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기술박람회, CES 2025가 슬슬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그의 글 중 제 눈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양자 컴퓨팅(Quantum Computing)’이었어요. 처음으로 양자컴퓨팅과 관련된 콘퍼런스 트랙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양자역학, 양자컴퓨터와 관련된 내용을 미라클레터에서도 소개해 드린 적이 있었는데요, CES 2025를 앞두고 알고 가면 좋을 최신 양자기술에 대해 정리해봤습니다. 특히 유엔총회는 내년, 즉 2025년을 ‘세계 양자 과학기술의 해’로 지정하기도 했어요. 1925년 하이젠베르크가 양자역학에 대한 해석과 관련된 논문을 처음 발표했고, 같은 해 크리스마스 때 슈뢰딩거가 ‘슈뢰딩거 방정식’을 발견했습니다. 그로부터 딱 100년이 지난 해가 바로 내년이기 때문이에요. 주말을 하루 앞둔 금요일! 공상과학(SF) 소설 읽듯이 편히 살펴봐 주셔요. 그럼 시작합니다.
- 미국의 중국 견제, 양자기술
- 기술 흐름의 다음 단계, 양자
- 성큼 다가온 양자통신 상용화
- 모닝 브리핑
※ 볼딕 단어나 밑줄 단어에는, URL이 포함돼 있습니다. 클릭하면 세부 내용이 연결됩니다. | | | 올해 중국이 공개한 양자컴퓨터 JIUNZHANG2.0의 모습이에요. 세계에서 가장 큰 양자컴퓨터라고 중국은 이야기합니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양자컴퓨터와 관련된 기초연구, 응용연구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어요. 세계를 이끌고, 앞서가기 위해서는 '차세대'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사진=중국과학기술대학]
미국의 중국 견제 AI, 그리고 양자 컴퓨터
AI는 수긍이 갑니다. AI가 이미 세상을 바꾸고 있으니까요. 많이 듣긴 했는데, 아직 상용화와는 거리가 있는 양자컴퓨터 기술을 미국은 왜 경계하는 것일까요. 특히 중국은 양자컴퓨터와 같은 양자 기술 분야에서 과거 기념비적인 성과를 쏟아낸 이력이 있습니다. 그만큼 양자 기술에 있어서 중국은 ‘선진국’으로 분류되고 있기도 합니다. 여하튼, 이번 규칙에 따르면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을 비롯해 시민, 영주권자 등은 양자 기술과 관련해 중국에 투자할 수 없습니다. 미국의 벤처캐피털리스트가 중국의 양자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를 할 수 없게 된 거죠. 미국 정부가 연구개발(R&D) 예산을 줄 때도 중국과 관련이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이러한 일을 하려면 미국 재무부에 사전 보고를 해야 한다고 해요. 미국 재무부는 이번 조치가 “중국의 군사, 감시, 사이버 보안 인프라를 궁극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양자 기술에 대한 중국의 진전을 억제하기 위함”이라고 하는데요, 대체 양자 기술이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키길래 이러한 조치를 하는 것일까요. 양자기술은 양자역학을 이용한 기술로 보시면 됩니다. 양자역학이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세계의 움직임을 보는 학문이에요.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물체의 움직임은 설명이 가능합니다. 현재 저 차의 속도가 20km/h 니까 5시간 뒤에는 100km를 이동하겠구나(s=vt), 와 같은 간단한 계산부터 시작해서 가속도, 질량 등을 알면 힘도 구할 수 있어요. F=ma에서 시작되는 방정식을 활용하면 행성의 운동, 은하의 운동도 설명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 분자와 같은 세계에서는 F=ma라는 진리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대신 ‘불확실성’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양자역학의 세상이 열리게 됩니다. 이미 양자역학은 우리 주변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어요. 스마트폰을 비롯해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모두 양자역학을 기반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양자역학이 없었다면 반도체도, 스마트폰도, AI도 없었을 거예요.
이제 양자역학은 새로운 분야로 튀어 나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바로 양자컴퓨터입니다. | | | 미국 렌셀레어폴리테크닌대학교에 설치된 IBM의 양자컴퓨터 입니다. 신비로워요. [사진=IBM]
기술 흐름의 다음단계, 양자
과학자, 공학자를 만나면 저는 항상 물어봅니다. “AI 그다음 기술은 무엇일까요?” 상당수 전문가 분들은 양자컴퓨터를 꼽습니다. 기술 흐름의 다음 단계로 양자컴퓨터가 구현된다는 얘기인데요.
짧게 정리하면, 양자역학이 정립되기 이전에 우리는 전자기기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없었습니다. 양자역학이 정립되면서 반도체는 물론 다양한 전자기기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됐어요. 이 과정에서 ‘데이터’가 발생합니다. 이 데이터가 쌓이고, 컴퓨팅 기술이 발전하면서 비로소 AI 시대에 들어섭니다. 다만 AI 시대는 한계가 있어요. 바로 ‘컴퓨팅 파워’입니다. 더 좋은 AI를 만들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빨리, 그리고 더 정교하게 분석해야만 합니다. 빅테크 기업이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해 엔비디아의 GPU를 확보하려는 이유에요.
이 싸움에 끝은 없습니다. 현재 기술로는요. 누가 더 많은 GPU를 확보하느냐의 싸움이에요. 이러한 상황에 ‘돌파구(Breakthrough)’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주목받는 기술이 바로 양자컴퓨터입니다. 즉 인간이 지금껏 쌓아온 기술이 더 큰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면 데이터 처리와 관련된 기술적 진보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자율주행차를 예로 들어 볼게요. 현재 자율주행은 특정 지역에서 수많은 훈련을 받아야만 운행이 가능합니다. 안전이 최우선인 만큼, 수많은 테스트가 필요해요. 역시 데이터 처리가 큰 영향을 미칩니다. 도로의 폭이 조금만 달라져도, 신호등의 모습이 달라져도, 어두워져도, 자율주행차가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현재 기술로 이를 자유자재로 처리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AI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존 AI보다 더 나은 성능을 보이려면 많은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계산해야만 합니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의 ‘비트’가 아닌 ‘큐비트’를 기본 단위로 합니다. 양자역학에서는 0도 아니고, 1도 아닌 ‘중첩’이라는 현상이 나타나는데요, 이를 활용하면 동시에 더 많은 계산이 가능하고, 결국 슈퍼컴퓨터가 몇만년에 할 수 있는 계산을 단 몇 초 만에 풀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이는 이해를 돕기 위한 아주 단순화된 설명입니다. 양자컴퓨터를 연구하시는 분들께 여쭤보면 큐비트의 중첩이 전부가 아니라고 합니다만. 양자컴퓨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이상덕 기자가 쓴 양자컴퓨터의 미래에 대한 레터를 읽어보시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부연 설명해 드리면 큐비트는 중첩이라는 현상을 활용해 수많은 경우의 수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양자역학 자체가 확률을 기반으로 합니다(이렇게 표현하는 게 그나마 가장 이해가 쉬워 보입니다. 과학자분들, 너무 단순화했다고 뭐라 하지 말아주세요🙇).
결정된 값을 내놓는 게 아닌 수많은 확률을 던질 수 있는 만큼 다양한 값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낮은 확률은 제거합니다. 즉 계산 결과 중 오답일 가능성이 큰 것을 떨어트릴 수 있죠. 여기까지 정리하다 보니 현재 AI가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과 상당히 비슷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양자컴퓨터는 꾸준히 발전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 큐비트를 안정적으로 늘리는 연구를 중심으로 구글, IBM 등의 기업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현재 이들이 만든 양자컴퓨터는 연구용으로 전 세계 수많은 연구자가 활용을 하고 있어요.
IBM의 양자컴퓨터를 연구해본 교수님을 만난 적이 있는데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지금은 양자컴퓨터라는 게 슈퍼컴퓨터보다 대단하다, 라고 말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에요. 어떠한 특정한 문제에서 컴퓨터를 뛰어넘는 결과를 보이는 상황이랄까요. AI도 알파고 이후 몇 년간 이를 활용하기 위한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쉽지 않았잖아요. 양자컴퓨터도 마찬가지라 봐요. 아직은 더 개발되어야 하고, 더 많은 진보가 필요합니다.”
| | | 양자역학을 얘기하면 아인슈타인을 빼놓을 수 없어요. 그는 양자역학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는 말로 양자역학이 가진 '확률적 성질'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는 양자역학이 '완전한 이론'이 아니라고 여겼고, 하이젠베르크, 닐스 보어와 같은 양자역학의 대가들과 논쟁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이 남긴 광양자설(광자의 개념), 빛의 파동-입자 이중성 등은 모두 양자역학의 기초 개념을 정립하고 이를 발전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림=챗GPT]
성큼 다가온 양자통신 상용화
지난 2016년, 중국이 세계 최초로 양자통신 시험 위성 ‘묵자’를 발사합니다. 당시 중국의 ‘양자 굴기’라는 표현이 유행했는데요. 지상에서 레이저로 보낸 양자 정보를 위성이 받아 다른 지상국으로 보내고, 이 과정에서 양자 암호를 직접 생성하는 방식의 연구가 진행됐습니다.
양자암호라는 게 무작위로 생성될 뿐 아니라 송신자, 수신자 외에는 정보를 읽을 수도 없어요. 해킹을 시도하면 양자 정보가 깨지면서 해킹 시도가 발각됩니다. 따라서 군사적 목적으로 양자통신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요. 양자통신은 빛 알갱이, 즉 ‘광자’에 정보를 전달해서 보내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광자는 두 가지 성질을 가지고 있어요. ‘입자’이기도 하고 ‘파동’이기도 합니다. 이게 바로 양자역학! 서로 다른 곳에 있는 광자는 서로 ‘얽힘’ 상태를 만들 수 있는데요, 한쪽의 광자 상태를 변화시키면, 다른 곳에 있는 광자도 상태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얽힘 현상을 이용해 정보를 전달할 수 있어요. 이러한 특징을 이용해 수 km, 수백 km 떨어진 곳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실험이 꾸준히 있었습니다. 2017년, 묵자 위성은 무려 1200km나 떨어진 곳에서 양자통신에 성공하면서 이러한 기술이 구현 가능함을 확인합니다.
이 실험을 두고 ‘순간 이동’이라는 표현도 많이 쓰는데요, 이러한 기술이 현실화한다면 우주여행을 하는 우주선과 지구의 통신에서 발생하는 ‘시간 차이’도 상당히 극복될 것으로 보입니다.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말할 것도 없고요. 2021년 중국은 묵자 위성을 이용, 무려 4600km에 걸쳐 양자통신을 구현하는 데 성공해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이유입니다.
연구 내용을 짧게 살펴볼게요. 연구진은 케임브리지, 보스턴 지역을 잇는 약 35km 거리의 ‘상용 광통신망’을 이용합니다. 이 통신망을 이용해 광자를 보낸 거예요.
기존에도 1000~2000km 전송할 수 있었는데 35km가 왜 의미가 있냐라고 반문하실 것 같아요. 저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이렇습니다.
묵자에서 수행한 연구는 암호통신에 쓰는 비밀키를 나눠 갖는지를 확인하는 연구입니다.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큰 연구에요. 이번 연구가 의미 있는 것은 양자상태를 잘 나눠 갖는 통신을 했다는 데 의미가 있어요. 즉 양자통신을 군사적 목적이 아닌, 도심 속의 광섬유를 이용해 일상생활에서도 쓸 가능성을 확인했다 보시면 됩니다. 물론, 연구진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너무 많다고 하지만요. 세계 최대 기술박람회, CES 2025가 슬슬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그의 글 중 제 눈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양자 컴퓨팅(Quantum Computing)’이었어요. 처음으로 양자컴퓨팅과 관련된 콘퍼런스 트랙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양자역학, 양자컴퓨터와 관련된 내용을 미라클레터에서도 소개해 드린 적이 있었는데요, CES 2025를 앞두고 알고 가면 좋을 최신 양자기술에 대해 정리해봤습니다. 특히 유엔총회는 내년, 즉 2025년을 ‘세계 양자 과학기술의 해’로 지정하기도 했어요. 1925년 하이젠베르크가 양자역학에 대한 해석과 관련된 논문을 처음 발표했고, 같은 해 크리스마스 때 슈뢰딩거가 ‘슈뢰딩거 방정식’을 발견했습니다. 그로부터 딱 100년이 지난 해가 바로 내년이기 때문이에요. 주말을 하루 앞둔 금요일! 공상과학(SF) 소설 읽듯이 편히 살펴봐 주셔요. 그럼 시작합니다.
- 미국의 중국 견제, 양자기술
- 기술 흐름의 다음 단계, 양자
- 성큼 다가온 양자통신 상용화
- 모닝 브리핑
※ 볼딕 단어나 밑줄 단어에는, URL이 포함돼 있습니다. 클릭하면 세부 내용이 연결됩니다. | | | 올해 중국이 공개한 양자컴퓨터 JIUNZHANG2.0의 모습이에요. 세계에서 가장 큰 양자컴퓨터라고 중국은 이야기합니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양자컴퓨터와 관련된 기초연구, 응용연구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어요. 세계를 이끌고, 앞서가기 위해서는 '차세대'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사진=중국과학기술대학]
미국의 중국 견제 AI, 그리고 양자 컴퓨터
AI는 수긍이 갑니다. AI가 이미 세상을 바꾸고 있으니까요. 많이 듣긴 했는데, 아직 상용화와는 거리가 있는 양자컴퓨터 기술을 미국은 왜 경계하는 것일까요. 특히 중국은 양자컴퓨터와 같은 양자 기술 분야에서 과거 기념비적인 성과를 쏟아낸 이력이 있습니다. 그만큼 양자 기술에 있어서 중국은 ‘선진국’으로 분류되고 있기도 합니다. 여하튼, 이번 규칙에 따르면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을 비롯해 시민, 영주권자 등은 양자 기술과 관련해 중국에 투자할 수 없습니다. 미국의 벤처캐피털리스트가 중국의 양자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를 할 수 없게 된 거죠. 미국 정부가 연구개발(R&D) 예산을 줄 때도 중국과 관련이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이러한 일을 하려면 미국 재무부에 사전 보고를 해야 한다고 해요. 미국 재무부는 이번 조치가 “중국의 군사, 감시, 사이버 보안 인프라를 궁극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양자 기술에 대한 중국의 진전을 억제하기 위함”이라고 하는데요, 대체 양자 기술이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키길래 이러한 조치를 하는 것일까요. 양자기술은 양자역학을 이용한 기술로 보시면 됩니다. 양자역학이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세계의 움직임을 보는 학문이에요.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물체의 움직임은 설명이 가능합니다. 현재 저 차의 속도가 20km/h 니까 5시간 뒤에는 100km를 이동하겠구나(s=vt), 와 같은 간단한 계산부터 시작해서 가속도, 질량 등을 알면 힘도 구할 수 있어요. F=ma에서 시작되는 방정식을 활용하면 행성의 운동, 은하의 운동도 설명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 분자와 같은 세계에서는 F=ma라는 진리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대신 ‘불확실성’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양자역학의 세상이 열리게 됩니다. 이미 양자역학은 우리 주변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어요. 스마트폰을 비롯해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모두 양자역학을 기반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양자역학이 없었다면 반도체도, 스마트폰도, AI도 없었을 거예요.
이제 양자역학은 새로운 분야로 튀어 나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바로 양자컴퓨터입니다. | | | 미국 렌셀레어폴리테크닌대학교에 설치된 IBM의 양자컴퓨터 입니다. 신비로워요. [사진=IBM]
기술 흐름의 다음단계, 양자
과학자, 공학자를 만나면 저는 항상 물어봅니다. “AI 그다음 기술은 무엇일까요?” 상당수 전문가 분들은 양자컴퓨터를 꼽습니다. 기술 흐름의 다음 단계로 양자컴퓨터가 구현된다는 얘기인데요.
짧게 정리하면, 양자역학이 정립되기 이전에 우리는 전자기기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없었습니다. 양자역학이 정립되면서 반도체는 물론 다양한 전자기기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됐어요. 이 과정에서 ‘데이터’가 발생합니다. 이 데이터가 쌓이고, 컴퓨팅 기술이 발전하면서 비로소 AI 시대에 들어섭니다. 다만 AI 시대는 한계가 있어요. 바로 ‘컴퓨팅 파워’입니다. 더 좋은 AI를 만들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빨리, 그리고 더 정교하게 분석해야만 합니다. 빅테크 기업이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해 엔비디아의 GPU를 확보하려는 이유에요.
이 싸움에 끝은 없습니다. 현재 기술로는요. 누가 더 많은 GPU를 확보하느냐의 싸움이에요. 이러한 상황에 ‘돌파구(Breakthrough)’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주목받는 기술이 바로 양자컴퓨터입니다. 즉 인간이 지금껏 쌓아온 기술이 더 큰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면 데이터 처리와 관련된 기술적 진보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자율주행차를 예로 들어 볼게요. 현재 자율주행은 특정 지역에서 수많은 훈련을 받아야만 운행이 가능합니다. 안전이 최우선인 만큼, 수많은 테스트가 필요해요. 역시 데이터 처리가 큰 영향을 미칩니다. 도로의 폭이 조금만 달라져도, 신호등의 모습이 달라져도, 어두워져도, 자율주행차가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현재 기술로 이를 자유자재로 처리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AI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존 AI보다 더 나은 성능을 보이려면 많은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계산해야만 합니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의 ‘비트’가 아닌 ‘큐비트’를 기본 단위로 합니다. 양자역학에서는 0도 아니고, 1도 아닌 ‘중첩’이라는 현상이 나타나는데요, 이를 활용하면 동시에 더 많은 계산이 가능하고, 결국 슈퍼컴퓨터가 몇만년에 할 수 있는 계산을 단 몇 초 만에 풀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이는 이해를 돕기 위한 아주 단순화된 설명입니다. 양자컴퓨터를 연구하시는 분들께 여쭤보면 큐비트의 중첩이 전부가 아니라고 합니다만. 양자컴퓨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이상덕 기자가 쓴 양자컴퓨터의 미래에 대한 레터를 읽어보시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부연 설명해 드리면 큐비트는 중첩이라는 현상을 활용해 수많은 경우의 수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양자역학 자체가 확률을 기반으로 합니다(이렇게 표현하는 게 그나마 가장 이해가 쉬워 보입니다. 과학자분들, 너무 단순화했다고 뭐라 하지 말아주세요🙇).
결정된 값을 내놓는 게 아닌 수많은 확률을 던질 수 있는 만큼 다양한 값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낮은 확률은 제거합니다. 즉 계산 결과 중 오답일 가능성이 큰 것을 떨어트릴 수 있죠. 여기까지 정리하다 보니 현재 AI가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과 상당히 비슷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양자컴퓨터는 꾸준히 발전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 큐비트를 안정적으로 늘리는 연구를 중심으로 구글, IBM 등의 기업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현재 이들이 만든 양자컴퓨터는 연구용으로 전 세계 수많은 연구자가 활용을 하고 있어요.
IBM의 양자컴퓨터를 연구해본 교수님을 만난 적이 있는데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지금은 양자컴퓨터라는 게 슈퍼컴퓨터보다 대단하다, 라고 말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에요. 어떠한 특정한 문제에서 컴퓨터를 뛰어넘는 결과를 보이는 상황이랄까요. AI도 알파고 이후 몇 년간 이를 활용하기 위한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쉽지 않았잖아요. 양자컴퓨터도 마찬가지라 봐요. 아직은 더 개발되어야 하고, 더 많은 진보가 필요합니다.”
| | | 양자역학을 얘기하면 아인슈타인을 빼놓을 수 없어요. 그는 양자역학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는 말로 양자역학이 가진 '확률적 성질'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는 양자역학이 '완전한 이론'이 아니라고 여겼고, 하이젠베르크, 닐스 보어와 같은 양자역학의 대가들과 논쟁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이 남긴 광양자설(광자의 개념), 빛의 파동-입자 이중성 등은 모두 양자역학의 기초 개념을 정립하고 이를 발전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림=챗GPT]
성큼 다가온 양자통신 상용화
지난 2016년, 중국이 세계 최초로 양자통신 시험 위성 ‘묵자’를 발사합니다. 당시 중국의 ‘양자 굴기’라는 표현이 유행했는데요. 지상에서 레이저로 보낸 양자 정보를 위성이 받아 다른 지상국으로 보내고, 이 과정에서 양자 암호를 직접 생성하는 방식의 연구가 진행됐습니다.
양자암호라는 게 무작위로 생성될 뿐 아니라 송신자, 수신자 외에는 정보를 읽을 수도 없어요. 해킹을 시도하면 양자 정보가 깨지면서 해킹 시도가 발각됩니다. 따라서 군사적 목적으로 양자통신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요. 양자통신은 빛 알갱이, 즉 ‘광자’에 정보를 전달해서 보내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광자는 두 가지 성질을 가지고 있어요. ‘입자’이기도 하고 ‘파동’이기도 합니다. 이게 바로 양자역학! 서로 다른 곳에 있는 광자는 서로 ‘얽힘’ 상태를 만들 수 있는데요, 한쪽의 광자 상태를 변화시키면, 다른 곳에 있는 광자도 상태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얽힘 현상을 이용해 정보를 전달할 수 있어요. 이러한 특징을 이용해 수 km, 수백 km 떨어진 곳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실험이 꾸준히 있었습니다. 2017년, 묵자 위성은 무려 1200km나 떨어진 곳에서 양자통신에 성공하면서 이러한 기술이 구현 가능함을 확인합니다.
이 실험을 두고 ‘순간 이동’이라는 표현도 많이 쓰는데요, 이러한 기술이 현실화한다면 우주여행을 하는 우주선과 지구의 통신에서 발생하는 ‘시간 차이’도 상당히 극복될 것으로 보입니다.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말할 것도 없고요. 2021년 중국은 묵자 위성을 이용, 무려 4600km에 걸쳐 양자통신을 구현하는 데 성공해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이유입니다.
연구 내용을 짧게 살펴볼게요. 연구진은 케임브리지, 보스턴 지역을 잇는 약 35km 거리의 ‘상용 광통신망’을 이용합니다. 이 통신망을 이용해 광자를 보낸 거예요.
기존에도 1000~2000km 전송할 수 있었는데 35km가 왜 의미가 있냐라고 반문하실 것 같아요. 저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이렇습니다.
묵자에서 수행한 연구는 암호통신에 쓰는 비밀키를 나눠 갖는지를 확인하는 연구입니다.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큰 연구에요. 이번 연구가 의미 있는 것은 양자상태를 잘 나눠 갖는 통신을 했다는 데 의미가 있어요. 즉 양자통신을 군사적 목적이 아닌, 도심 속의 광섬유를 이용해 일상생활에서도 쓸 가능성을 확인했다 보시면 됩니다. 물론, 연구진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너무 많다고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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