱, 생활공간 속 스마트 스피커가 언제든 우리의 잠재의식을 조작할 수 있는 완벽한 인프라가 될 수 있다는 경고인 셈입니다. 우리가 잠든 야심한 밤. 스마트기기들의 활동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생각난 특정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커피, 점심 메뉴 등은 정말 내 생각이었던걸까요? 당신이 잠든 사이 기업이 몰래 심어놓은 생각은 아니었을까요? [챗GPT] 무의식에 들어온 플랫폼우리는 정말 자유로울까? 이러한 꿈 속 PPL의 등장은 단순히 기발한 마케팅의 출현이 아니라 테크 비즈니스와 플랫폼의 거대한 영토 이동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지난 수십년 동안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우리의 시선을 화면 안에 붙잡아 놓는 방법을 통해 수익을 올려왔습니다. 스마트폰 화면을 켜서 앱을 클릭하게 만들고, 디스플레이 속 광고를 하나라도 더 보게 만드는 경쟁이 본질이었습니다. 이를 체류시간 등의 지표로 측정하곤 했죠. 하지만 언제까지 이 시장에서만 경쟁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화면 속 디지털 광고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기업들은 스마트 기기의 화면이 꺼진 밤 시간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눈을 감고 잠든 8시간은 그동안 기업들이 소비자와 상호작용 할 수 없는 유일한 시간이었지만 무의식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기업들이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미지의 영토가 조금씩 드러나는 중입니다. 이제 기업들은 낮 동안 우리가 남긴 검색기록, SNS 피드 체류 시간, 유튜브 시청 기록 등의 디지털 발자국을 토대로 밤 사이에 우리의 무의식을 바꾸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 중이죠. 화면 밖의 공간, 즉인간의 뇌 내부를 직접 공략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 제목을 누르면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양자컴 주도권 노리는 MS…'비밀병기 칩' 마요라나2 공개마이크로소프트(MS)가 차세대 양자컴퓨터 칩 '마요라나2'(사진)를 공개하고 2029년까지 상업적으로 활용 가능한 실용 양자컴퓨터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인공지능(AI)에 이어 차세대 컴퓨팅 패권 경쟁에서도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네요.   수학자들 “AI 능력 과신하지 말라... 냉정하게 평가해야”전 세계 수백 명의 수학자들이 각국 정부를 향해 “인공지능(AI)의 능력에 대한 과장된 홍보를 믿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최근 AI가 난제 해결에서 잇달아 성과를 내면서 ‘AI가 연구자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지만, 수학계는 AI의 실제 능력과 한계를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하네요. 재계 총수 만나고 예능 출연에 잠실 시구까지…한국 오는 젠슨 황, 광폭행보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이르면 4일 저녁 한국에 입국해 나흘간 한국 AI 생태계를 훑으며 바쁜 일정을 소화할 전망입니다. 황 CEO는 방한 기간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과 회동하고 게임업계, 인공지능(AI)·로봇 스타트업, 대학 연구진과 학생들을 잇달아 만나는 등 광폭 행보에 나서는 것입니다.  

2026.06.05  0  31 

스페이스X, 상장하면 사? 말아?

한 사람의 회사에 2조 달러의 가치를 매긴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지난 5월 20일(현지시간), 스페이스X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S-1 신고서를 제출했습니다. 2002년 창립 이후 24년 만의 기업공개(IPO)입니다.   종목 코드는 SPCX, 시가총액은 최대 2조 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옵니다. 미국 IPO 역사상 가장 큰 규모가 됩니다. 머스크는 이미 우리 시대를 정의한 인물입니다. 전기차를 주류로 끌어올렸고 재사용 로켓을 현실로 만든 데 이어 1030만 명에게 우주에서 인터넷을 쏘아 보내고 있습니다.   그가 다음으로 그리는 그림은 더 큽니다. 달 경제, 화성 운송, 우주에서 돌아가는 AI 데이터센터. 437페이지 분량의 신고서에는 이 모든 야망이 빼곡히 적혀 있어요. 그래서 ‘SPCX’를 산다는 것은 단순히 한 회사의 주식을 사는 것 이상의 의미가 됩니다. 재사용 로켓을 사는 것일까요, AI 인프라를 사는 것일까요, 아니면 일론 머스크라는 사람을 사는 것일까요.   오늘 미라클레터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S-1 신고서를 살펴봤습니다. 6월로 예정된 스페이스X의 상장. 상장 전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 빠르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 레터 읽는 법 ※볼딕, 밑줄, 단어에는 URL이 포함되어 있어요. 클릭을 하면 세부 내용으로 연결됩니다.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여기를 눌러 웹에서 보세요! 바쁘신 분들은 '오늘의 요약'을 참고해 주세요 😁  오늘의 세줄 요약1.스페이스X는 흑자 사업인 스타링크를 발판 삼아, 막대한 적자를 내고 있는 스타십 로켓과 xAI 인프라에 올인하는 구조입니다.2.우주 데이터센터와 달·화성 경제라는 거대한 미래 가치를 제시했지만, 이는 모두 '스타십의 완벽한 상업화 성공'을 전제로 합니다.3.차등의결권으로 독점적 권력을 쥔 머스크 개인의 리스크가 크지만 불가능을 현실로 만들어온 그의 역사에 베팅하는 것이 아닐까요. 스페이스X의 IPO 신청서입니다. 아마 이달 들어 전 세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은 페이지가 아닐까 해요. 스페이스X는로켓 회사가 아니다 지난 5월 20일 스페이스X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S-1 신고서. 나스닥에 ‘SPCX’라는 티커로 상장될 이 회사는 이제 세개의 사업부를 가진 복합(?) 기업이 됩니다. 우주, 연결(위성), 그리고 AI에요. 올해 2월 스페이스X는 머스크의 또 다른 회사인 xAI를 합병했습니다. xAI는 지난해 3월에 X(옛 트위터)를 흡수한 상태였고요. 3월에는 테슬라, 인텔과 함께 ‘테라팹(Terafab)’이라는 칩 제조 합작 프로젝트를 발표합니다. 연간 1테라와트 규모의 컴퓨팅 하드웨어를 만들겠다는 계획인데요. 머스크의 우주, AI, 소셜미디어, 반도체 제국이 ‘SPCX’라는 하나의 티커 아래로 모인 셈입니다. 숫자를 보면 통합의 의미가 선명해집니다. 이번에 처음 공개된 스페이스X의 2025년 연간 매출은 186억 7400만 달러(약 25조 6000억 원)에 달해요. 그런데 영업손실이 25억 8900만 달러(약 3조 5500억 원)나 됩니다. 회사를 먹여 살리는 건 스타링크였어요. 스 타링크가 포함된 ‘연결’ 부문은 2025년 매출 113억 8700만 달러, 영업이익 44억 2300만 달러를 기록합니다. 전년 대비 매출이 49.8% 늘었고 영업이익은 120.4%나 급증했어요. 스타링크는 3월 말 기준 가입자 1030만 명, 164개국에 서비스 중입니다. 사실상 이 회사의 캐시카우인 셈이에요. 로켓을 쏘는 우주 부문은 매출 40억 8600만 달러에 영업손실 6억 5700만 달러를 기록합니다. 차세대 로켓 스타십 개발에만 한 해 30억 달러 넘게 들어갔기 때문인데요. 스타십은 올해 5월까지 11번의 시험비행을 마쳤고 한국 시간으로 5월 22일 새벽 발사된 12번째 비행은 전반적으로 ‘성공이었다’라는 평가받습니다. 스페이스X는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페이로드 배송을 시작하겠다”라고 밝혔고요. 스페이스X에 합병된 AI 부문입니다. 매출은 32억 100만 달러인데 영업손실이 63억 5500만 달러에 달해요. 매출의 두 배 가까운 적자를 본 셈입니다. 자본지출은 더 살벌합니다. 2025년 한 해 127억 2700만 달러, 2026년 1분기에만 77억 2300만 달러를 썼어요. 한 분기 만에 작년 전체 자본지출의 60%를 집행한 겁니다. 멤피스의 ‘콜로서스’와 ‘콜로서스 II’ 데이터센터를 짓는 데 들어간 돈인데요. 회사는 이 두 시설을 합쳐 약 1기가와트 규모의 AI 학습 클러스터를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S-1에는 처음 공개되는 굵직한 계약도 들어 있습니다. 5월에 체결한 앤스로픽과의 클라우드 서비스 계약은 월 12억 5000만 달러, 2029년 5월까지 총액 약 450억 달러 규모였어요. 콜로서스 컴퓨팅 자원을 앤스로픽에 빌려주는 조건입니다. 4월에는 코딩 AI 스타트업 커서와 컴퓨트 공급 계약을 맺고 600억 달러 밸류에이션으로 인수할 수 있는 옵션도 확보했고요. 현재 상황만 놓고 보자면 투자자가 SPCX를 산다는 의미는 현실적으로 “스타링크가 벌어들이는 현금으로 스타십과 AI 데이터센터에 베팅하는 기업”을 뜻합니다. 우주 부문의 적자, 그보다 훨씬 큰 AI 부문의 적자를 모두 스타링크가 메우는 구조에요. 이 구조에는 매력과 위험이 동시에 있습니다. 매력은 분명합니다. 스타링크는 빠르게 성장 중이고 스타십이 본격 가동되면 위성 배치 비용이 또 한 단계 떨어집니다. AI 인프라는 머스크가 “물리적 스택을 통제하는 자가 AI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부를 만큼 공격적으로 깔고 있고요. 위험도 명확합니다. 세 사업 모두 막대한 자본을 요구하고 그중 두 사업은 적자입니다. 스타십은 아직 상업 운용을 시작하지 않았고 우주에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는 계획은 여전히 ‘개념 단계’입니다. xAI 합병으로 회사 정체성도 완전히 달라졌고요. 상장 후 기업가치가 최대 2조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고민해야 할 첫번째 질문입니다. 로켓을 살까, AI를 살까, 아니면 머스크를 살까. 5월 22일(현지시간) 있었던 스타십 12번째 발사 장면입니다. 궤도 비행·위성 분리·재진입·인도양 착수까지 달성해서 ‘시험비행 성공’으로 평가되지만 부스터·선체 회수는 하지 못했고 착수 직후 선체가 폭발했습니다. [사진=스페이스X] 28조5000억 달러그 안에 숨은 가정들 S-1 신고서를 보면 엄청난 숫자에 잠시 멈추게 됩니다. 28조 5000억 달러(4경3100조원). 스페이스X가 제시한 자사의 총가용시장(TAM) 규모입니다. 미국 GDP가 약 30조 달러 수준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한 회사가 미국 경제 전체와 맞먹는 시장을 노린다고 선언한 건데요. 회사는 이를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실행 가능한 시장”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내역을 뜯어보면 야망의 윤곽이 드러납니다. 우주 3700억 달러, 연결(스타링크) 1조 6000억 달러, 그리고 AI가 26조 5000억 달러. AI가 전체의 93%를 차지합니다. AI 안에서도 기업 애플리케이션이 22조 7000억 달러, AI 인프라가 2조 4000억 달러, 소비자 구독이 7600억 달러, 디지털 광고가 6000억 달러. 이 수치들은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글로벌 시장 기준입니다. 정신이 혼미해집니다. 여기에 회사가 ‘미래 시장(Future Markets)’라고 분류한, 아직 존재하지 않는 시장들도 성장 전략 목록에 올라 있어요. 지구 간 점대점 운송, 우주 관광, 궤도 제조업, 달과 화성으로의 화물·여객 운송, 달과 화성에서의 에너지 생산, 달과 화성에서의 제조업, 소행성 채굴. 파일에는 “이 산업 중 일부는 아직 신생 단계이고, 다른 일부는 오늘날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솔직하게 적혀 있습니다. 가장 야심 찬 계획은 궤도 AI 데이터센터입니다. 회사는 연간 100기가와트 규모의 컴퓨팅 파워를 우주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태양 에너지는 지구 표면보다 우주에서 5배 이상 효율적으로 모을 수 있고 진공의 냉각 효과까지 더하면 지상 데이터센터보다 토큰당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첫 궤도 AI 데이터센터 위성은 2028년부터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고요. 스페이스X는 “연간 100기가와트를 궤도에 배치하려면 위성 1t당 100킬로와트의 컴퓨팅 파워를 실어 보낸다고 가정해도 연간 수천 번의 발사와 약 100만t의 화물을 궤도로 올려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참고로 2026년 3월 말까지 스페이스X가 창사 이래 궤도로 보낸 누적 질량은 약 7400t입니다. 100만 톤은 그 135배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이 모든 계획의 전제는 하나의 로켓에 달려 있습니다. 바로 스타십. 100t급 페이로드를 완전 재사용 방식으로 궤도에 올릴 수 있도록 설계된 초대형 발사체인데요. 회사는 “스타십이 본격 가동되면 발사 비용을 역사적 평균 대비 99%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다만 현재까지 스타십은 11회의 시험비행을 마쳤고, 12회차 비행도 ‘완벽한 성공’이라고 보기는 조금 찜찜합니다. 본격적인 페이로드 배송은 2026년 하반기부터 시작될 예정이고요. 2026년 1분기에만 우주 부문이 R&D에 9억 3000만 달러를 쏟아부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차세대 위성 ‘V3’도 스타십에 운명이 묶여 있습니다. 위성 한 기당 1Tbps의 다운링크 용량을 제공한다는 V3 위성은 스타십 한 번 발사로 최대 60기까지 배치할 수 있습니다. 팰컨 9 대비 약 20배 향상된 용량 배치 능력인데요. 스타십이 성공해야 스타링크의 차세대 진화도, 궤도 AI 데이터센터도, 달 경제도 가능해지는 구조입니다. 그래도 스페이스X는 이번 서류에 정직하게 적었습니다. “우리의 성장 전략은 스타십의 성공적 개발과 발사 빈도 확대에 크게 의존한다” “달 경제 구축, 궤도 AI 컴퓨트 확장, 화성 운송, 인간 증강 시스템 개발 같은 많은 이니셔티브들이 상당한 기술적 복잡성과 검증되지 않은 기술, 혹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기술을 포함한다”라고요. 또한 “이러한 이니셔티브들이 상업적으로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어요. 바꿔 말하면 “수익성 있는 비즈니스가 되지 못할 수 있다” 정도로 볼 수 있을까요. 다시 28조 5000억 달러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이 숫자는 매력적입니다. 동시에 이 숫자가 성립하려면 스타십이 안정적으로 운용되어야 하고, 궤도 데이터센터가 실제로 작동해야 하며, 달과 화성에 경제권이 형성되어야 하고, 그 모든 일이 스페이스X가 예상하는 시간표 안에 일어나야 한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회사 스스로 “이 일정은 결정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할 수 있다”고 적고 있고요. 투자자에게 28조 5000억 달러는 미래의 약속이자, 검증되지 않은 가정들의 합계이기도 합니다. 정말 가능한 일일까요. 그림이 조금 과장되긴 했지만 S-1에 찾은 스페이스X의 위험요인 중 하나는 바로 '머스크' 였습니다. [그림=챗GPT] 스페이스X의 위험요인일론 머스크 S-1 신고서의 ‘위험 요인(Risk Factors)’ 섹션. 64페이지에서 시작되는 이 챕터에는 회사가 직면한 모든 종류의 리스크가 빼곡히 적혀 있습니다. 발사 실패, 우주 쓰레기와의 충돌, 부채 부담, AI 사업의 통합 리스크,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등. 그 긴 목록 사이에 한 줄짜리 문장이 있습니다. “머스크는 우리 이사회 의장이자 최고경영자, 최고기술책임자로서 우리 이사 선출을 통제할 것이다.” 이 한 문장이 의미하는 바를 풀어보면 스페이스X 투자자가 마주할 가장 독특한 리스크가 보입니다. 먼저 지배구조입니다. 스페이스X는 상장 후 두 종류의 주식을 두는 이중 의결권 구조를 채택합니다. 일반 투자자가 사게 될 클래스 A 주식은 1주당 1표, 머스크가 보유한 클래스 B 주식은 1주당 10표입니다. 거기에 더해 클래스 B 주주는 이사회 과반을 별도로 선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집니다. 신고서에서 명시되어 있습니다. “머스크는 주주 승인이 필요한 사안의 결과를 통제할 수 있다.” 이사 선임, 회사 사업과 업무 전반에 대해서 말이에요. 이 구조 때문에 스페이스X는 나스닥 규정상 ‘지배회사(controlled company)’로 분류됩니다. 일반 상장사가 지켜야 하는 거버넌스 원칙, 즉 이사회 과반을 독립이사로 채우고, 보상위원회와 인사위원회를 독립이사로만 구성해야 한다는 규정에서 제외돼요. 1주당 1표를 가진 일반 투자자가 회사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길은 사실상 없습니다. 여기까지는 구조적인 리스크입니다. 머스크 개인의 리스크는 별도로 존재합니다. S-1은 머스크가 스페이스X 외에도 테슬라, xAI, X, 보링 컴퍼니, 뉴럴링크 등 다수의 회사를 동시에 이끌고 있다는 사실을 적시합니다. 2026년 2월 xAI 합병으로 그가 이끄는 두 회사가 한 몸이 됐고, 3월에는 테슬라, 인텔과 함께 칩 합작사 테라팹을 띄웠습니다. 5월에는 앤스로픽과 월 12억 5000만 달러 규모의 컴퓨트 계약을 체결했고, 4월에는 커서 인수 옵션을 확보했습니다. 모두 머스크 본인의 의사결정으로 이뤄진 일입니다. 이런 통합이 시너지를 만들 수 있다는 게 회사의 주장입니다. 스타링크의 글로벌 네트워크, 스타십의 발사 능력, xAI의 모델 개발, X의 실시간 데이터, 테라팹의 칩 공급. 머스크는 이 모든 조각을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연결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는 게 회사가 내세우는 강점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그 강점이 동시에 약점이라는 점입니다. 신고서는 명시합니다. “머스크는 자신의 시간을 우리에게 전적으로 헌신하지 않는다.” 한 사람의 판단에 회사의 운명이 묶여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가 다른 회사에 더 많은 시간을 쓴다면, 건강이 악화한다면, 혹은  (회사가 직접 쓰지는 않았지만)그의 정치적 행보나 공개 발언이 사업에 영향을 준다면. 이는 테슬라 주주들이 이미 경험한 바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머스크가 트위터(X)를 인수한 후 테슬라 주가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그가 정치적 발언을 할 때마다 브랜드 인식이 어떻게 흔들렸는지 말이에요. 스페이스X는 매출의 상당 부분을 미국 정부와의 계약(NASA, 국방부)에서 얻고 있는 회사입니다. 2025년에는 NSSL(국가안보우주발사) 미디엄·헤비급 임무 12건 중 11건, NASA의 ISS 화물·승무원 임무 5건 전부를 스페이스X가 수행했어요. 정부와의 관계는 이 회사의 핵심 수익원입니다. 그리고 그 관계의 안정성은 머스크 개인과 정치권의 관계에 크게 좌우된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이중 의결권 구조에는 또 하나의 디테일이 있습니다. 머스크가 사망하거나 회사를 떠난 이후에도 클래스 B 주식의 의결권 구조는 일정 조건에 유지될 수 있도록 설계됐어요. 그의 영향력은 그가 떠난 뒤에도 회사에 남도록 설계된 셈입니다. SPCX를 사는 순간 통제할 수 없는 한 사람의 판단에 자기 돈의 운명을 맡기게 됩니다. S-1 신고서가 SPCX를 사려는 사람에게 던지는 가장 정직한 질문은 이게 아닐까요. “당신은 머스크를 믿는가!” ※ 제목을 누르면 상세 내용으로 연결됩니다. 교황 “AI는 현대판 바벨탑”  교황 레오 14세가 첫 회칙에서 AI를 성경 속 ‘바벨탑’에 비유하며 인간 존엄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소수 빅테크 기업에 디지털 권력이 집중되면 인간이 효율성만 추구하는 시스템의 부품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AI가 “지배·배제·죽음의 도구”가 되지 않도록 법적 규제와 독립적 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U, 구글에 역대급 DMA 과징금 검토  유럽연합(EU)이 Google에 디지털시장법(DMA) 위반 혐의로 수억유로 규모 과징금 부과를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벌금 규모는 “수억유로대 후반” 수준으로, 확정될 경우 DMA 시행 이후 최대 규모 제재가 될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쟁점은 구글이 검색 결과에서 자사 서비스를 우대했다는 의혹입니다. EU는 지난해부터 관련 조사를 진행해왔으며 “목표는 벌금 자체보다 규정 준수 확보”라고 설명했는데요. 구글은 DMA 적용 이후 검색 품질이 떨어졌다며 “유럽 이용자들에게 이류 검색 경험을 강요하고 있다”라고 반발했습니다.  존 도어 “AI는 역사상 최대 기술 쓰나미”  구글·아마존 초기 투자자로 유명한 벤처캐피털리스트 존 도어가 생성형 AI를 “역사상 가장 거대한 기술 쓰나미”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는 AI 혁명이 아직 과소평가되고 있다며 PC·인터넷·아이폰·클라우드에 이어 또 하나의 거대한 기술 전환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는데요. 도어는 ChatGPT 출시 3년 만에 미국인 절반이 사용할 정도로 확산했다며 교육·헬스케어·고용까지 삶 전체가 AI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특히 AI 기반 기후 기술과 헬스케어를 핵심 투자 분야로 꼽았습니다.  

2026.05.27  0  73 

하버드·스탠포드·MIT의 AI윤리교육, 한국 대학에 들어오다

AI 결정에는 ‘중립’이 없다. 오류, 편향, 차별이 끊이지 않는 지금, 한국 전문가들은 법과 규제가 아닌 ‘교육’에서 길을 찾는다. NC문화재단·GIST·이화여대가 공동 발간한 첫 한국형 임베디드 에틱스 보고서를 주도한 박명진 NC문화재단 이사장, 김준하 GIST AI정책전략대학원장, 김수경 이화여대 인공지능대학 교수에게 한국 대학 AI 윤리교육의 청사진을 물었다 박수연 수석기자 2026년 5월 18일 AI는 이제 인간의 결정을 보조하는 도구가 아니라, 결정 자체를 내리는 주체로 진화하고 있다. 채용 후보를 1차 선별하고, 환자의 영상을 판독하며, 학술 논문의 통계와 표절을 검수하고, 산업 설비의 이상을 감지하는 결정의 상당 부분이 이미 알고리즘 위에서 일어난다. 사람을 평가하고 자원을 배분하며 위험을 판단하는 일이 AI에게 빠르게 위임되고 있다. 문제는 이 결정들이 중립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어떤 데이터를 학습시킬지, 어떤 변수에 가중치를 둘지, 정확도와 공정성 중 무엇을 우선할지, 모델의 임계값을 어디에 둘지, 모든 단계에 누군가의 가치 판단이 새겨진다. AI 윤리(AI ethics)는 그 새겨진 판단을 가시화하고, 더 나은 선택을 가능하게 만드는 작업이다.법과 규제는 본질적으로 사후적이다. 그러나 AI의 결정은 사람보다 빠르고 규모가 크기 때문에, 사고가 터진 뒤 통제하는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윤리가 사후 보완이 아니라 설계 시점부터 작동해야 한다는 합의가 빠르게 자리 잡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AI 사고는 빠르게 늘고 있다. 스탠포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의 ‘AI 인덱스 2026’ 보고서에 따르면, AI 관련 사고(incident)는 2012년 한 자릿수에서 2025년 362건으로 폭증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세계는 거버넌스 체계를 빠르게 갖춰가고 있다. AI 윤리 가이드라인은 200개를 넘었고, 유럽연합(EU)의 AI Act는 법적 구속력을 가진 규제로 시행됐으며,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의 AI 리스크 관리 프레임워크(AI RMF)와 국제 표준 ISO/IEC 42001 같은 표준이 잇따라 등장했다. 교육 현장도 빠르게 움직였다. 영국의 대학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가 매년 발표하는 ‘QS 세계대학 학문분야별 랭킹’ 중 컴퓨터과학·정보시스템 분야 톱 10 대학의 75%는 AI 윤리를 전공 정규 과목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버드의 임베디드 에틱스(Embedded EthiCS)는 2017년부터 약 10년 가까이 운영 중이며, 스탠포드의 임베디드 에틱스와 MIT의 SERC(MIT 산하 사회기술시스템 연구센터)는 2020년경부터 운영되고 있다. 반면 한국은 AI 모델·산업 경쟁력에서는 글로벌 상위권이지만, 윤리 인프라에서는 격차가 크다. NC문화재단과 GIST AI정책전략대학원, 이화여자대학교 인공지능대학 인공지능전공이 주도한 <예비 개발자를 위한 인공지능 윤리교육 연구>는 이 격차를 정면으로 진단한 국내 첫 보고서다. 하버드·스탠포드·MIT의 임베디드 에틱스 모델을 벤치마킹해, 국내 대학에 이식 가능한 4가지 윤리교육 내재화 유형(분리교과형·비연계모듈형·연계모듈형·통합교과형)과 5개의 시범 교안을 제안했다. 임베디드 에틱스는 윤리를 별도 교양 과목이 아닌 컴퓨터공학 전공 커리큘럼의 ‘세포 수준’에 녹여, 학생들이 모델을 설계하고 평가하는 기술적 맥락 안에서 윤리적 판단을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제 막 시작된 한국형 임베디드 에틱스 교육과 그 너머의 풍경을 살펴봤다.   왜 지금, 윤리 ‘교육’인가…임베디드 에틱스의 출발점 Q. AI 윤리 가이드라인은 이미 200개를 넘었고, 유럽연합(EU)의 AI Act 같은 법적 규제도 시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굳이 새로운 ‘교육 모델’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며, 별도의 윤리 과목이 아니라 컴퓨터공학 전공 수업 안에 윤리를 직접 녹이는 ‘임베디드’ 방식을 택한 이유가 있습니까. 박명진 이사장 AI 기술은 우리 삶의 방식을 빠르게 바꾸고 있고, 그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법과 가이드라인만으로 AI가 가져올 모든 문제에 대응하기는 한계가 있습니다. 법과 원칙이 만들어지는 동안에도 기술은 계속 앞서 나아가기 때문입니다. 결국 제도적 장치를 넘어, 기술을 만드는 설계자 스스로가 윤리적 판단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분명히 해두고 싶은 점이 있다면, 임베디드 에틱스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가르치는 ‘도덕’ 교육이 아닙니다. 기술이 야기할 수 있는 윤리적·사회적 이슈를 학생들이 스스로 포착하고, 논리적으로 검토하고, 자신의 입장을 표현·소통하며, 사회적으로 책임감 있는 시스템을 설계하도록 돕는 것이 목적입니다. 2024년 NC문화재단이 주최한 FAIR AI 컨퍼런스에서 스탠포드대 컴퓨터공학과 메흐란 사하미(Mehran Sahami) 교수는 “컴퓨터 공학 전공자들은 ‘0과 1’, ‘옳고 그름(right or wrong)’이라는 이진법적 사고와 최적화에 익숙합니다. 그러나 실제 세상에는 단순한 정답이 아닌 ‘더 나은 선택과 더 나쁜 선택(better and worse)’ 사이의 복잡한 가치 판단이 존재합니다. 임베디드 에틱스는 바로 그 판단 역량을, 학생들이 전공 수업의 기술적 맥락 안에서 갖추도록 하는 교육 방식”이라고 말했습니다. NC문화재단은 2020년부터 하버드·스탠포드·MIT의 임베디드 에틱스와 같은 다학제적 연구와 교육을 후원해 왔고, 이번 연구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대학 상황에 적합한 교육 모델과 파일럿 모듈을 제시하기 위해 기획됐습니다. 김준하 원장 법과 원칙은 본질적으로 사후적입니다. 그러나 실제 위험은 코드를 작성하고, 훈련 데이터를 선별하며, 모델의 임계값을 설정하는 개발자의 미시적 의사결정 순간에 발생합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설계 단계에서 사전 개입할 수 있는 역량, 곧 교육입니다. 이 접근의 목적은 윤리적 개발자 한 명을 더 만드는 데 있지 않으며, 궁극적으로는 ‘윤리적 설계 자체가 기본값인 개발자’를 양성하는 방식입니다. 김수경 교수 윤리는 본질적으로 주관적이고 맥락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가르친다’는 접근은 오히려 특정 가치관을 주입하거나 학생들의 판단을 제한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윤리를 정답처럼 전달하기보다, 데이터셋을 구성하고 모델을 설계·평가하는 과제 안에서 편향과 공정성·안전성 문제를 학생들이 직접 발견하고 고민하게 하는 방식이 적절하다고 봤습니다. 결국 임베디드 에틱스는 규범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판단이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을 설계하는 일입니다.   Q. 전 세계 컴퓨터과학 톱10 대학의 75%가 AI 윤리를 전공 정규 과목으로 가르치고, 60%가 다학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고 합니다. 21~31위권에서도 약 20퍼센트가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대학은 이 비율에 한참 못 미치는데 국내 교원의 80퍼센트가 ‘윤리교육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이같은 공감과 실행의 격차, 어디서 비롯된다고 보십니까. 김수경 교수 이 역설은 결국 ‘필요성에 대한 인식’과 ‘실행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 사이의 간극에서 비롯된다고 봅니다. 국내 컴퓨터공학 전공의 수업 밀도가 매우 높고 취업과 직결되는 실용 기술 교육에 대한 요구가 강한 데 비해, 윤리 교육은 효과가 단기적으로 가시화되지 않아 우선순위에서 밀립니다. 산업 현장도 채용 과정에서 윤리적 판단 능력을 명시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교수 입장에서도 새 과목 개설이나 윤리 통합의 인센티브가 부족합니다. 해외 상위 대학들은 인문사회와 공학 간 협업이 자연스러운 반면, 국내는 학과 간 경계가 뚜렷한 점도 다학제 접근을 어렵게 만듭니다. 김준하 원장 저는 이 역설이 개인의 인식 부족이 아니라 구조적 현실에서 기인한다고 봅니다. 지난 5년간 한국은 AI 패권 경쟁 속에서 양적 성장과 기술 추격에 자원을 쏟았고, 윤리적 대응은 항상 ‘나중 문제’로 밀려났습니다. 현장의 가장 큰 한계는 교수진의 절대적 부족입니다. 공학과 인문사회과학적 통찰을 함께 가르칠 수 있는 인력 자체가 부족합니다. 이제는 산업의 양적 팽창을 넘어, AI 신뢰성을 담보하는 내재적 윤리 인프라 구축으로 국가적 우선순위를 재설정해야 할 시점입니다. Q. 하버드와 MIT가 운영하는 임베디드 에틱스는 개인의 권리,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 같은 서구 자유주의 가치를 기본 전제로 합니다. 이는 한국 사회와 안 맞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데. 이 차이가 한국형 AI 윤리교육에 어떤 충돌과 기회를 만든다고 보십니까. 김준하 원장 하버드와 MIT 모델은 개인의 권리·프라이버시·표현의 자유 같은 서구 자유주의 가치를 강하게 전제합니다. 반면 한국은 압축 산업화 경험과 비교적 높은 사회적 응집 속에서 공동체 안전·공공성·기술 수용 속도를 함께 중시해 온 맥락이 있습니다. 저는 이 경험에서 형성된 상호책임의 감각을 ‘K-에틱스(K-ethics)’라고 정의합니다. K-에틱스는 개인의 권리를 희생시키는 사고가 아닙니다. 자유와 권리의 토대 위에 공동체 안전·상호책임·공공성을 함께 중첩하는 윤리입니다. 압축하면 ‘개인의 권리 + 공동체의 안전 + 국가적 책임 + 기술 실행력’입니다. 의료 AI에서는 진단 정확도만이 아니라 지역·계층 간 접근성 격차를 함께 보아야 하고, 공공 비전 AI에서는 범죄 예방의 효용을 인정하더라도 감시 범위와 오탐의 피해를 엄격히 통제해야 합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글로벌 스탠다드를 보완할 수 있습니다. 강력한 규제 모델이 혁신을 위축시킬 우려가 커지는 시점에서, K-에틱스는 권리를 존중하면서도 기술의 공공적 활용을 극대화하는 균형 잡힌 거버넌스의 모범이 될 수 있습니다. 김수경 교수 미국에서 박사를 마치고 7년 정도 현지 연구소에서 근무하며 한국과의 차이를 분명히 느꼈습니다. 미국에서는 마이너리티의 의견도 의사결정에 의미 있게 반영되고, 윤리적 토론과 다른 관점의 표명이 안전한 일로 받아들여집니다. 반면 한국은 위계가 강하게 작동하고 다른 의견을 드러내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문화가 있어, 그 전제가 충분치 않으면 윤리 교육이 형식에 그칠 수 있습니다. 다만 보완적으로 작용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공동체 안전이나 사회적 조화를 중시하는 관점은 AI의 안전성과 사회적 영향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합니다. 서구 모델이 개인 권리 중심이라면, 한국적 맥락은 시스템 전체의 안정성과 사회적 영향까지 확장해 고려할 여지를 줍니다.   Q. 이번 연구의 가장 독자적인 성과는 5개의 시범 교안입니다. GIST에서는 법학, 정책학, 공학 교수진이 함께 3가지 유형을, 이화여대에서는 NLP·강화학습에 윤리 모듈을 삽입했습니다. 기술 토픽에 윤리 쟁점을 매핑하는 기준과, 학문 간 관점의 충돌이나 예상치 못한 발견이 있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김수경 교수 강화학습 과목에 윤리 모듈을 삽입하면서 먼저 고민한 것은 “어떤 기술에 어떤 쟁점을 연결할 것인가”였습니다. 강화학습은 본질적으로 목표 지향적 최적화 프레임워크이므로, 목표 함수 설정이 모델의 행동을 크게 결정합니다. 특정 사용자 만족도만을 극단적으로 최적화하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학습되는 사례들을 중심으로 설계했습니다. 하지만 과정에서 중요한 한계를 깨달았습니다. 공학적으로는 문제를 ‘발견’하고 설명할 수 있지만, 이를 윤리적 개념이나 가치 체계로 정교하게 ‘개념화’하는 데는 지식이 부족했던 것입니다. 용어도,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도 달랐습니다. 이 지점에서 법학이나 정책학, 철학적 관점과의 협업이 왜 중요한지가 분명해졌습니다. 서로 다른 학문 배경이 결합되면 공학에서는 포착하기 어려운 가치의 층위를 명확히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학제 협업은 선택이 아니라, 제대로 된 윤리 교육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김준하 원장 김 교수님의 경험에 공감합니다. AI를 일괄적 기준 하나로 접근하면 학문 간 소모적 충돌만 낳습니다. 거시적으로는 “AI가 윤리적이어야 한다”는 명제에 모두 동의하지만, 진짜 딜레마는 현장에서 어떤 가치에 더 큰 가중치를 둘지 결정하는 미시적 순간에 발생합니다. GIST의 법학·정책학·공학 교수진은 바로 이 미시적 질문들을 함께 풀어냈습니다. 비전 AI의 감시 시스템과 개인정보 보호 상충, Energy AI의 효율성과 형평성 간 가치 충돌을 다루었고, 네덜란드 SyRI·호주 Robodebt 같은 실제 사례를 통해 자동화 의사결정의 공정성 문제를 직시하게 했습니다. 초기에는 법학자는 위험 최소화를, 공학자는 혁신을 강조해 충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충돌이 기술의 본질을 깊이 이해하는 순간 생산적 융합으로 전환됐습니다. 이것이 이 연구의 가장 탁월한 성과입니다. 교실에서 현장으로…평가, 책임, 그리고 미래 Q. 공학에서는 ‘모델 성능’, 즉 정확도가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작동해 왔습니다. 그런데 학생이 정확도를 일부 포기하더라도 공정성이나 안전성을 우선하는 설계를 했다면, 학점 체계는 그 선택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김수경 교수 공학에서는 정확도나 보상 최적화가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작동해 왔기에, 공정성을 이유로 성능을 일부 희생한 선택을 어떻게 정당화할지가 핵심 딜레마입니다. 이번 강화학습 교안에서 시도한 방식은 이 두 가지를 단순한 트레이드오프로 두기보다 평가 기준 자체를 확장하는 것이었습니다. 보상 함수 설계 실습에서 학생들이 보상값이나 성능 지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이 정책이 어떤 집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까지 함께 분석하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정확도를 일부 포기하고 공정성을 선택한 설계는 ‘덜 좋은 모델’이 아니라 ‘다른 목적 함수를 최적화한 모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무엇을 최적화할 것인가 자체가 이미 설계자의 선택이고, 그 선택을 명시적으로 드러내고 설명할 수 있다면 학술적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결과입니다. 결국 이 교안이 묻는 것은 성능과 윤리의 양자택일이 아니라, ‘성능의 정의 자체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입니다. 김준하 원장 AI가 인간보다 빠르게 코드를 짜고 답을 도출하는 시대에, 정답률만을 높이려는 학점 중심 평가는 의미를 잃고 있습니다. 평가 체계도 ‘턴오버(Turn-over) 수준의 혁신’이 필요합니다. 학생이 정확도를 일부 포기하고 사회적 편향을 줄이는 공정성을 선택했다면, 우리는 그것을 ‘사회적 비용을 선제적으로 줄인 설계’로 정당화하고 더 높은 학술적 가치를 부여해야 합니다. 평가의 축은 결과 중심에서 의사결정 과정 중심으로, 단일 점수에서 다차원 평가로 이동해야 합니다. 앞으로의 평가는 ‘왜 특정 성능을 포기했고 어떤 사회적 비용을 줄였는지 설명하는 능력’에 더 높은 가중치를 두게 될 것입니다.   Q. AI가 사람보다 빠르게 코드를 짜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인간 개발자의 차별적 경쟁력이 기술적 숙련도가 아니라 ‘윤리적 성찰과 설계 역량’이 될 것이라고 보십니까. 또 외부 파운데이션 모델을 API로 가져와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일반화된 환경에서, 개발자는 그 모델에 내재된 편향에 대한 책임을 어디까지 져야 할까요? 김준하 원장 AI가 코딩을 대신하는 시대에 인간 개발자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기술적 숙련도가 아니라 윤리적 성찰과 비판적 설계 역량입니다. 외부 파운데이션 모델을 API로 가져와 쓰는 환경에서는 책임의 경계를 모델 제공자·통합 개발자·배포 조직의 세 계층으로 구분해야 합니다. 학생들에게 이 문제를 한 문장으로 설명하고 싶습니다. ‘모델을 몰랐던 것은 면책 사유가 아니라 책임의 일부’라는 것입니다. API 모델 내부의 편향이나 환각 위험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채 시스템을 설계했다면, 그것은 통합 개발자로서 다해야 할 전문가적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입니다. 임베디드 에틱스를 이수한 학생들은 AI 거버넌스, 모델 리스크 관리, 트러스트 앤드 세이프티(Trust & Safety) 같은 직무로 이어지는 시장 경로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김수경 교수 실제 취업 시장은 아직도 기술적 역량 중심으로 평가가 이루어지지만, LLM이나 파운데이션 모델을 API로 활용하는 환경에서는 모델을 ‘얼마나 잘 구현하느냐’보다 ‘어떻게 문제를 정의하고 시스템을 설계하느냐’가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교안에서도 학생들이 외부 모델을 API로 사용하는 경우에도 ‘책임이 완전히 외부에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인식하도록 했습니다. 많은 시스템이 블랙박스 모델 위에 구축되지만, 어떤 모델을 선택하고 어떤 입력·출력 필터링을 두며 어떤 환경에 배포할지는 여전히 개발자의 설계 결정이기 때문입니다. ‘모델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책임을 외부로 넘기기보다, 그 모델을 선택하고 사용하는 구조를 설계한 사람으로서의 책임 범위를 고민하게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Q. 하버드와 MIT 같은 해외 명문대는 윤리·기술이 통합된 자체 연구·교육 기구를 두고 10년 가까이 운영해 왔습니다. 한국 대학의 AI 윤리교육은 5년, 10년 뒤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그리고 이번 연구를 진행하며 가장 강하게 느낀 문제의식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박명진 이사장 최근 발표된 스탠포드 AI 인덱스 2026 보고서에 따르면, AI 관련 사고(incident)는 2012년 한 해 한 자릿수 수준에서 2025년에는 362건으로 폭증했습니다. 앞으로 5~10년 동안 AI가 우리 삶에 더 깊이 스며들수록 이러한 문제의 발생 빈도와 파급력도 커질 것입니다. 이에 따라 AI 윤리 교육의 중요성 또한 커질 것이며, 임베디드 에틱스 교육이 하나의 주요한 대안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합니다.   다만 AI 윤리 교육은 대학에만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초·중·고 학생, 일반 시민, 전문가 등 각 수준에 맞는 교육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특히 미래세대에게는 AI 기술에 대한 이해와 활용 능력뿐 아니라 이를 윤리적으로 사용하는 역량까지 아우르는 ‘AI 리터러시’를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딥페이크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것처럼, 기술의 오남용을 예방하려면 각 단계에 적합한 AI 기술과 윤리 교육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이때 기술과 윤리를 분리해 가르치기보다 임베디드 에틱스처럼 융합해 교육한다면 훨씬 효과적일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AI 네이티브인 미래세대에게는 자기주도적 창의성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기술을 만드는 이들에게 윤리를 가르치는 임베디드 에틱스처럼, 기술을 만들고 사용할 미래세대에게는 창의성을 길러주어야 합니다. AI가 더 많은 일을 대신할수록 ‘무엇을, 왜 할 것인가’를 스스로 묻는 창의성이 더욱 중요해지기 때문입니다. NC문화재단이 운영하는 ‘프로젝토리(Projectory)’가 바로 그런 공간입니다. 각자의 프로젝트(Project)를 자유롭게 펼치는 실험실(Laboratory)이라는 이름처럼, 미래세대가 마음껏 도전하고 안전하게 실패할 수 있는 제3의 공간입니다. 미래세대의 자기주도적 창의성과 윤리적 성찰이야말로 급속도로 발전하는 기술에 균형을 더하고, 더욱 인간적인 미래를 만들어가는 토대가 될 것입니다. 김준하 원장 한국 대학의 AI 윤리교육은 5~10년 내에 개별 교수의 열정에 의존하는 단계를 넘어 시스템적 거버넌스로 진화해야 합니다. 5년 안에 모든 AI·컴퓨터공학 전공생이 학부 과정에서 최소 세 차례 이상 서로 다른 교과목에서 임베디드 에틱스 모듈을 경험해야 하며, 10년의 관점에서는 하버드 티칭랩(Teaching Lab)이나 MIT SERC 같은 독립 전담 기구가 대학마다 설치되고, 대학 간 모듈·평가 도구를 공유하는 국가 차원의 오픈 리포지토리가 구축돼야 합니다. 한국의 압축 산업화 DNA는 AI 전환의 속도를 높일 수 있지만 그에 비례해 윤리적 갈등도 커집니다. K-에틱스는 그 성장통의 완충재가 되어야 하며, 한국적 맥락을 품은 AI 윤리가 국제 표준을 선도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김수경 교수 저는 한국 대학의 AI 윤리교육이 독립된 교과가 아니라 전공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임베디드 에틱스’ 형태로 자리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5년 정도를 보면, 머신러닝·NLP·강화학습 같은 핵심 과목 안에서 기술적 의사결정과 윤리적 고민이 함께 다루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다만 이번 연구를 통해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공감과 실행 사이의 간극’이었습니다. 윤리 교육의 필요성에는 교수자들도 동의하지만, 실제 커리큘럼 변경이나 다학제 협업에는 시간·평가·제도적 제약이 크게 작용합니다. 거창한 목표보다도 전공 수업 안에서 학생들이 최소한 한 번이라도 ‘이 설계가 어떤 영향을 만들까’를 고민해보는 경험이 반복되는 구조가 더 중요합니다. 그런 작은 변화들이 쌓여야 교육과 연구 문화가 함께 바뀔 수 있습니다.   박명진 이사장은 NC문화재단에서 우리 사회의 창의적이고 포용적인 성장을 위한 문화예술 지원과 사회공헌 활동을 이끌고 있다. 고려대학교 경영학 박사로, AI 윤리 교육과 임베디드 에틱스(Embedded EthiCS) 사업을 통해 한국의 AI 생태계에 윤리적 기초를 구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준하 원장은 GIST AI정책전략대학원 원장이자 국가 전략경제자문단 AI-로보틱스 위원장으로, 한국의 AI 정책과 거버넌스를 주도하고 있다. UC Irvine 생명화학공학 박사로, AI 윤리 교육 프레임워크와 책임 있는 AI 개발 체계 마련을 주도 중이다. 김수경 교수는 이화여자대학교 인공지능대학 인공지능전공 조교수로, 생성형 AI와 강화학습 기반 LLM 연구를 전문으로 한다. Palo Alto Research Center, SRI International, Lawrence Livermore National Laboratory에서 선임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NeurIPS, ICLR 등 최상위 학술 회의에 논문을 발표했다.

2026.05.19  0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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