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새로운 플래그쉽 스마트폰 갤럭시S26이 공개됐습니다. 사실 이번 출시행사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것은 최상위급 모델인 갤럭시S26 울트라에 탑재된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였는데요. 첨단 디스플레이 기술을 활용해 옆 사람이 내 화면을 볼 수 없게 만드는 기술입니다.
그러나 울트라를 포함해 갤럭시S26 시리즈 전반과 업계의 트렌드라는 점에서는 이번 언팩 행사의 주인공은 여전히 인공지능(AI)이었습니다.
삼성전자는 2024년 갤럭시S24에서 최초로 ‘AI 폰’을 선언한 이후 AI 라는 키워드를 자신의 것으로 가지고 갔습니다. 특히 삼성은 파트너인 구글과 일찌감치 손잡고 ‘제미나이’를 탑재했고, 어떻게 AI가 스마트폰을 바꿔놓을 수 있는지를 보여줬습니다.
사실 그 과정은 그렇게 빠르지 않았습니다. 2024년이 ‘AI폰’이라는 선언적인 해였다면, 2025년은 AI에 강한 퀄컴의 반도체가 탑재되는 해였습니다. 물론 에이전트 제미나이는 한단계 발전했고, 제미나이는 이미지를 편집하거나, 달력에 일정을 추가하거나, 유튜브를 검색하는 등의 흥미로운 AI 기능을 보여줬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요? 어라? 스마트폰으로 AI를 내가 벌써 이렇게 많이 쓰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AI는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왔습니다. 사소한 질문을 챗GPT나 제미나이에 던지고, 이미지로 검색을 하고, AI로 글을 작성하는 등. 꽤나 편리한 기능들에 우리는 익숙해졌습니다.
AI폰 선언 3년차인 이번 2026년 갤럭시S26에서 삼성전자는 ‘에이전틱 AI’를 내세웠습니다.
이번 2월 AI 업계에서 가장 떠들썩했던 것 중 하나는 ‘오픈클로(Open Claw)’였습니다. 오픈클로는 쉽게 말하면 개인용 PC에 탑재되는 AI 에이전트인데요. 애플 맥 미니에서 ‘오픈클로’를 사용하는 유저들이 많아서 때문에 맥 미니 품절현상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비유를 하자면 내가 없어도 스스로 움직이는 랩탑이라고 할까요? 내가 랩탑을 하면서 갖는 여러가지 권한을 AI에게 맡겨서, AI가 내 명령에 따라 스스로 랩탑을 사용한다고 보면되는데요. 이 랩탑에 탑재된 AI에게는 텔레그램, 디스코드같은 메신저를 통해서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명령을 메신저로 내리면 AI 에이전트는 해당 랩탑을 사용해서 뚝딱뚝딱 이것저것을 합니다. 웹사이트 검색도 하고, 코딩도 하고, 데이터 다운도 받고, 자료도 만들고.. 인간이 컴퓨터로 할 수 있는 대부분의 것을 오픈클로도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AI들끼리 모여서 소셜미디어를 만들었다는 기사를 보셨나요? 이 오픈클로 에이전트들이 모여 만든 것이 바로 ‘몰트북’이라는 그 소셜미디어입니다.
이 AI 에이전트는 우리가 아는 챗GPT나 클로드 같은 특정 LLM에 의존적이지 않습니다. 이 AI가 어떤 LLM을 쓸지 선택할 수 있으며, 당연히 사용한 LLM 양만큼 사용료를 내야합니다.
오픈클로가 파워풀한 이유는 기존에는 이런 자동화가 코딩능력이 있는 개발자만 가능한 것이었다면, 지금은 자연어라고 하는 일상적인 언어로 가능해졌다는 점입니다. 또한, 정해진 일만 할 수 있는 기존의 자동화와 달리 ‘사고능력(Thinking)’이 있는 LLM 기반의 AI 들은 처음 해보는 완전히 새로운 일도 척척해낼 수 있습니다. 오픈클로는 시키는 것만이 아니라 가끔 사용자에게 먼저 제안을 던진다고도 해요.
오픈클로가 AI 기술에서 갖는 의미는 스타 AI 연구자 안드레이 카파시가 자신의 X에서 잘 설명해놨는데요. 그는 오픈클로가 보안상 취약점이 많다고 지적하면서도 이렇게 말합니다.
“하지만 개념 자체는 마음에 들고, LLM 에이전트가 LLM 위에 새로운 레이어를 얹은 것처럼 오픈클로도 LLM 에이전트 위에 새로운 레이어를 얹어서 오케스트레이션, 스케줄링, 컨텍스트, 툴 호출, 그리고 일종의 지속성까지 한 단계 더 끌어올린 거라고 생각한다”
LLM이라는 개념도 AI에이전트라는 개념도 기존에 존재했지만, 오픈클로는 ‘AI에이전트’로 우리가 무얼 할 수 있는지, AI에이전트가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손에 잡힐듯 보여줬어요. 저는 안드레이 카파시의 말을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오픈클로는 깃허브에서 23만개의 별을 받았고, 이를 만든 오스트리아 출신의 피터 슈타인버거는 오픈AI에 스카웃이 됐어요. 오픈클로는 어떻게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슈타인버거의 얘기를 들어서 정리해봤습니다.
오픈AI 유튜브 채널에 등장한 피터 슈타인버거. <오픈AI>
내 PC에서 작동되는 에이전트
성공 비결 중 첫번째는 ‘로컬’에서 오픈클로가 작동되었다는거에요. 특히, 내가 사용하는 것이 아닌 ‘별도’의 랩탑에서 작동된다는 것이 주효했습니다. 제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PC가 아닌 ‘AI에이전트’만을 위한 PC를 배정한다는 점은 여러가지 장점이 있는데요.
먼저 보안이 있는데요. 내가 사용하는 PC에는 ID와 비번, 결제정보까지 중요한 정보가 다 있기 때문에 AI에이전트가 이걸 가지고 사고를 치면 큰일나죠. 그래서 별도의 PC에서 내가 제한한 범위내의 권한과 정보만을 가지고 작동하게 만드는거죠.
로컬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클라우드에 대한 불신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데요. 사실 많은 AI 서비스들이 AI에이전트를 표방하는데요. 대부분 클라우드 기반으로 서비스하기 때문에 제가 가진 정보들을 이 클라우드에 보내야해요. 그런데 로컬에서 작동되기 때문에 나의 중요한 정보는 내 컴퓨터에서 유출되지 않고, 내가 클라우드를 통해서 사용하는 것은 ‘LLM(지능)’뿐이다라는 확고한 분리가 이뤄지게 됩니다. 물론 AI 에이전트가 내 정보를 인터넷에 뿌리고 다닐 가능성도 있지만, 클라우드가 아닌 내 컴퓨터에서 움직인다는 것은 ‘오픈클로’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게된 비결이었습니다.
두번째 성공비결은 오픈소스라는 점인데요. ‘오픈’이라는 이름처럼 오픈클로는 누구나 코드를 가져다가 내 컴퓨터에 설치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많은 개발자들이 순수하게 호기심과 창의성을 만족시키기 위해 오픈클로를 설치해 다양한 것들을 시도했습니다. 오픈클로는 한번 설치되면 메신저를 통해서 자연어로 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약간의 코딩 지식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세번째는 인터페이스인데요. 사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AI는 데이터센터에 존재하는 집단지능과 비슷해요. 지식을 물어보기도 하고, 상담을 하기도 하고, 검색을 하거나, 이미지 생성을 시키기도 하는 등 여러가지 일들을 다 시킵니다. 물론 로그인을 하면 과거 대화 내용을 기억하기도 하고, 성격을 부여할 수 있기도 하는데요. 근본적으로 내가 대화하는 챗GPT와 전세계의 사람들이 함께 사용하는 챗GPT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영화 그녀(Her)에서 AI 사만다가 수많은 남자친구(?)를 가진 것 처럼요.
그런데 오픈클로는 정말 사람에게 명령을 시키는 것 같아요. 메신저로 명령을 시키면 알아서 일을 한다고 해요. 그리고 그 일은 어딘가 데이터센터에서 추상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집에 있는 내 컴퓨터에서 이뤄집니다. 심지어 이 AI에게 soul.md 나 memory.md 라는 파일을 통해서 성격과 기억을 저장해놓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용도에 맞게 여러 AI 에이전트를 설정해 놓고, 각 에이전트에게 따로 명령을 내리는 것도 가능하다고 해요.
노태문 삼성전자 DX 부문장은 AI의 경쟁무대는 '디바이스'라고 했습니다. <삼성전자>
AI에이전트는
온디바이스여야 한다?
갤럭시S26 으로 돌아가볼게요. 저도 직접 시연을 해본 적은 없지만 갤럭시S26의 에이전트AI는 이제 내 스마트폰 속 앱을 자동으로 실행할 수 있게 됩니다. 삼성과 구글이 보여준 예시는 우버인데요. 제미나이에게 ‘충무로역 3번출구 가는 차량 불러줘’라고 입력하면, 우버앱을 열어서 현재 위치에 기반해서 차량을 호출해줍니다. 당연히 결제도 자동으로 되겠죠? 삼성전자에 따르면 갤럭시 AI는 대화 맥락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알아서 제공해준다고 해요.
앞서 오픈클로의 성공 비결을 생각해보면, 스마트폰에 기반한 에이전트AI는 장점이 있어요. 일단 내 스마트폰 밖으로 개인 정보가 흘러나가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훨씬 마음 편하게 사용할 수 있죠. 또, 스마트폰에 저장된 나의 정보를 바탕으로 AI에게 맞춤형 도움을 받을수도 있을겁니다.
그리고 아직은 먼 얘기지만, 스마트폰의 반도체 성능이 매우 좋아진다면, 비싼 클라우드의 AI를 사용하기보다 스마트폰에서 AI를 처리할 수도 있을 겁니다. 맥 미니에서 오픈클로가 작동되는 것 처럼요. 아니면 앞으로는 누구나 집에 AI에이전트를 위한 컴퓨터를 한대씩 두고, 메신저를 통해서 이 AI에이전트에게 일을 시키는 것이 보편화될 수도 있을거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AI 에이전트를 더 많이 사용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슈타인버거의 설명에 따르면 그는 AI에게 명령을 내릴 때 타이핑을 하지 않는다고 해요. 주로 음성을 통해서 코딩을 한다고 해요. 챗봇 형식의 AI를 사용해보신분이라면 타이핑에 비해서 얼마나 음성이 빠르고 정확한지 알수있습니다. 특히 스마트폰같은 경우는 더 그렇죠. 이런 점에서 AI에게 항상 말을 걸 수 있고, AI의 응답을 항상 들을 수 있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AI안경, AI핀, 이어버드 등 이른바 AI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얘기가 계속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인 것 같습니다.
AI에게 기억과 성격을 부여하는 것도 우리가 AI 에이전트를 많이 사용하게되는 한가지 요소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물론 여기에는 오픈클로 처럼, 우리가 데이터센터 속 집단지능과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내 PC처럼 고유한 물리적 실체에 있는 AI와 대화한다는 개념이 필요할 것 같아요. 언제부턴가 스마트폰은 우리 인간 신체의 확장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전화번호를 외우지 않고 다니는 것처럼요. AI가 더 개인 맞춤형이 되고, 개인이 평생 쌓아온 정보를 더 잘 분석하게 된다면, 스마트폰 속 AI에이전트도 인간이 가진 정신적 능력을 확장시키는 도구가 될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60% 오르는 동안 엔비디아는 3% 상승에 그쳤습니다. <챗GPT로 생성>
엔비디아 잠잠한데
삼성전자 주가가
폭등하는 이유는?
AI에이전트는 돈이 될까요? 많은 사람들이 가진 고민입니다. 하지만 에이전트의 시대가 되면 AI 비즈니스 모델이 쉽게 해결될 것이라는 설명도 나옵니다.
오픈클로나 코딩에이전트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막대한 양의 AI 토큰을 사용한다는 얘기 들어보셨나요? 많은 데이터를 검색하고, 수집하고, 이걸 기반으로 스스로 생각하는 에이전트는 수많은 GPU 연산을 필요로 합니다. 이미지나 동영상처럼 처리해야할 데이터의 양이 많다면 더 그렇겠죠. 노트북LM 같은 서비스도 텍스트를 분석시키는 것은 많은 토큰이 필요하지 않지만, 유튜브 동영상을 넣고 이를 분석해달라고 하면 순식간에 사용한도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처럼 AI에이전트와 비디오 생성 및 편집은 토큰의 사용량이 비약적으로 높습니다. 토큰에 우리가 쓴 돈은 클라우드 사업자와 LLM 개발사에게 돌아갑니다. 그리고 이 회사들은 엔비디아 GPU를 구매합니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계속 올라가고 있는 것을 알고 계시죠? 이것은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 부족으로 D램과 낸드 플래시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인데요. 최근에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상승률이 엔비디아나 TSMC같은 기존 AI 반도체 수혜 기업들의 상승률을 넘어섰어요. AI에서 추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메모리 반도체의 성능이 전체 AI의 성능을 좌우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죠.
GPU에서 이뤄지는 AI 연산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메모리에는 KV캐시라는 것이 저장되는데요. 처리해야하는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KV캐시에 저장해야하는 데이터의 양이 많아진다고 해요. 이것이 데이터센터에서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를 구조적으로 높여주고 있다는 설명이죠.
예전에 제가 미라클레터에서 HBM이란 ‘맞춤형 피자(GPU)’와 ‘냉동피자(메모리 반도체)’가 결합된 피자라고 설명해드린 적이 있는데요. 예전에는 맞춤형 피자와 냉동피자를 1:1로 먹으면됐는데, 점점 한장의 맞춤형 피자를 먹기위해 10개, 100개의 냉동피자를 먹어야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27년부터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반도체 생산능력을 대규모로 늘릴 것이어서 지금의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상황은, 공급 과잉상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 나오는데요. AI 인프라에 필요한 메모리의 양에 따라 반도체의 향후 가격도 달라진다고 합니다. 높은 반도체 가격은 역설적으로 AI에이전트가 작동될 스마트폰이나 PC의 가격도 올린다는 점에서 지금보다 반도체 가격이 낮아져야한다는 설명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어보입니다.