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가 개최되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남동쪽 방향으로 차를 타고 약 10분만 달리다 보면 갑자기 반짝이는 커다란 ‘구’가 나타납니다. 높이 약 111.6m, 지름 약 157.3m에 달하는 커다란 원형 공연장 스피어에요. LED 스크린 넓이만 외부 약 5만4000㎡(축구장 7개), 내부 약 1만5000㎡(축구장 2개)에 달합니다. 내부에 있는 스크린 해상도는 16K로 2만개 좌석에 앉은 관람객이 영상에 몰입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2023년 말 문을 연 스피어는 CES와 큰 관련이 없었지만, 그래도 지난해부터 주목받았습니다. CES에 참석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러야 하는 장소가 됐어요. 올해는 스피어가 CES와 가까워졌습니다. 미국의 항공사 델타가 현지 시각으로 7일, 스피어에서 CES 기조 강연을 하거든요. 델타는 설립 100주년을 맞아 스피어에서 델타항공의 역사적인 여정과 함께 첨단 시뮬레이션 기술을 활용해 조종석의 느낌까지 생생하게 전달한다는 계획입니다.
델타는 ‘델타 로컬스’라 불리는 여행 계획 플랫폼을 선보일 예정인데요. AI가 여행 기록부터 선호도, 예산, 일정까지 상세히 분석해 개인화한 여행 옵션을 제안하고, 항공권 예약뿐만 아니라 호텔, 렌터카, 관광 명소 입장권까지 한 플랫폼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추진하고 있어요. 델타 로컬스는 레스토랑, 명소, 교통 옵션을 포함한 현지화한 콘텐츠를 추천하고, 음성을 통해 조작이 가능하게 했습니다.
델타의 이러한 도전은 AI 기반의 몰입형 콘텐츠라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러한 기술은 이번 CES에서 다양하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CES 혁신상을 받은 한국의 AI 기업 ‘스패이드(SPAID)’를 꼽을 수 있습니다. 스패이드는 지도 이미지만 올리면, 3D 객체를 생성해 메타버스로 전환하는 솔루션을 공개합니다. 3D 엔진에 AI 시스템을 결합해, 지도 이미지만으로도 가상공간 구현이 가능하게 한 것이에요.
대만 기업 ‘제뉴어리’는 AI 기반 건강 관리 앱을 보여줍니다. 사용자가 섭취한 식사를 사진으로 촬영하면, 앱이 이를 분석해 해당 식단의 성분과 혈당 수치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는 기술이라고 합니다. 별도의 장치 없이도, 비침습적인 방식으로도 AI와 데이터 분석만으로 혈당 수치를 측정하는 앱이라고 볼 수 있어요. 제뉴어리는 “당뇨병 환자나 건강 관리를 중시하는 사용자들에게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스피어의 그 놀라운 경험처럼, 현실성 높은 가상 세계를 구현하기 위한 최신 확장현실(XR) 솔루션도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캐나다의 ‘해플리 로보틱스(Haply Robotics)’는 이번 CES에서 메타버스 세상에서의 몰입도를 높이는 휴대용 햅틱 장치 ‘미니버스’를 공개할 예정인데요. 이 디바이스는 현실적인 촉각 피드백을 통해 가상 환경과 정밀한 정확도로 상호작용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CES 최고혁신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일본의 소니도 3D 객체와 상호 작용에 적합한 기능을 갖춘 차세대 XR 기기를 공개, 한차원 높은 생동감 있는 확장 현실을 보여줄 예정입니다. 미국의 스마트 가전회사 ‘드레오(DREO)’는 세계 최초로 주행 속도에 따라 공기 흐름을 동적으로 조절해 초현실적이면서도 다중 감각적인 가상의 레이싱 모험 환경을 제공하는 ‘윈드 모션 시뮬레이터’를 보여주고요.
플랫폼 중심의 메타버스에서 벗어나 교육·의료·제조 등 산업별 맞춤형 솔루션으로 확장되는 사례도 찾아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다. 웅진씽크빅의 AI 독서플랫폼 ‘북스토리’는 사용자가 원하는 언어로 읽어주는 데다가 책 내용에 맞춰 효과음과 비주얼 이펙트를 부여해 한층 생동감 있는 독서 환경을 보여줍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블록체인 스포츠 XR’은 가상현실(VR)기술과 스마트 슈트를 활용한 축구게임 솔루션 ‘인피니티 풋볼 XR’을 소개합니다. 이 플랫폼은 사용자가 공을 터치하고 상대와 충돌하거나 골을 넣었을 때 시각, 청각은 물론 촉각적인 상호작용까지 경험할 수 있는 게임 환경을 제공합니다. 프랑스의 ‘유니스텔라(UNISTELLAR)’는 천문학자처럼 하늘을 관찰하거나 자연환경 등을 실감 나게 탐험할 수 있는 스마트 AR 쌍안경을 공개하고요.
코로나19 당시 주목받던 메타버스는 ‘너무 빠른 것 아니냐’라는 지적과 함께 주춤했었는데요, 여전히 기술개발은 현재 진행형이었습니다. 그리고 3년 전, 2년 전,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었고요. 메타버스는 생각보다 빨리 우리 앞에 다가올지도 모를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